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사이버트럭, '야, 이거 방탄유리야!!'
11월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손에 위치한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Tesla Design Center at Hawthorne)'에서 사이버트럭(Cyber Truck) 공개행사가 있었다. 말 그대로 신차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 날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Elon R. Musk)가 테슬라의 6번째 신차인 사이버트럭을 직접 소개했다. 사이버트럭은 마치 SF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디자인을 품었고 테슬라의 정체성답게 전기를 동력으로 한다. 미국 내 픽업트럭의 경우 쉐보레나 포드, 닷지 등의 제조사에서 다양한 차종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인데 테슬라가 이러한 픽업트럭 경쟁 시장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 없다. 픽업트럭은 우리나라의 포터와 같이 일반적인 화물 트럭이 아니라 SUV(Sports Utility Vehicle)의 개념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픽업트럭은 마치 '가장 미국스러운 자동차'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픽업트럭의 모습은 무엇일까?
사이버트럭은 싱글 모터, 듀얼 모터, 삼중 모터(Tri Motor) 등으로 총 3가지 타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격대는 39,900달러부터 69,900달러로 형성되어 있다. 삼중 모터를 탑재한 사이버트럭의 경우 풀타임 사륜구동에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이 무려 2.9초에 이르고 한번 완충하면 804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트럭의 제로백이 무슨 의미겠냐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성능임을 입증하는 데이터다(참고로 람보르기니의 SUV인 우르스는 공식 제로백이 3.6초다)
싱글 모터의 경우는 제로백 6.5초, 1회 완충 시 402km 운행이 가능하다. 삼중모터나 듀얼모터와 달리 싱글 모터는 후륜구동이다. 사이버트럭의 3가지 트림 모두 6인승이고 전장은 5,885mm로 같다.
테슬라의 디자인은 SF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익숙하면서도 어색하고 투박하다. 때론 장갑차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누군가는 마인크래프트의 자동차를 보는 것 같다고도 했으며 렌더링만 대충 마감한 느낌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프로토타입이나 컨셉카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둥글고 부드러운 굴곡 없이 네모 반듯하게 각진 형상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일론 머스크가 우주 개척을 꿈꾸며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 X(Space X)에서 여러 발사체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대기권을 넘어 우주라는 공간에 진입한 로켓들은 대다수 버려지곤 하는데 스페이스 X는 이를 회수하여 재활용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스페이스 X의 발사체 소재로 쓰이는 강철 스테인리스가 바로 사이버트럭에 탑재되어 있으며 이를 압축하거나 구부릴 수 없을 정도로 두껍기 때문에 이러한 모양새가 되었다고 한다. 사이버트럭의 외형으로 인해 재미있는 밈(meme)들이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테슬라에게는 '조롱'이 될 수도 있지만 마케팅 측면으로 보면 긍정과 노이즈를 떠나 효과를 볼 수도 있겠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사이버트럭의 선주문량은 11월 24일 기준으로 20만 대였다.
사이버트럭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방탄유리였다. 사이버트럭의 성능이나 외형을 떠나 사이버트럭과 방탄유리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왔고 셀 수도 없을 만큼 여러 차례 회자되었으며 이슈거리가 되었다. 혹자는 재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이버트럭의 유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기 위해 금속공을 유리에 던지는 시연을 선보였다. 유튜브 영상에 올라온 것처럼 멀쩡할 줄 알았던 유리가 깨지는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일론 머스크 역시 당황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이후 뒷문 유리에 재차 테스트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일론 머스크의 이름이 '일론 머쓱'이 되는 순간이었을터.
공개 행사 이후 테슬라의 주가가 약 6%대 감소하기도 했지만 26일 기준으로는 상승폭이다(26일 오전 10시 기준 336.34달러)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을 치는 법이다. 방탄유리가 깨졌다고 해서 테슬라의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이 위태롭게 변화하는 것도 아니다. 일론 머스크에게는 그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어쩌면 예상했던) '해프닝'이었을 수도 있다. 재앙이라고 표현할 법 하지만 (과장하자면) 테슬라의 노림수일 수도 있다는 말까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카메라, 언론 앞에서 신차 공개에 시연 행사를 하는데 단 한 번도 이러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을까? 달리 보면 더럽게 운이 없었던 경우일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도 신차 행사와 함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조금은 있었을테니. 신차 행사 이후 테슬라 측은 '해머로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균열이 있었고 그로 인해 이러한 해프닝이 벌어졌다'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가 저 세상으로 떠난 이후 아이폰 후속작과 에어팟의 디자인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별로라고 손가락질해도 판매량은 그 논란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다. 사이버트럭은 조금 다를까? 기존 픽업트럭 시장에서 쉐보레의 콜로라도나 포드의 랩터 같은 거대한 픽업트럭이 자리한 경쟁 구도에서 사이버트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방탄유리 시연의 경우는 엎질러진 물,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주문이 밀려들어오고 있다는 건 '어차피 살 사람은 다 산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돌 연습생이 수년간 연습을 했다고 치자. 데뷔 무대 이전까지 완벽하게 연습을 했으니 내부 테스트는 이미 끝난 것. 하지만 데뷔 무대에 올라와 실수를 했다면? 결국엔 세상 밖으로 나와 부딪혀야 더욱 강해지고 견고해지는 법이다(아무리 그래도 완성차를 시연하는 자리에서 내구성에 대한 부분을 아이돌 연습생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일론 머스크에게 공식 행사 자리도 일종의 테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험만큼 소중한 건 없으니)
일론 머스크는 방탄유리에 대한 해명과 더불어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었고 2021년 양산이 예정되어 있으니 어느 정도의 시간은 있는 셈이다. 사실 도로 위에 사이버트럭 같은 차를 마주치게 된다면 충분히 눈길이 가게 될 것 같다.
