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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머리에 내 머리에 한 짓을 알고파

베르너 홀츠바르트의『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둘. 

  12살 띠 동갑 니글이와 큰 딸 채원이는 고약한 거만 닮았다. 큰 딸 채원이는 밥 먹는 걸 무지하게 싫어해서 네 살까지 우유병을 빨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니글이는 여덟 살까지  젖병으로 우유를 마셨다. 젖병을 오래 빨으면 이빨이 빨리 썩는다고 하는데 다행히 채원이나 니글이나 단 것을 끔찍하게 싫어해서 충치는 거의 없는 편이다. 밥 먹는 거를 싫어하니 야채 먹는 건 더 싫어하고 섬유질이 부족하니 당연히 니글이의 대변은 거짓말 안 보태고 남해안 절해고도 보길도란 섬  백사장에 “자르르 자르르.‘ 파도에 밀려 씻긴 까아만 짱돌 같다. 어른 엄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에 가끔 피도 섞인 염소똥. 그런 변을 보면 엄마가 슬픈 표정을 하는 걸 본 니글이는 큰일 치르느라 이마에 맺힌 땀방울에 눈물방울까지 보태며 " 니글이가 미운 똥  만들어서  엄마 슬퍼?"하고 미안해했다.  

 세 살이 되자 큰 맘 먹고 집 앞 놀이방에 보냈다.  아직 변도 못 가리는 아이를 원장선생님께선 배변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기저귀 입히지 말고 보내라 하셨다. 안 된다고 하려다 이번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기회다 싶어 진짜 기저귀를 안 채우고 보냈다. 그날도 니글이는 오전 열한 시 규칙적인 대변을 인고의 고통을 견디고 생산(?)해냈다,  아뿔싸 이때 보조 선생님은 다섯 살 이상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바깥 놀이를 갔고 놀이방에는 원장선생님과 제일 어린 니글이만 있었다고 한다,  생전 처음 기저귀도 안 차고 배변 시도를 한 니글이는 팬티와 바지를 벗고 그냥 거실 바닥에서 응가를 했는데 이게 정확하게 "아주공갈 염소똥"  열세 개다. 마침 아이들 바깥 놀이 갔다 오면 아이들 간식 주려고 원장선생님께선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드시고 작은방 탁자 위에 시원한 주스 13잔이 플라스틱 잔 가득 찰랑거리고 있었다. 

 조금 전에 자기가 만들어 낸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만 동글동글하고 예쁜 염소 똥을 니글이는 어디론가 숨기려고 했던 거 같다. 집에서도 엄마가 자기가 싼 황금 똥을 보고 화안하게 웃다가 콩자반같이 검고 작은 염소 똥을 보면 얼굴을 찌푸리던 게 떠올랐는지, 가끔씩 나 몰래 염소 똥을 분유통이나 거실 서랍장 같은 데  숨겨 놓았다. 지난번 설날엔 시어머니가 청심환을 찾으시길래 금박 벗긴 청심환(?)을 찾아 드렸다가 식겁한 일도 있었다.

 그날  니글이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주스컵을 발견했고 방긋 웃으며, 정성스레 그리고 조심조심 자기 똥 알을 한 알씩 주워 공평하게 13개의 주스컵에 토핑(?)으로 빠뜨렸다. 잠시 아주 잠깐 동안 똥 알은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뽀그르 가라앉았고, 몇 분 뒤 아이들이 간식 테이블에 둘러앉아 "날마다 우리에게 간식을 주시는 ,,,,,선생님 먼저 드셔요 친구들아 같이 먹자!"하는 노래를 끝나자마자 똥 알은 정체를 드러내며 “뽀그르르” 주스컵 위로 가쁜 떠올랐다고 한다. 그날 이후 울 딸 별명은 ‘똥 알이’가 됐고, 니글이 때문에  안 간다고 떼쓰는 아이와 어머니들의 항의로 ‘공룡어린이집’ 최초의 제적 원아로 기록되었다.      

셋.     

결국을 수업을 방해하면 안 될 거 같다고 판단한 이모는 "그럼 채영이 방귀 이모 줘, 이모도 채영이 방구 먹고 싶어" 하고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니글이를 달랬고, 그날 이모는 한 번에 세발 장전된 니글이 방구탄을 연거푸 4번 먹어야 했다.

 난 니글이의 방귀 냄새가 좋다, 고소하고 큼큼한 방구 냄새를 맡으면 내 새끼 뱃속으로 들어간 음식물의 영양분이 대장과 소장으로 나뉘어 흡수된 후 섬유질로 배출된 건강한 신진대사의  신호음같아. 안 먹어도 배가 그득하다. 아이가 음식을 맛나게 먹는 거만 봐도 배가 부른 거처럼 똥만 잘 누어도 흡족하다.  게다가 똥이  황금빛이면 세상을 그보다 좋을 수가 없다. 이해가 안 가겠지만 진짜  내 새끼 방구 소리는 뽀봉뽀봉 사랑스럽고 대장에서 흡수되어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  똥 덩어리는 대견하고 멋지다. 더 더욱 흐뭇한 건 내 새끼가 자기 스스로 생산에서 밖으로 밀어낸 결과물이라 더 감동적이다. 

