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May 23. 2017

그 날의 만남을 준비하며...

#3. 출산 준비, 하나씩 차근차근하세요!

차를 몰고 신나게 강변북로를 달렸다. 오래간만에 미세먼지도 없는 맑은 하늘을 만끽하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창틈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바람이 모처럼 시원한 상쾌함을 선사해준다. 한참을 달리다 바람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던 라디오 CM이 불현듯 귓가를 울린다.

"임신, 출산, 육아! 여기서 준비하세요!"

흔하디 흔한 '베이비엑스포'에 관한 광고였다. 아내가 임신하고 나니 한쪽 귀로 흘려보냈던 이런 평범한 광고도 명확하게 귓속으로 꽂힌다.

아이가 없을 때야 그저 '남의 이야기'였거나 수많은 광고 중 하나였을 뿐 존재에 대해서만 '인지'하고 있었고, 실제 내용에 대해선 '무지'했다.

카메라나 자동차 전시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시간이 허락해주는 수준에서 코엑스나 킨텍스 등 전시회장을 그토록 찾아다녔었는데, 이젠 온전히 아내와 함께 '아이를 맞이 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 베이비엑스포를 알아보기에 이르렀다.

 

베이비엑스포가 출산 준비의 전부일까?

당연히 아니다. 사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준비할게 많았다.

"가재 수건, 배냇저고리, 기저귀, 젖병, 아기 욕조, 아기용 세제. 참! 태아보험도 들어야 하고 조리원도 알아봐야 하고, 조리원 이후도 준비해야 하고!"

아내는 엄마가 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곤 하나씩 하나씩 꼼꼼하게 메모해갔다. 나도 아빠가 되기 위해 열심히 구글링을 했다. 초보 아빠 그리고 엄마이긴 해도 우린 그렇게 아이와 마주할 준비를 했다.


 베이비엑스포에서 뭘 준비할까요?

베이비엑스포. 그저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현실이 되었고 이내 이 곳을 찾게 되었다.

임산부인 아내와 함께 가야 했기에 아내의 컨디션에 맞춰 날짜와 장소를 정해 예매를 해두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전시회장 이 곳 저곳을 걸으려면 임산부가 꽤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날의 컨디션은 매우 중요했다. 물론 사전 정보를 미리 알아두고 가면 수월한 편이겠지만 막상 가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눈에 띄는 물건을 사게 될 수도 있다. 그것도 예상보다 더 많이. 우리가 마트나 백화점에 가서 적어둔 품목 이외 사는 행위랑 비슷하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 곳 역시 아기용품을 사는 일종의 마트이자 백화점이자 시장일테니까.

2015년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ABC Kids Expo    출처 : http://www.thebadassbreastfeeder.com/

당연하지만, 베이비 엑스포에는 저마다 '유기농', '무해' 즉 'For Baby'가 난무한다. 비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싸다고 해서 잘 샀다고 보기도 어렵다. 인간은 모두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나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다.

'요즘엔 유기농으로 해야 돼요', '요샌 대나무 소재가 인기예요!'

'요즘'과 '요새'라는 키워드로 최근 트렌드를 강조하는 걸 보면 엄마들 사이에서 돌고 도는 유행이 엑스포의 분위기를 다르게 만드는 듯하다. 유행이나 트렌드 또한 먼저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흘러나온 팩트이자 소문일 테니 심리적으로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우리 같은 초보 부모들은 더욱 그렇다. 


'뭘 사면 되지?(What)'라는 아이템 선별도 중요하지만 '어떤 걸 사야 되지?(Which)'라는 질적인 초이스가 더 중요하겠다.

 

과거에는 공기 좋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그나마 좋은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점차 도시화되고 미세먼지가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보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좋은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듣보잡'보다 이른바 '브랜드'가 주는 신뢰는 어마어마했다.