맺는 말 : 대단해,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의 도전과 실험은 늘 새롭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을 놀라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실제로 영화 <아이언맨>의 메가폰을 잡은 존 파브로 감독이 일론 머스크를 모델로 삼았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남아공 출신의 일론 머스크는 1995년에 창업을 했다. 1971년생이니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차리게 된 것이다. 최초로 창업한 회사는 지도나 기업 정보 등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로 뉴욕타임즈 같은 곳이 회사의 클라이언트였다. 그렇게 첫 창업을 이루게 된 집투(ZIP2 Corp.)라는 회사는 4년 뒤 컴퓨터 회사인 컴팩에 인수된다. 이후 이메일을 통한 결제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는데 그것이 바로 페이팔(paypal)이다. 페이팔은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 매각되었는데 당시 가격만 무려 15억 달러였다고 한다.
보통 일론 머스크라는 이름만 들으면 테슬라를 먼저 떠올릴 수 있는데 우주 개척을 향한 그의 야망이 테슬라보다 먼저였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한 뒤 1년이 지나 테슬라모터스를 세웠다. 스페이스X의 경우 발사체의 디자인도 직접 담당할만큼 열정이 대단했다고 한다. 물론 수차례 실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명확한 성과도 존재한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인 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여기에 스페이스X가 선택받은 것. 이정도면 민간업체로서 매우 훌륭한 성과가 아닐까? 그의 우주에 대한 열정과 애정과 야망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테슬라 역시 그가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아니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겠다.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펼치는 솔라시티(Solar City)와 더불어 전기 에너지를 활용한 자동차는 그가 이룩한 집념의 결과나 다름 없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30분만에 주파할 수 있는 신개념 교통수단에 대한 아이디어도 존재한다. 하이퍼루프 프로젝트(Hyperloop pod competition)라고 해서 최고시속 1천280km를 낼 수 있는 일종의 고속철도인데 진공 상태에서 튜브를 띄우는 형태라 미래형 고속철도라고 보면 좋겠다.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는 대략 600km가 넘고 비행기를 타도 1시간 30분이 넘는 거리다. 영국의 버진그룹도 버진하이퍼루프원(Virgin Hyperloop one)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이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https://www.tesla.com/ko_KR/blog/hyperloop?redirect=no
또 한가지는 뉴럴링크(Neuralink)라고 해서 인간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이식 방법이다. 신경이 손상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체 임상실험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AI를 능가하는 초인류를 꿈꾸며 1억 달러 가까이 투자한 뇌 연구 스타트업이다.
전기 자동차와 태양 에너지 그리고 우주를 개척하고자 하는 야망과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초인류의 이룩까지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는 동굴 속에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졌지만 나노슈트를 이룩하기까지 수많은 형태를 거쳐온 것처럼 일론 머스크의 도전과 실험도 실패와 경험 그리고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성공할 순 없다. 도전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닌 법. 일론 머스크는 'When something is important enough, you do it even if the odds are not in your favor'(대충 의역하면, '무엇인가 중요하다고 느낀다면 실현 가능성을 떠나 몸으로 행동하라' 정도가 될듯 하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처음부터 가능한 것은 없다. 가능성이 100%일 때 성공할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또는 확률)는 가능성보다 적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은 변화하고 진화하는데 (감히 말해) 행동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난 현실에 안주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행동하고 있는 것인지 문득 곱씹어보게 된다.
※ 아래 내용을 참고하였으며 이미 기사화된 내용과 더불어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가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그러하겠지만 분명히 '호불호'라는 것은 존재합니다. 사이버트럭 역시 굉장히 크게 갈릴 수 있을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분들은 사시겠죠.
※ 일론 머스크의 이름은 엘론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 곳에서는 일론으로 작성합니다.
※ 사이버트럭에 대한 일반적인 팩트에 이어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를 사족으로 덧붙여봅니다.
※ 사이버트럭의 제원(스펙)에 대해서는 테슬라 홈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참고>
- <Elon Musk Hints At "200K" Orders For Cybertruck, Days After Launch Disaster>(2019.11.25), ndtv.com/world-news
- <Elon Musk : Tesla loses $768m after cyber-truck bullet proof window shatters during testing>(2019.11.25), http://news.obiaks.com-
- <Elon Musk says sledgehammering Cybertruck led to the onstage window failure>(2019.11.26), techcrunch.com
- <How Elon Musk works>, science.howstuffworks.com
- TESLA Website : https://www.tesla.com/ko_kr/cybertr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