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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Oct 31. 2019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공지능, <터미네이터>의 디스토피아

#1. 인류가 지향하는 안락한 삶, 그 중심에 있는 인공지능(AI)

디스토피아(Dystopia)라고 하면 비극적이고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암흑의 세계를 의미한다. 정치적으로 보면 붕괴된 사회, 소외된 인간이나 무질서를 포함한 개념을 의미할 수도 있고 문학적으로 보면 위기에 빠진 현실 등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작품을 가리키기도 한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전을 이룬 현대 사회는 오늘날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 이르러 유토피아를 꾀하고 있지만 늘 긍정적인 의미만 부여할 수는 없는 법. 이면에 가려진 단점과 폐해는 없는 것일까? 흥망성쇠(興亡盛衰)라는 옛말처럼 때론 융성하고 흥할 때가 있지만 쇠퇴하는 경우도 존재하듯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단적으로 치닫게 될 경우 초래하게 되는 암울하고 어두운 미래상을 디스토피아라고 일컫는다.


<터미네이터>가 그린 디스토피아는 로봇의 공격이 아닌 인공지능의 위협

1984년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에 의해 제작된 <터미네이터, Terminator>는 인류가 직면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들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스카이넷의 위협으로 인한 디스토피아!  출처 : theverge.com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줄곧 언급되는 스카이넷(Skynet)은 첨단 인공지능으로 평화를 추구하고 방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美 국방부의 첨단 테크놀로지다. 그러나 인간에게 저항하며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살상 무기로 변질된 일종의 ‘바이러스(Virus)’ 같은 존재다.

스카이넷이라고 하면 통상 어딘가 시스템을 제어하고 운영하는 코어(Core)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컴퓨터, 모바일 등 네트워크가 연결된 모든 디바이스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라 모든 기기들 자체가 스카이넷이 될 수 있다. ‘터미네이터’라는 존재는 타깃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탄생한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이며 스카이넷에 의해 제작된 살상 무기로 알려져 있다. 이 기계가 에너지 동력으로 사용하는 2개의 배터리마저도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하니 온 몸이 무기인 셈이다. 미래 인류는 터미네이터에 저항하며 살고 있다. 스카이넷은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는 터미네이터를 막기 위해 과거로 타임슬립(Time Slip) 한다는 플롯이 <터미네이터>의 기본 뼈대였다. <터미네이터>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지극히 극단적이고 암울하게 그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품고 있다. 이 시리즈는 <터미네이터>의 히로인, 린다 해밀턴을 다시 소환하여 <다크 페이트>라는 부제를 달고 2019년 10월 팀 밀러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제작으로 또 한 번 등장했다.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출처 : timesofindia.indiatimes.com

사실 인간에게 반기를 들고 저항한다는 개념의 인공지능은 완벽한 픽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의 알파고(Alpha Go)처럼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는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현존하고 있지만 과연 알파고가 인간을 위협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너무나 다양하다. 그렇다면 <터미네이터>와 대조되는 인공지능의 유토피아는 없는 것일까?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에 공개된 <블랙 미러, Black Mirror>라는 사이파이 앤솔로지(Sci-Fi Anthology)를 잠시 살펴보자. 2019년 6월 공개된 시즌5에는 세 편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이 중 세 번째 에피소드 <레이첼, 잭, 애슐리투>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인형 ‘애슐리투’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애슐리O(마일리 사이러스)는 수많은 팬을 확보한 팝스타다. 레이첼(앵거리 라이스) 역시 애슐리O의 음악을 듣고 그녀가 등장한 TV 프로그램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 평범한 10대 소녀다. 어느 날 애슐리O의 외형과 목소리를 그대로 녹인듯한 로봇 인형 ‘애슐리투’가 등장하게 되고 생일 선물로 사달라며 아빠를 조른다.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선물은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것이지만 레이첼은 자신이 원했던 선물을 받은 셈이니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https://youtu.be/JQyzn3CWJuM

<애슐리투> of <블랙 미러>  출처 : Netflix Youtube

극 중에 등장한 애슐리투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매우 유사한 편이다. 음성으로 명령하면 이를 인식하고 원하는 답을 제시한다. 현존하는 AI 스피커와 달리 사람에게 질문에 대한 의도와 반응을 파악해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쓸모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팔이 달려있고 바퀴가 달려있어 어느 정도 움직일 수도 있다.

애슐리투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에는 사실 인간의 인위적인 요소들이 담겨있다. 애슐리O를 그대로 모방한 인형이라 팬들을 위해 ‘예쁘게 보일 수 있는’ 말투를 사용한다거나 올바른 방법이 아니더라도 기계적인 조언을 해준다는 것. 쉽게 말하면 진심을 벗어난 가식이라는 점이다. 사실 레이첼에게 애슐리투의 인위적인 알고리즘은 정답이 아니었다. 레이첼은 외부의 다른 장치를 이용해 애슐리투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묶여있는 덩어리를 빼내는 데 성공한다. 손발이 묶여있어 자유롭지 않은 누군가를 풀어주듯 말이다. 그러자 애슐리O의 가식은 벗겨지고 내면에 있는 진심들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바로 이번 에피소드의 메시지다.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향해 진심을 내비칠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자신을 포장하려 하는 레이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이를 탑재할 때 이러한 알고리즘까지 설계가 가능할지 알 수 없지만 영화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라 하겠다.   

