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Nov 06. 2019

인공지능,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 걸까요?

#3. 글도 쓰는 인공지능, 못하는 게 무엇인가?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인공 신경망을 구축한다면 이는 인간의 뇌와 어떠한 차이를 보이게 될까?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은 생각하고 기억하며 연산하고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모두 다르다.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겪는다'라는 말이 있듯, 인간은 처음 경험하는 곳에서 막연하게 생각하고 본능적으로 대응한다. 의도대로 되었다면 그대로 직진하는 법이지만 실패하게 되면 다른 방법을 선택해 다시 시도한다. 그래서 시행착오라는 말을 영어로 옮기면 ‘Trial and error'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시행과 착오를 되풀이하여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학습 방법인데 컴퓨터는 이와 다르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착오를 수도 없이 겪지 않으며 입력된 지식을 통해 학습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가졌다. 인간도 연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긴 하지만 인공지능에 비하면 차이를 보인다. 달리 보면 인간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있지만 인공지능은 온전히 데이터를 통해 분석할 뿐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어 (감히) 감성적인 능력까지 갖추려고 한다.

출처 : blog.frontiersin.org

한 가지 사례를 보자. 당신은 시를 쓰는 인공지능을 본 적이 있는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중국의 IT 기업 텐센트(Tencent)가 공동으로 개발한 챗봇 샤오빙(Xiaoice)은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컴퓨팅에 기반한 인공지능으로 거듭나면서 중국에서 <The Sunshine Lost Windows>라는 제목의 시집까지 출간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날개가 바위와 물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 고독 속으로, 빈 공간 속을 거닐다. 땅이 부드러워지네(Wings hold rocks and water tightly. In the loneliness. Stroll the empty. The land becomes soft)”영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글귀는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이 이러한 시를 썼다는 것 자체만 보면 굉장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샤오빙은 이미지를 토대로 그림의 내용과 관련되어 있는 키워드를 수집해 글귀를 작성한다. 샤오빙의 알고리즘에 학습이 되었던 도구는 바로 2천 편이 넘는 중국의 현대 시(詩)였다. 

A Microsoft Xiaoice news conference.   출처 : China Daily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인공지능이 글을 쓰는 시대가 오다니? 사실 팩트를 기반으로 작성하는 뉴스 기사와 시는 성격 자체가 다르긴 하나 뉴스 기사를 쓰는 인공지능도 존재한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수집된 데이터의 정확성과 팩트에 대한 신뢰도를 지키면서 자동으로 작성하는 기자를 통상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이라 표현하지만 이는 무형의 로봇이면서 유형의 글을 생산하며 인공지능이 수행한다. 

Tottenham vs Liverpool.   출처 : myguidemauritius.com

손흥민의 토트넘(Tottenham Hotspur FC)과 버질 반 다이크(Virgil van Dijk)가 뛰는 리버풀 FC(Liverpool FC)이 2019년 6월 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018-19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펼쳤다. 결과는 2대 0으로 리버풀의 승리. 경기 결과로만 보면 리버풀의 승리지만 점유율은 토트넘이 61%로 리버풀보다 높았고 유효슈팅 역시 16대 14로 토트넘이 앞선 바 있다. 이처럼 경기 중 발생되는 모든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수집하여 쌓는다. 이러한 단순한 데이터만으로도 “토트넘이 리버풀에 비해 61%가량 점유율이 높았지만 결과는 2대 0으로 리버풀이 승리했다”라는 요약이 가능한데 기사를 생산하는 로봇 저널리즘에서는 인간이 작성한 기사처럼 하나의 완벽한 글을 제작한다. 그것도 경기가 끝난 즉시 말이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Yonhapnews)는 2017년 7월 사커 봇(Soccer Bot)이라는 베타 서비스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접목시켜 기사를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Uppsala University)의 사커 봇은 연합뉴스의 사커 봇과 이름은 같지만 성격은 다르다. 연합뉴스의 사커 봇이 기사를 쓰는 인공지능이라면 웁살라대학의 사커 봇은 기존의 경기 결과를 데이터로 반영하고 어느 팀이 우세한 지 판단하여 결과를 내놓는다. 승리와 패배에 대한 결과 값을 예측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증시, 시황 등의 증권 정보를 바탕으로 증권 기사를 쓰는 로봇 기자도 존재한다. 

