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Dec 19. 2017

4차 산업혁명과 함께하는 헬스케어

8화. 의료 분야로 뻗어나간 4차 산업혁명 키워드, U헬스케어

닐 블롬캠프가 연출하고 멧 데이먼이 등장했던 영화 <엘리시움>은 2154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가 살던 지구는 가난과 질병으로 인해 디스토피아로 변질된 반면, 전쟁도 없고 질병도 없는 엘리시움(Elysium)은 우리가 꿈꾸던 유토피아의 세상이다. 

엘리시움에는 첨단 의료장비가 존재하고 이는 우리 몸속의 질병을 단 몇 분만에 스캔하고 치료한다. 거의 죽어가던 사람도 단숨에 살려낼 수 있는 기적의 장비로 연출되었다. 가상이긴 하지만 유독 탐나는 장비가 아닐 수 없었다. 

영화 <엘리시움> 포스터.  출처 : 소니픽처스

엘리시움에 등장했던 이 의료장비는 이 영화의 핵심 오브제(objet)다. 디스토피아의 지구와 유토피아의 엘리시움이 양쪽으로 나뉘어 충돌하는 것 역시 이 장비에 의한 것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환자들은 돈이 없어 죽어가지만 이 장비만 있으면 무병장수를 꿈꿀 수 있다. 마치 밀항이라도 하듯 엘리시움으로 잠입하는 코스타(멧 데이먼) 역시 이 기기의 놀라운 치유능력을 (살기 위해) 탐한다.

무병장수 하는 세상, 4차 산업혁명이 과연 이뤄낼 수 있을까?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Healthcare)가 지향하는 의료서비스

영화 <엘리시움>의 플롯을 이어가는 중심에는 첨단 의료장비가 존재하지만 그를 둘러싼 메시지는 양극화의 폐해라는 점에 있다. 지구는 버려졌고 엘리시움은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한다. 혁명을 이룬 곳이니 자원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의료자원의 불균형은 유토피아의 재건과 디스토피아의 몰락을 동시에 이룬다. 

흔한 병원의 모습.  출처 : pixabay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는 어떨까? 

과거 지방에 살던 지인이 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던 중, "서울에 큰 병원으로 가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그는 병가를 내야 했고 서울로 올라와 치료를 받았다.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수도권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은 의료자원의 불균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서울 대학 병원에서도 이처럼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KTX 차 시간이 있어서 그런데 시간 좀 앞당길 순 없나요?" 

수많은 환자들이 아침부터 대기표를 받고 서있는 와중이라 그 조차도 쉽지 않아 보였다. 


정보통신기술인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가 헬스케어와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의료자원에 대한 갈증과 불균형을 시원하게 해결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서울아산병원은 <내손안의 차트>라는 앱을 선보였다. 이 앱은 나의 건강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실제 진료 전 준비사항 안내와 만성질환 및 당뇨, 아토피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취지는 좋았다. 다만 스마트폰을 이용해야 하는 고령자들에겐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을 뿐더러 여러 가지 개선의 여지가 필요해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의 <내손안의 차트> APP.  출처 : play.google.com

SK C&C는 ICT 기술 융합을 AIA 생명의 바이탈리티(AIA Vitality)에 접목시켰다. AIA는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인 '바이탈리티'를 통해 고객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픈 곳을 치유해줄 순 없지만 쿠폰과 같은 리워드(보상)를 주면서 사용자들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채찍질(동기부여)을 하겠다는 것이다. 건강관리를 위해 차고 다니는 웨어러블이 지금 이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기능이 아닌 진짜 건강을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도록 만들어진 앱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진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Healthcare, 이하 U헬스케어)는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니다.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건강관리 또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구축될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다.

U헬스케어는 환자의 질병은 관리하는 의료 산업과 그와 관련된 서비스에 바탕이 되고 일반인들의 건강을 유지 그리고 향상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편이다. 

의료자원의 불균형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서울 및 수도권 대형병원에 와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U헬스케어는 환자가 머물러있는 그 자리에서도 충분한 의료 서비스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일단 U헬스케어 도입으로 인해 병원시스템은 놀랍도록 변화했다.

과거 필자가 대형병원에 갔을 때만 해도 대기표를 받고 번호를 부르면 접수를 했다. 개인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냐는 질문부터 그 외 몇 가지를 물어보고는 진료과목 창구로 가라고 한다. 그리곤 담당의사를 만나기 위해 정해진 해당 진료과목의 창구로 이동해서 다시 접수 후 마냥 기다렸다. 진료가 끝나면 수납을 하고 약을 받아 집으로 향했다. 

청진기와 진료 예약 차트  출처 : pixabay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이 병원 종합 정보 시스템(IHIS, Integrated Hospital Information System)이라는 이름으로 자동화되어간다. 

개인정보가 담긴 RFID 카드가 환자를 위해 발급되고 이 카드가 무인안내 시스템과 연동되어 접수, 수납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물론 자세한 정보는 담당 의사나 간호사를 통해 제공받게 되지만 대다수가 IoT를 통해 오토메이션(automation) 되었다. 

더구나 U헬스케어는 자신의 진료 정보가 인터넷망을 통해 정해진 서버에 쌓이게 되고 외국에 나가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서버에 쌓이는 의료기록.  출처 : pixabay

이른바 진료 정보 시스템(CIS, Clinical Information System)이라 일컫는 환자의 진료 기록은 정해진 시스템으로 업데이트된다. 첫 진료 이후 쌓이는 진료기록, 의사 처방을 위한 처방 전달 시스템(OCS), 의료 영상물을 저장 또는 검색해주는 영상 시스템이 여기에 포함된다. OCS(Ordering Communication System)의 경우는 의사의 처방을 진료를 지원하는 팀에 자동으로 전달하고 진료 이후 처방과 차트를 확인해야만 했던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로 구축된 것으로 역시 컴퓨터망을 이용한다.