"이게 진짜 좋은 브랜드야. 그냥 믿고 사"

익히 알려진 브랜드에 손이 가는 건 사실이다. 더구나 부스도 크고 물건도 많다. 경우에 따라 100여 개 업체가 참여하는 엑스포에서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잘 찾아보면 퀄리티 좋고 유용하게 쓰는 물건들도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대나무(Bamboo) 소재로 만든 천 기저귀와 가재 수건.

대나무에서 추출한 재료는 항균에 강하고 가벼우며 아이들 피부에도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천 기저귀는 실제 기저귀처럼 쓴다기보다 아이 목욕 후 수건의 용도로, 또는 겉싸개로도 심지어 아이를 위한 임시방편의 베개나 몸을 덮을 수 있는 이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

베개처럼 사용 중인 대나무 소재의 천기저귀

가재 수건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어쩌면 그 때문에 10개, 20개씩 묶음으로 판매하는 모양이다. 모유나 분유 수유 중 흘러나오는 것을 닦아주고 갑자기 게워내는 경우에도 수차례 사용한다. 조금 축축하거나 몇 번 사용했던 것보다는 잘 빨아서 꼼꼼히 삶은 것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으니까 말이다. 가재 수건은 실제 거즈 수건에서 변화된 말이다. 거즈(Gauze)는 목면이나 실크, 레이온을 사용한 얇고 잘 짜인 천을 말한다.

배냇저고리 역시 당연히 '유용한 필수품'이다. 갓난아이가 가장 먼저 입게 되는 옷으로 간단하게 여미는 수준의 저고리를 말한다. 갈아입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입히고 쉽고 벗기기에도 쉽도록 만들어졌으며 '3~4벌이면 충분해'라는 말도 들었지만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 역시도 '다다익선'이다.

이 밖에도 신생아용 젖병, 체온계, 방수요, 아기용 세제, 아기용 이불, 털모자, 좁쌀 베개 등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좁쌀 베개의 경우, 실제 좁쌀을 넣거나 메밀로 채우는데 찬기운이 있어 머리를 시원하게 해준다고 한다. 특히 차가운 성분은 열을 내려주고 은은하게 올라오는 향기로 인해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베이비엑스포에서는 태아보험 부스도 성황을 이룬다.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에 태아와 산모를 위한 보장을 덧붙여 구성한 보험 상품의 하나다. 태아를 위한 보장이라 함은 선천성 기형이나 저체중 출산, 미숙아를 위한 인큐베이터 비용, 신생아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질병 등을 보장하는 것이다. 태어나서부터가 아니라 뱃속에 있을 때부터 출산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보장을 해주는 상품으로 선택해야 하며 눈에 보이는 사은품보다 최적의 가격으로 최선의 보장, 즉 가성비가 가장 좋은 것으로 가입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베이비엑스포에서 미리 준비해둔 물건들은 아직까지 유용하게 쓰고 있다. 벌써 작아진 배냇저고리를 보니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는 모양이다.


산후조리원에 갔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방문객들이 유리창 사이로 갓 태어난 아기들을 볼 수 있도록 산후조리원을 개방했으나 이젠 이마저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감기를 포함해 집단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함 일터. 갓난아기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산모들뿐 아니라 그 옆을 지키는 아빠 또한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이젠 우리가 그 산후조리원에 입성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미리미리 예약해둬야 해!"

지인들 조언에 따라 출산 예정일을 앞둔 수개월 전부터 조리원을 알아봤고 가급적 회사나 집에서 가까우면서 쾌적하고 깔끔한 곳을 찾아갔다.

매니저가 산모방을 소개해주었고 아기를 어떻게 케어하는지, 어떠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온전히 산모의 산후조리를 위한 것이지만 갓 태어난 아기를 어떻게 케어하는지가 매우 중요하겠다. 대다수 직원들이 신생아 케어에는 전문가들이고 잘해주리라 믿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산모들의 진정한 산후조리가 있어야 하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강남의 한 조리원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산후조리원의 가격대가 급격하게 상승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에겐 필수 코스였다.

간혹 강남 소재의 산후조리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으나 우리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조리원을 찾았다. 일단 가격대도 마음에 들었고 깔끔한 시설과 산모를 위한 식단 또한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존재하는 미역국은 다 경험하게 될 거야!"