출처 : fortune.com

IBM도 구글 못지않게 인공지능 분야에서 상위권에 존재하는 기업이다. IBM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의 효율적인 활용과 인간의 안락한 삶 그리고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IBM 왓슨(Watson)은 미국 의료업계에 진입하여 브랜드를 널리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왓슨이라는 이름은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 이름이지 의료업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IBM의 창업자 토마스 존 왓슨(Thomas John Watson)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낸 AI다. 의료업계에 진입한 왓슨은 환자의 암(Cancer)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의사가 진단하는 수준과 유사할 정도라고 한다. 이른바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라 불리는 의학 솔루션은 종양과 관련된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전문 지식이 탑재되어 있다. 말하자면 종양을 치료하는 사례들과 33건이 넘는 의학 저널과 논문, 250권이 넘는 서적 등을 총망라하여 학습도구로 삼은 셈이다. 

출처 : pixabay

학습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면 왓슨이 공부한 자료는 앞에 언급한 숫자 이상이 될 것이다. 1명의 전문의가 아니라 저명한 의사들의 집단 지성을 모아놓은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이러한 솔루션은 환자의 진료 기록과 의학 정보를 접목시켜 가장 효율적이고 예리한 치료법을 제시하게 된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국내 대형 병원에도 들어와 한동안 의료진들과 협진한 바 있다. 다만 국내 의료 환경이나 관련 법규, 정책과 어느 정도 맞물리지 않는 경우들이 있어 의사와 인공지능 사이의 일치율이 높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왓슨은 세계적인 쿡 매거진(Cook magazine) 본 아페티(Bon Appétit)와 공동으로 셰프 왓슨 (Chef Watson)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도 했다. 왓슨은 식재료와 식재료에 담긴 수많은 성분, 본 아페티가 보유한 레시피 약 1만 개 이상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리곤 싱싱한 식재료와 계절적 변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최적화된 레시피(Recipe)를 제공한다고 한다. 과학적인 지식과 실존하는 식재료의 놀라운 성분들이 굉장히 새로운 요리법을 제안할 수 있도록 구현된 사례 중 하나다. 

Chef Watson like Human Chef    출처 : ibm.com

위에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는 사실 의료진과 협진하는 인공지능 모델이지만 이를 인류의 헬스케어, 건강 관리, 종양 치료라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현될 수 있다면 이것 자체만으로도 의학 분야의 혁명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봤다. 맷 데이먼 주연의 <엘리시움, Elysium>이나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 등을 보면 사람이 누워 기계를 작동시키고 신체 내부에 있는 악성 요인들을 바로 치료해주는 기적의 장비들이 등장한다. <엘리시움>은 인구 폭증과 자원고갈,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를 디스토피아로 그렸고 엘리시움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유토피아로 연출했다. 특히  엘리시움에 거주하는 권력층은 힐링 머신(Healing Machine 또는 Medical pod)이라는 기적적이고 혁신적인 장비를 통해 말기 암이나 백혈병과 같이 치명적인 질병에서도 구원을 받을 수 있었다. 

