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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똥그림책을 좋아해요

아이들이 왜 똥 이야기 그림책에 열광하는지 궁금하죠?     

똥알이 사건

하나.          

 우리 니글이는 유독 똥과 방귀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데도 학교 가는 길 엄마 손 잡고 가다 기분이 좋으면 꼬옥 부르는 노래가 있다. 

 “내 똥꼬는 힘이 좋아, 암만 봐도 힘이 좋아 내 똥꼬를 거쳐 갔던 똥들에게 물어 봐봐 긴똥 두꺼운 똥...황금빛깔 누런 똥...”가방은 엄마더러 매게 하고 가쁜한 몸으로 깡총거리며 ‘응가송’을 부르는 니글이는 3살부터 똥 노래를 입에 달고 산다.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은 ‘누가 내 머리에 똥 쌓어?’(그림/볼프 에를브루흐 글/ 베르너 홀츠바르트, 사계절) 다음으로 감동적인 그림책은 ‘강아지똥’(글/권정생, 그림/정승각, 길벗 어린이)와 ‘엉덩이가 집을 나갔어요’(글/ 호세 루이스 코르테스, 그림/아비, 한길사)라는 그림책이다.  남편은 가끔 니글이가 더럽게 똥 얘기를 자주 한다고 버럭 화를 낸다. 무식하게도 애가 관심끌려고 비위생적인 똥 담화를 즐긴다나, 암튼 얼굴이 벌개지도록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아이들의 심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이란 글을 쓴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박사는 

  “똥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최초의 생산물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몸에서 무언가가 쑥 나와 덩어리져 있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대견한데, 어른들은 더럽다며 코를 막거든요. 그러면서도 아이의 똥을 치우며 싫지 않은 미소를 짓는 이런  어른들의 반응에  아이들은 기분이 좋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이중의 감정에 빠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원초적으로 자신이 만든 최초의 생산물인 똥을 더럽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똥이 들어가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라는 글을 읽고 내 아이가 똥 이야기에 탐닉하는 근본적인 심리를 알 수 있었다. 

 엄마인 나도 내 아이 똥은 더럽기는 커녕, 기특하고 흐믓한데, 아이가 소중한 자기 몸에서 나온 코딱지나 똥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믿기 어렵겟지만 레알 진짜로 내 새끼 방귀 소리는 달달하고 쿰쿰 고소하다. 진짜 고 쪼마난 엉덩이에서 “뾰보 봉!”하고 나오는 신진대사 활발한 효과음에 콧노래가 절로 난다. 어쩌다 득템한 날은 니글이가 황금색 변을 봤을 때다. 제법 실한 황금색 똥덩어리를  변기에 동동 띄우고 엄마 오면 자랑한다고 물도 못 내리게 하는 엉뚱한 니글이 땜에 곤란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똥이나 방귀란 단어에 “까르르.” 웃는 어른들을 보며 심하게 헷갈리는 아이들. 심한 경우 내 것을 빼앗아간다는 생각에 어른들에게 저항하기 위해 똥 누기를 거부하기도 한다고 하고, 심지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똥을 누기도 한다. 어떤 아기는 자기가 싼 똥을 덥석 집어서 어딘가에 숨기기도 한다.

  우리 늦둥이 니글이는 세 살까지 변보는 게 신통치 않았다. “아주 공갈 염소 똥 천원에 열 두 개란 노래가 생각나는 변비의 대표적 생산물 토변(토끼똥)을 누었다. 기저귀를 갈을 때 툭 털어내면 재활용이 가능할 만큼 기저귀가 깨끗했다. 어느 날은 끈적이는 염소똥 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으니, 니글이 똥의 색깔과 모양에 따라서 오늘은 맑음 혹은, 흐린 엄마의 표정에 아이의 희로애락이 함께 하는 형극이었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황금 똥을 자기 몸으로 만들어냈을 때에 니글이가 느낀 환희(?), 게다가 진땀을 흘리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기 똥을 관찰하던 3살 니글이는 황금 변을 생산하거나 엉덩이가 뽀로로 떨리는 신진대사 발랄한 방귀를 생산하고 싶은 열망에 늘 목이 말랐을 거다.

 니글이가 부끄러운 별명 ‘똥알이’를 제 이름 석자 뒤에 붙이고, ‘공룡어린이집’의 코끼리 반에 들어간 지,  3일 만에 쫓겨난 똥알이 사건은 황금변을 보지 못하고 사람의 아가인데 염소 똥을 누어야 했던, 니글이 10년 인생을 통털어 오욕의 화룡정점을 찍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똥 이야기가 나오는 그림책           

 사방에서 똥이 날아다니고, 금기시되는 ‘똥’이란 말이 그림책 가득히 쏟아져 나오는 것에 (아이들은) 열광한다. 부모들이 정한 금기를 깬다는 것은 약한 아이들에겐 더없이 즐거운 놀이이기에 아이들은 이 (똥 이야기) 그림책이 즐겁다.  

 프로이트의 학설에 따르면 유아의 삶에 나타나는 두 번째 단계가 항문기(anal stage)라고 한다. 첫 번째 단계를 구강기(oral stage)라고 하는데, 유아는 자신의 입과 입의 기능으로부터 얻는 기쁨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을 보면 뭐든 입에 집어넣고 빨아 대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입으로 먹고 그 결과 생산된 똥은 유아들에게 기쁜 생산물이자 창조물이다.

 똥 [명사]은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여 항문으로 내보내는 찌꺼기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똥이라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는 매력적인 사물이다. 인간은  누구나 배설을 한다, 대통령도 싸고, 옆집 강아지도 먹으면 싸고 그게 냄새도 난다. 흐뭇하고 고약한 이 덩어리는 다시 흙으로 가면 귀한 존재가 된다. 그걸 먹고 생명체들이 자라고, 그 생명체를 인간이 다시 먹고 이렇게 똥은 매력적인 물건이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몇 가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배변활동을 하며 삶의 에너지를 느낀다고도 한다.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박경자 교수는 “아이들이 변을 보는데서 쾌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똥과 방귀가 모든 관심사의 중심이 됩니다.”고 말한다. 어쩔 땐, 친구들이나 부모들이 찡그리는 표정을 보고 재미있어서 더더욱 ‘똥’이야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방귀대장 뿡뿡이’와 같은 프로그램과 똥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참 많은 것이라고 한다.

  똥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소재인 것만은 확실한 거 같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똥’을 주제로 한 아동 문학은 대표적으로 『강아지 똥』,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똥이 어디로 갔을까?』, 『똥이 풍덩!』, 『주먹만 한 내 똥』 등으로 약 3천 권 이상의 책들이 국내에 발간돼 있다고 한다.(출처: 대한출판문화협회)

 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해준다. 색깔과 냄새로 우리의 건강상태를 알려주기도 하고, 영양소 역할을 하며 거름이 되고, 무엇보다도 자연친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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