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된 <나 혼자 산다> 에피소드에서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기안84의 모습이 그려졌다. 무아지경이 되어 무작정 뜀박질하는 걸 좋아했던 그가 정해진 룰이 존재하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몸을 던진 것이다. 지난번에는 대청호 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했고 이번에는 무려 세계 6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뉴욕 마라톤에 참가한 것이었다. 뉴욕마라톤과 더불어 도쿄, 베를린, 보스턴, 런던,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를 메이저 마라톤이라고 한다(여기에 시드니 마라톤이 2025년부터 추가될 예정이라고) 기안84는 이번 뉴욕 마라톤에서 4시간 48분이라는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풀 코스인 42.195km를 뛴다는 것은 단순한 평지라고 해도 거스를 수 없는 중력의 힘을 온몸으로 부딪혀야 할 뿐 아니라 그 덕에(?) 점점 무거워지는 몸을 힘겹게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오롯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야속하지만 그냥 평지만 있을 리도 없다. 몇 배는 더 힘들 오르막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내리막까지 아주 스펙터클한 코스를 심장이 튀어나올 듯 어렵게 버틸 수 있어야 완주에 성공한다는 셈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tvN 예능 프로그램 <무쇠소녀단>에서는 통영 철인 3종 대회에 참가한 멤버 전원이 모두 완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수영으로 1.5km를 내리 헤엄을 치고 사이클로 40km를 또 달리고 그 몸을 이끌고 10km를 또 쉴 새 없이 달려야 하는, 말 그대로 '철인' 경기였다. 시청자 입장이었지만 보는 내가 숨이 막힐 정도였다. 비단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 역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5km든 10km든 하프든 완주 기록을 사진으로 인증하기도 했다. 러닝 크루가 마구 생겨날 정도로 최근에는 운동 삼아 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도 지금은 러닝에 조금 빠져있는 편인데 '뛴다는 것'이 어떤 단순한 트렌드의 개념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뛰면서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도파민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땀을 좀 흘리면 노폐물이 빠져나가 얼굴색부터 달라진다는 걸 느끼게 되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 뛰는 동안은 숨을 헐떡 거리며 심장과 다리를 부여잡고 있지만 뛰고 나면 개운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무엇보다 돈이 들지 않는 운동이니 이 얼마나 훌륭한가. 물론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참가비용이 들기도 하는데 그에 따른 전리품을 손에 쥘 수도 있다.
대학 시절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세 번은 소소하게 4~5km씩 달리고 있는데 예전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대회에 덜컥 나갔더랬다. 고작 5km 달리는데 손목에 달려있는 시계도 벗어던지고 싶을 정도로 무겁게 느껴졌단 말이다. 그래도 지구력 하나쯤은 남 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뛰는 중에 수십 번도 더 생각했다. 진짜 하찮구나. 풀코스는커녕 5km도 그리 길게 느껴질 줄이야. 지금 와서 생각하면 평소 어렵지 않게 달리는 수준인데 말이다. 결국은 노력이다. 달리면서 호흡하는 방법이나 앞으로 내달리기 위한 근육을 키우고 평소 심박수를 안정하게 하는 그 모든 행위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 운동화를 신고 1km를 달려도 누군가에게는 도전이고 대회에 참가해 10km를 뛰어도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냥 무턱대고 덤빌 일은 아니다. 오늘도 거칠게 숨을 내쉬며 땀을 흘렸다. 오늘은 이만큼, 내일은 조금 더. 그렇게 목표를 늘리다 보면 내년에는 조금은 더 거대한(?) 도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래 전 마라톤 하면서 발에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은 덕분에 발바닥에 굳은살이 크게 하나 박히게 됐는데 "평소 발을 쉬게 두시면 없어질 수도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그게 풀 코스 뛰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긴 하다. 발바닥에 미안함을 갖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