It's a miracle! Medical Pod.   출처 : avp.fandom.com

영화 속 주인공인 코스타(맷 데이먼)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인데 방사선에 피폭되어 엘리시움의 힐링 머신을 찾아 밀입국을 시도하게 된다.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했던 기계 역시 <엘리시움>의 힐링 머신과 매우 유사했다. <프로메테우스>는 리들리 스콧이 탄생시킨 영화 <에일리언, Alien>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이 곳에서도 인간을 숙주로 삼는 외계인 '에일리언'이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쇼 박사(누미 라파스)가 자신의 몸에 기생하던 외계 생물체를 인지하자 바로 의료 기기를 향해 달려간다. 기본적인 작동법을 통해 생물체를 제거한 후 응급 처치가 이뤄진다. 이러한 기계는 통상 신체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스캔을 하고 치료가 필요한 곳을 찾아 바로 수행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왓슨 포 온콜로지가 수많은 논문과 교과서 등을 통해 학습을 했다면 이러한 기계들은 그 이상의 딥러닝은 물론 의사들이 수행하는 수술기법까지 로봇 알고리즘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연출이긴 하지만 인공지능이 로보틱스와 결합한 미래 지향적 테크놀로지라 하겠다. 볼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에게 이러한 장비를 가져다주었다면 그의 염원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Autonomous Vehicle    출처 : aspeninstitute.org

마지막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인공지능이 탑재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인공지능이나 기계적인 부품 이외 수많은 첨단 센서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영역이다. 가령 차량 주변의 장애물이나 피사체를 인식하는 펄스 레이저(Pulsed laser) 기반의 센서가 필요할 것이고 도로 표지판이나 신호등, 차량의 형태를 읽을 수 있는 카메라와 그래픽 카드도 탑재해야 한다. 도로 위에는 수많은 정보가 존재하고 있다. 더구나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피로는 계속해서 쌓일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일정 속도로 정주행 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량을 중심으로 도로 위의 정보를 대량으로 인지하고 파악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학습 도구가 되며 도로나 차량의 형태나 우회로, 교통 상황 등을 꾸준히 학습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학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구나 인간의 뇌처럼 움직이고 작동할 수 있도록 구현되는 시대가 되었기에 분명히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 중 하나다. 애플의 시리(Siri)나 구글 어시스턴트 등의 인공지능이 개발되어 스마트폰에 탑재되었고 이는 다시 애플의 홈팟(Home Pod)이나 구글 홈(Google Home)이라 불리는 AI 스피커로 이어졌다. 국내에도 네이버 웨이브(Wave)나 카카오 미니(Kakao Mini), SK텔레콤의 누구(Nugu), KT의 기가 지니(Giga Genie) 등이 존재한다. 뒤이어 삼성전자도 갤럭시 홈(Galaxy Home)이라는 AI 스피커로 경쟁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의 인공지능 비서인 빅스비는 스마트폰 갤럭시, AI 스피커 갤럭시 홈과 더불어 스마트TV, 웨어러블, 냉장고 등에서도 함께 연동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홈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AI 스피커가 우리 생활에 진입한 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다. 위에서 언급한 헬스케어나 자율주행 자동차도 극히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지금 이 시간에도 꾸준히 학습을 하고 있다. 학습을 끝낸다는 표현 자체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겠다. 인간도 학습을 하며 사는 동물 아니던가? '공부의 끝은 없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산업분야에 어떻게 접목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응용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은 그 역할에 맞게 보다 구체적인 학습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계속>


<같이 보는 영화>

- 엘리시움(2013) : https://www.imdb.com/title/tt1535108/?ref_=fn_al_tt_1

- 프로메테우스(2012) : https://www.imdb.com/title/tt1446714/

<참고>

- <Microsoft expands presence of AI platform Xiaoice>(2018.7.28), chinadaily.com.cn

- <Magnets can help AI get closer to the efficiency of the human brain>(2019.3.31), blog.frontiersin.org

- <연합뉴스 로봇기자, '사커봇' 어떻게 기사 쓸까?>(2017.8.14), yna.co.kr

- <IBM Watson for Oncology>, apollohospitals.com

- <Chef Watson has arrived and is ready to help you cook>(2016.1.1), ibm.com

- <Building AI-Powered Self-Driving Cars>, nvidia.com

이전 03화 인류는 정말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