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전통적인 사진 기법과 현대적 추상 예술

조앤 더건 Joanne Dugan 

by JI SOOOP Mar 08. 2025


조앤 더건(Joanne Dugan)은 현대 사진 예술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사진 기법과 현대적인 추상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명상적 수행과 시각적 표현의 융합을 보여줍니다.


더건의 작품 제작 과정은 그 자체로 명상적 수행의 일환입니다. 그녀는 젤라틴 실버 프린트나 청사진 기법을 사용하여 수작업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다시 자르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느리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의도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건의 작품 제작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녀가 종종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암실 자체의 도구들, 예를 들어 확대기 렌즈의 빛이나 암실에 새어 들어오는 빛 등을 활용하여 이미지를 만듭니다. 이는 사진의 본질적 요소인 빛 자체를 주제로 삼는 그녀의 예술적 접근을 보여줍니다.


더건의 작품은 주로 그리드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구성 요소는 미세하게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과 변주는 명상 수행 중 경험하는 통찰의 순간을 시각화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Multiples' 시리즈에서는 하나의 프레임이 다른 것들과 확연히 구별되는데, 이는 불교의 '사토리(깨달음)' 개념을 표현한 것입니다.


더건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완벽한 그리드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각 요소의 미세한 차이와 불완전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더 주의 깊게 작품을 관찰하도록 유도하며, 보는 행위 자체에 대한 성찰을 촉진합니다.


더건의 작품은 베른트와 힐라 베허의 그리드 작업, 에그네스 마틴의 추상적이고 명상적인 그림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선불교와 인도 얀트라와 같은 동양의 시각적 전통에서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비평가들은 더건의 작품이 형식적 엄격함과 직관적 표현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윌리엄 헌트는 그녀의 작품을 "신비로운" 것으로 묘사하며, 관람자가 예술가가 제시한 여정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앤 더건의 작품은 전통적인 사진 기법과 현대적 추상 예술, 그리고 동양의 명상 철학을 독특하게 융합한 결과물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서 관람자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건의 작품은 우리에게 멈추어 서서, 보는 행위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합니다. 이는 예술의 본질적 역할 중 하나를 상기시키는 중요한 메시지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소개하고 있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장시간 촬영을 하거나, 필름보다는 인화지를 사용하거나, 카메라없이 사진을 만드는 작가들입니다. 그리고 사진의 찰라 현상보다는 명상적이거나 철학적 무게를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들입니다. 근래의 사진들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조금은 가볍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하여, 사진이란 것이 어떤 지점에 와 있는 지 되돌아보면서, 사진의 확장이나 작가의 철학적 배경에 의미를 두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잘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작업이 새롭게 느껴진다면 좋겠습니다.

이전 07화 빛과 그림자의 기억, 그리고 시간,  루멘 시리즈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