 기운 딸리고, 세상사는 게 별 볼일 없다 싶을 때, 내 새끼 밥 잘 먹고 온몸에 영양분 다 나눠준 후, 자랑스러운 섬유질로 똘똘 뭉친 한 똥 덩어리를 보면 진짜 살 맛 나고, 이럴 때 니글이 똥에는 맛난 향기가 난다. 이 글 쓰면서 소재가 변이라 비위 상한다고 느끼는 분은 자식 안 키워본 사람이다. 웬만한 엄마들은 내 맘 알거다.


독일의 아동문학가 베르너 홀츠바르트의 작품인 이 책은 구성이 단순하면서도 어른들의 문학이 지닌 기승전결의 구성만큼이나 탄탄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작가의 기발한 착상이 돋보이는 대표작품『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원제는 “누군가 머리 위에다 한 짓이 뭔지 알고파 하는 작은 두더지로부터”라고 한다. 이 작품은 작은 두더지가 해가 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땅 위로 고개를 쑥 내미는 순간 두더지 머리 위로 똥이 떨어지는 것이 발단이다. 두더지는 똥이 과연 누구의 똥인지 밝혀내기 위해 집요하게 똥 싼 동물을 추적한다. 명확한 선과 풍부한 색감으로 각 동물의 생김새와 마음이 잘 드러나게 그려서 오려 붙인 그림이 시원스런 이 그림책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아이들은 비둘기와 말과 토끼와 염소와 소와 돼지 등의 새로운 동물을 만나게 되며 아이들은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     


베르너 홀츠바르트가 글을 쓰고 볼프 에를부르흐가 그림을 그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똥 이야기 분야의 베스트셀러이다. 

 오랜만에 두더지가 땅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는데 순간 그의 머리에 누군가 똥을 싸고 사라졌다. 화가 난  두더지는 똥 주인을 찾아 나선다. 비둘기와 말, 토끼와 염소, 소와 돼지를 찾아갔지만 이들은 자기 똥은 다르다는 것을 직접 똥을 싸서 증명한다. 마침내 정육점 집 뚱뚱보 개 한스의 짓임을 안 두더지. 덩치도 너무나 크고 위협적인 뚱뚱보 개 한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 두더지. 한스의 머리에 작고 까만 똥을 한 점 누고 땅속으로 사라진다. 

 앞이 안 보이는 두더지를 아이들이 좋아할 리란 없다. 아이들은 더 강하고, 더 멋진 동물이고 싶다. 그러나 약하고 겁 많은 두더지야말로 아이들 모습이다. 아이들은 눈이 있지만 다 보지 못한다. 작은 눈속임에도 쉽게 넘어가고, 농담 삼아 한 말에도 불끈한다. 어른들 세계에 빼꼼 고개를 내밀면 ‘쪼그만 녀석이’ 하며 무시당한다. 그래도 대놓고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아무리 아이라지만 내 생각이 있고 무시 받으면 되갚고 싶다. 내 머리에 누가 똥을 쌌다니! 참을 수 없다.     

 두더지는 보잘것없지만 스스로 생산한 똥으로 한스에게 복수를 한다. 다시 말해 ‘나도 똥 쌀 수 있거든’이란 자기 선언이다. 내 머리에 똥을 싸고 달아난 사람의 머리에 나도 내 똥을 남기면서, 나도 너하고 똑같은 아니 크기는 작지만 무엇 하나 꿀리지 않는 존재임을 보여 준다. 

이 그림책은 잘 읽히는 유아용 그림책의 전형을 보여준다. 친숙한 동물이 등장하고 누군가가 부당하게 아무 잘못도 없는 나에게 똥 벼락을 내린다면 어떻게 할까? 라는 물음에 아이다운 정답을 말해준다. 두더지의 똥 모자는 어쩌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날아든 누군가의 감정의 배설물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앞이 안 보이는 두더지의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 다른 동물들의 똥 덩어리의 생김새에 하얀 물같은 비둘기 똥 “철썩!”, 까만 사과 같은 말똥 “쿠당당탕!”, 새알 초콜릿 같은 염 소똥 “오당통당!”. 이렇게 재미진 음성 상징어로 형상화된 동물들의 똥은 10살인 니글이까지 “까르르 까르르!” 목젖이 보이도록 포복절도하게 하는 세상에서 제일 웃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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