이는 농담이 아니었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같으면서 다른 미역국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산후조리에 미역국만큼이나 좋은 음식은 없을 테니까.  여기에 간식과 디저트까지 제공하는 부분 역시 마음에 들었다.

O 조리원에서... 우리 아이

"ooo가 오늘 상담하러 왔어요.", "ooo 와이프도 여기 올 예정이에요"

특정 연예인 이름을 굳이 언급해가며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었다. 상담 도중에는 "ooo 동생이 여기 와있는데 ooo이 오늘 방문한다네요."라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기도 했다. 연예인이 방문하거나 예약했다는 부분보다 아이와 산모를 어떻게 케어하는지 원천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마케팅에 더욱 중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곳의 프로그램은 매일 같이 다양하게 편성되어 산모들에게 참여를 권장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식사 시간과 모자동실 시간을 넘기거나 해당 시간을 맞추기에 빠듯한 일부 프로그램은 산모들을 다소 힘들게 하는 듯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조리원은 오전과 오후 약 2~3시간 정도 '모자동실' 시간을 준다. 다른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비로소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 직원들이 새로 기저귀를 갈고 포대기에 예쁘게 싸서 아이를 건네준다. 그리고 아이가 엄청 울어대서 케어가 어렵거나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다시 돌봐주시는 분들을 불러 아이를 데려가곤 했다.

첫 모자동실 2시간.

아이는 이유 없이 울어대고 젖을 먹이고 나자 게워냈다. 그리곤 다시 울고 싸고, 급기야 딸국질까지 하는 아이로 인해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처음 마주한 그 순간은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점차 나아졌다.

실시간 캠을 통해 바라본 아이의 모습

무엇보다 캠을 이용한 실시간 영상 제공은 아이가 잘 자고 있는지, 잘 놀고 있는지 어디서든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 영상 화질의 개선과 고도화가 안겨다준 '신문물'은 매우 훌륭했다.


대략 2주 정도 조리원에 머물게 된다. 2주후부터는 본격적인 육아'전쟁'이 시작된다.

아이가 우는데 열이 나는건 아닐까? 어디 아픈건 아닐까? 걱정이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아이가 우는 이유는 배가 고프거나 배변을 했거나 단 몇가지 이유뿐이라고 하지만 초보부모에겐 그마저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어느새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냥 사랑스럽고 신기할 뿐이다.

'아, 이게 내새끼구나!'


다 준비한 것 같았지만 필요한 물품들은 계속해서 늘어만 갔습니다. 한 주, 두 주 지나고 나니 아내는 정말 '엄마'가 되어갔습니다. 아직까지 힘들어하긴 하지만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사실 임신을 하고부터 출산이 임박하는 순간까지 주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넌 이제 끝났어! 지금 실컷 놀아"

"좋은 시절 다 갔네"

심지어, "인생 종쳤다"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건 마치 아이를 낳아 지금까지 키워낸 선험자들이 겪었던 육아 스트레스를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는 식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조리원에 나가는 순간이 되니 '그 순간부터 지옥이야'라고도 말합니다.

우리 역시 얼마나 힘든지 몸으로 경험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축복받은 시간들을 '지옥'이라 표현하기보다 '힘들겠지만 잘 키우라'는 말이 더 좋지 않을까요?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이후에 펼쳐지겠지만 지금까지 짧은 기간 경험한 것만 봐도,

"엄마는 위대하고 출산은 경이로우며 엄마 아빠 품에 안긴 아기는 축복!"이라고 많은 예비 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제주도로 태교 여행을 하던 중 우리가 들렀던 식당 주인께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순산하세요"

"또 오세요"라는 말보다 '순산'을 기원하는 그 분의 한마디로 우리는 미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출산을 준비하는 예비 부모님들 모두 건강한 아이를 순산하시길 바랄께요! '순산하세요!'

이전 03화 태교여행을 떠났습니다. 둘이 아닌 셋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