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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Feb 03. 2023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일상회복단계


2014년 발매된 Zion.T의 <양화대교>는 9년이 지난 지금까지 '행복하자'를 선창 하면 '아프지 말고'가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노래이다.


나이가 들 수록 ‘행복하자-아프지 말고'라는 가사가 인과관계 또는 전제조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일상의 행복과 즐거움은 건강한 심신에서 비롯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얼마 전 꽤나 호전된 허리상태를 과대평가하고 소형가구를 버리고, 새 가구를 들이는 과정 중에 "야 너 깝치지 말랬지"라며 디스크형님께서 쩌릿한 시그널을 보냈고 처벌로는 엄마생신기념 친정행 일정을 무마시켰다. 음, 그래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런 일은 2년 전부터 종종 또는 자주 있어왔던 에피소드라 금세 쓰린 맘 달래고 말았지만 "울 엄마 딸자식 낳아놓고 천리길에 두고 살면서 생일날 새끼 얼굴 한 번 마주하기 힘드네"라는 자기반성을 하며 아프다는 건, 나 혼자만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야?)


설상가상 부쩍 신랑의 허리가 앓는 소리를 낸다.  '얘는 무거운 거 들면 안 돼'라는 규칙이 생긴 2인 가구에서 나머지 1인이 된 신랑은 '무거운 걸 대신 드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 역시 서른 중반의 나이이므로.. 그 짐을 뺏어 들어 가져올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잠자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이 그를 돕는 길이리라. 그가 대신 들어주는 짐의 무게만큼 묵직해지는 내 마음 역시 디스크형님의 처벌인가?


혹, 모두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라는 이 순서를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로 바꾸면 아픈 이들과 그 옆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중요성을 조금 더 알 수 있을까?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이 정도만 걷고 움직이고 먹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꾸준히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평생 전국팔도를 쏘다니고 철없이 즐기다가 죽었으면 좋겠, 아니 그러니까 '죽는 순간을 고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아프기는커녕 행복해하다가 갔네, 다행이네'라며 차라리 걱정보다 그랬으면 좋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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