손목에 차고 있는 환자 식별 코드는 이 환자의 주치의나 병명, 약품, 식사 정보까지 담는다. 간호사나 의사 역시 이 코드를 식별해 정해진 체계대로 움직인다. 다소 '삭막'하고 사람 냄새가 사라진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체계적 관리와 완벽한 치유를 위해서라면 (병원이란 본디 치료와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로) 충분히 납득할만하겠다. 

출처 : pixabay

원격으로 처리하게 되는 원격 의료 서비스는 통신망을 통해 멀리 있는 환자와 병원에 상주하는 의료진을 연결해준다. 집에 있는 진단기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 정보는 고스란히 원격진료센터로 전달되어 검사와 처방을 병행한다. 이렇게 되면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이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처방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응급 환장의 경우는 응급 서비스가 대응할 수 있도록 연결이 가능해졌다.

이를 일컬어 스마트 의료 홈(Smart Medical Home) 프로젝트라 한다. 


네트워크로 형성된 다양한 센서들이 환자의 피부, 혈당이나 심장박동 체크, 환부의 치유 상태를 포함해 암 발생 여부를 수집해 개인별 의료 시스템에 전송이 된다. 물론 그 시스템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전달되어 환자를 통제한다. 말이 통제이긴 하나 상황에 따라 방문 검진도 하고 병세를 지켜보는 형태 등으로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출처 : pixabay

과거에는 서울 대형병원에서 각 지방으로 짐을 싸들고 방문해 의료 봉사가 행해졌지만 이제는 낙도지역뿐 아니라 해상에서도 원격의료가 지원된다. 실제 동해 어업관리단은 자체 의료지원팀을 구성해 여건이 좋지 않은 낙도지역 사람들에게 건강검진을 실기하기도 했다. 단순한 생체정보뿐 아니라 X-ray 이미지 전송으로 원격 판독도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U헬스케어에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이처럼 네트워크를 통한 각 개인들의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의 유비쿼터스 내에 존재하기에 쉽게 노출이 가능할 수밖에 없다. 만물인터넷에서도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인터넷 망에 널리 퍼져있는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의 긍정적 효과를 뒤집을 만큼의 역효과도 가진다. 

특히나 진료 정보에는 진료와 수납이 한꺼번에 걸쳐 있기 때문에 나의 신체정보나 질환, 금융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개인 정보 이상의 것을 담을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을 하나로 담으니 편리할 수 있겠지만 그 편리함이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는 진료와 치료를 우선시 하지만 환자가 '내 개인정보는 아프지 않나요?'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대답을 하겠는가? 물론 보안 문제를 두고 의사와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 U헬스케어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국의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함이라면 보안 문제만큼은 철저하고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문제는 '신뢰'다. 

하지원과 강민혁이 출연했던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에서는 의료 문제와 그에 따른 제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기도 했다. 더불어 환자의 건강을 이용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횡포도 플롯에 존재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물론 원격 진료에 대한 문제점도 다뤘다. 원격진료라 하면 언제 어느 때나 먼 곳에서 모니터링하며 케어를 한다는 긍정의 의미로 언급했지만 진짜 응급환자인 경우 골든타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낙도지역의 원격진료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지만 응급의 경우 의사가 환자의 몸을 직접 치료할 수 없기에 원격진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환자가 의사를 마주하더라도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면 역시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의료자원의 쏠림현상은 고질적인 문제였기에 U헬스케어와 원격진료가 자리할 수 있도록 밑바탕부터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엘리시움>에서 부각되었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선을 허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맺는말

<엘리시움>에 등장했던 의료장비는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에도 잠시나마 등장한 바 있다. AI와 로봇이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데 활용되는 첨단장비이지만 우리도 멀지 않은 미래에 만날 수 있으리라 감히 예상해본다. 바로 그 출발선에 등장한 IBM의 왓슨이 가장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다.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라 불리는 이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IBM이 암 진단과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으로 개발한 것으로 저명한 학술지, 의학 서적 등 수많은 의료 DB를 담고 있다. 이러한 DB가 빅데이터가 되어 적중률이 높은 치료 방안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이 2016년 왓슨을 도입했고 1년이 지난 결과 왓슨의 치료법은 의사의 치료 방법과 높은 확률의 의견 일치율을 보였다. 가천대병원 이후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또한 왓슨을 도입하기도 했다. 왓슨 도입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왓슨이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의 질병을 파악하고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놀라운 혁명이 아닐 수 없다.  

왓슨은 2004년부터 IBM이 정성을 쏟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의료 뿐 아니라 공공행정,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건강을 올바르고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술을 조금만 마셔야지', '식습관을 개선해야지', '오늘부터 운동해야지'라고 결심은 하지만 단 며칠 만에 무너지는 의지를 바로잡기가 왜 이렇게도 어려운 건지. 

스마트 홈이 갖춰지고 이로 인한 동기부여가 잘 이뤄진다면, 무엇보다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엘리시움>의 유토피아를 우리의 미래로 예측해봐도 좋지 않을까?   


Written by Pen 잡은 루이스 


※ 추운 겨울,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내년도, 내후년도 쭉!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