구글의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   출처 : currys.co.uk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 역시 마이크가 탑재되어 있어 사용자의 음성명령을 인식한다. 명령어를 일컬어 ‘쿼리(query)'라고 하는데 쿼리가 많아야 인공지능 학습에도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명령어를 인식하면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 짧은 시간 로딩을 하고 답을 제시한다. 더구나 사람의 음성과 비교하면 굉장히 어색한 기계음은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를 완벽하게 학습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참고로 JTBC 뉴스룸의 손석희를 포함해 우리가 알만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TTS(Text To Speech) 방식으로 구축한 사례도 있지만 들려줄 수 있는 콘텐츠에도 한계가 있었다. 딱 정해진 수준만 자연스럽게 읽어주는 프로토타입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AI needs Diverse Query    출처 : pixabay

지금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서버에 쌓인 데이터에서 사용자가 요구한 가장 적합한 답을 내놓긴 하지만 아직까지 '100%' 완벽하다고 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통해 교통 정보나 날씨, 뉴스 등 생활 정보는 물론이고 다소 기계적이지만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현되었다. 그러나 사용자의 반응을 읽고 역으로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없으니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애슐리투가 지금보다 조금은 진화된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충분히 가능할법한 모습으로 연출되었다.


‘터미네이터’와 ‘애슐리투’의 태생 자체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인공지능을 로봇에 탑재한 결과물이다. 터미네이터의 인공지능은 표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공격성과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는 반면 애슐리투는 말 그대로 ‘상품’이자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이라 하겠다.

자비스와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토니 스타크, 영화 <아이언맨> 중에서.   출처 :  theverge.com

영화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시리즈에 등장했던 자비스(JARVIS, Just Another Rather Very Intelligent System)나 프라이데이 사례를 추가로 살펴보자.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자신의 힘으로 구축한 자비스는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도 등장한 것처럼 토니의 아버지였던 하워드 스타크의 비서 이름이었다. 실존하는 인물의 이름을 따서 토니 자신의 인공지능 비서로 구현했던 것이다.

자비스의 능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에 이른다. 기본적으로 대화하는 방식 자체가 현존하는 스피커 이상 고도화된 것이며 기계와 연결되어 사물인터넷을 이루고 있다. 토니가 제작하고자 하는 의도에 맞도록 설계 도면을 홀로그램 입체영상으로 펼쳐 보이며 이해를 돕기도 한다. 토니가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동안 자비스는 프로그램에 맞춰 제작 공정에 투입되기도 하니 그야말로 ‘매우 정교하고 똑똑한 일당백’이다. 하지만 자비스는 영화에서 연출한 픽션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러 사물인터넷이 만물인터넷으로 진화하고 있고 인공지능 또한 지금의 수준 이상으로 고도화될 수 있다면 우리 주변의 수많은 기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작동하게 될 것이다. 집안에 존재하는 가전을 음성으로 제어하고 아침에 일어나 오늘의 날씨나 교통 정보를 듣는다는 것 역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근본적인 결합에서 이뤄지는 스마트홈(Home Automation)을 의미한다. 토니 역시 자신의 말리부 저택에 자비스를 탑재한 것이니 이는 인공지능 비서의 역할뿐 아니라 홈 오토메이션을 구현한 것과 다르지 않다. 전등을 켜고 끄는 기본적인 행위부터 홀로그램 입체영상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구현하기도 했다. 토니 스타크의 천재성이 똑똑한 인공지능과 첨단 IoT(사물인터넷)를 만나 아이언맨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2000년에 개봉한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6번째 날, The 6th Day>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SF 영화인데 이 작품 속에서도 현실화를 이룬 스마트홈 테크놀로지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우유를 필요로 하자 냉장고가 이를 인식해 우유를 구매하는 장면이 등장한 바 있다. 냉장고를 열지 않아도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으며 심지어 레시피까지 제공하는 등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냉장고들이 출시된 바 있는데 영화 속에서는 필요한 재료를 냉장고가 인식해 바로 구매로 이어진다는 설정이다.

영화 <6번째 날>  출처 : bombreport.com

국내 3대 통신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주요 건설사들과 손을 잡고 IoT 아파트를 구축하는 사례도 있는 것처럼 집 안에 존재하는 가전들이 통신과 연결되어 사람에 의해 작동하거나 스스로 제어하는 경우들도 있다. 삼성전자 역시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가전에 인공지능 빅스비를 디폴트로 탑재해 서비스할 수 있도록 꾸준히 개발 중에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사물인터넷과 오롯이 이어진다. 기계는 결코 알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기계가 움직일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마련하거나 목적에 맞는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탑재해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갖기도 한다. <터미네이터>의 암울한 미래 시대상과 달리 토니 스타크의 자비스처럼 인류를 위한 인공지능이 우리 모두가 꿈꾸는 모습 일터.

그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공지능을 오롯이 유토피아를 위해 구현하려면 어떠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계속>


※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댓글창은 늘 열려있습니다!

 같이 보는 영화 또는 글

- 영화 <터미네이터 : 다크페이트>

https://www.imdb.com/title/tt6450804/

- 넷플릭스 <블랙 미러> 중 <애슐리투>

https://brunch.co.kr/@louis1st/260

https://brunch.co.kr/@andkakao/82 from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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