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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SOOOP Jun 08. 2021

포구에서 쓰는 편지 _ 우명

화포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쇠리가 나온다. 산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이 소가 한가로이 되새김질하는 형국이라 쇠리라고 했다. 쇠리회관 앞에는 오래된 앵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앵두가 열리는 봄날이면 앵두 서리(?)를 하러 밤 시간에 들리곤 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지금은 문 닫은 지 오래되었지만, 쇠리회관에서는 그날그날 잡아온 낙지와 조개류로 해물탕을 끓여주었다. 


해안길을 따라 좀 더 거슬러가면 우명마을이다. 일명 소울음 마을. 우명 포구는 물이 들면 잠기는 구조다. 주말이면 포구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 숭어나 망둥이 등을 잡는다. 또 마을의 몇몇 집들의 건조대에는 약간 혐오스러운 생선이 말려지고 있는데, 생김새 하고는 달리 맛이 뛰어나고 남자들에게 특히 좋다는 대갱이란 생선이다. 대갱이는 주로 양념에 버무려 먹는데, 뻘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열 두 구멍을 뚫고 살기 때문에 장어처럼 힘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화포, 쇠리, 우명. 참 정겨운 마을 이름이다. 

가끔 홀로 외로울 때, 나는 이 곳을 찾는다. 저 멀리 아스라이 여자도가 보인다.


우명포구 _ 기별(gelatin silver print, 160_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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