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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키 Jun 15. 2021

신규 입사자가 빌린 팀장을 위한 책

업무 주간 보고 작성하기

모든 구성원을 만나는 유일한 회의

 입사 후 '주간 보고 회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주일 중 유일한 일정이었다. 일주일 간 업무를 보고하는 시간이었고 나는 이 시간이 좋았다. 명확하고 분명한 언어로 진행상황을 공유했고, 한 주마다 새롭게 시작되는 일과 완료된 일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대학원에서도 이렇게 업무를 점검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매번 했다. 체계가 잘 잡힌 연구실이랄까? 평가 척도가 있고 기준이 있는 연구실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일주일간의 시간이 몇 줄의 문장으로 요약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수님은 매주 우리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내셨다. 내가 한 일에 대한 나의 설명보다도 더 명쾌하고 의미가 잘 전달됐다.


주간보고의 구성

 주간 보고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가장 작은 단위인 '팀'부터 회의를 시작한 뒤, 점점 단위와 조직이 커지면서 동일한 회의가 진행되고 결국 대표님에게까지 보고된다. 각 회의를 거친 뒤에는 회의의 주체자(팀 회의에선 팀장님)가 내용을 재구성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거친다. 아주 단순하게 보면 주간 보고서는 팀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실장에게 이런 업무를 했다고 알리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이렇게나 잘 일했다는 것을 어필하는 회사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보고서를 잘 쓰는 것이 입사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보고서를 잘 쓰는 것

 우선 머릿속으로 주간보고를 작성해보고 사수님이 작성한 것과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물어봤다. 여러 가지 답변을 해주셨지만 핵심은 '의미'있는 내용을 담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다음으로는 회의 때 공유한 모든 프로젝트의 내용 원본과 팀장님의 편집본을 비교해봤다. 매번 수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제목과 내용, 일정에 편집이 이루어졌다. 어색한 표현을 고치는 것은 금방 이해가 됐지만 내용을 축소하거나 삭제하는 큰 변화는 그 의도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는 어느 날 팀장님께 물어봤다. '주간 보고 편집하신 것을 읽어봤는데요, 실장님이 보시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삭제하고 추상적으로 쓰신 건가요?' 일정 부분 맞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내 보고서도 실장님을 향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팀장 님의 수정본을 정답이라고 봐도 될까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고 하셨다. 이 날로부터 팀장님 버전을 정답으로 두고, 나의 답변과 사수님의 답변을 비교하며 익혔다. 아쉽게도 더 윗단의 보고서는 접근 권한이 없었다.


 입사 후 처음 빌린 책


신입이 빌린, 팀장을 위한 책

 회사에서 처음으로 책을 빌렸다. "팀장을 위한 보고서 검토 기술"이다. 새롭게 팀장이 되는 사람이 타겟 독자여서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어 몰래 읽었다. 처음 읽는 유형의 책이어서 좋은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큰 도움이 되었고 마치 수행평가의 채점 기준표를 읽는 느낌이었다. 어떤 부분에서 검토받는지를 알게 된다면 그 영역에서 잘하면 되니까, 이것이야 말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아닐까. 지금도 여러 사람의 보고서를 비교해가는 습관은 유지하고 있고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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