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500자 연재 8화]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 배에 오르자 선장이 거친 손을 건넨다. 엔진 소리와 함께 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육지의 풍경은 점점 멀어진다. 짙푸른 바다 위로 하얀 포말이 일렁이고, 따스한 햇살이 수면 위에서 반짝인다.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짧은 항해를 하는 동안, 마치 시공간이 뒤섞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밀려온다. 20세기 초 이 섬으로 온 영국 청년 에드윈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듯하다. 바다 위로 반짝이는 햇살은 마치 22세기 작가 올리브가 본 비행선 터미널의 불빛처럼 눈부시다. 섬이 가까워질수록, 시간의 층위가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이 순간, 우리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 속에 있다. 마침내 배가 섬에 닿았다. 발을 내딛는 순간, 이곳에서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작은 섬이 품은 비밀을 하나씩 풀어갈 시간이다. 500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곧 펼쳐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