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Free

#22 파리 이야기

by 김태촌

어젯밤

T의 호스트인

파리지앙

하비어는 반대했었다


파리에 좋은 곳이 많은데

하필 파리도 아닌

그 먼 곳으로

하루를 통으로 써서

다녀오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T는

몇 시간 잠을 자지 못했지만

아침에 눈이 잘 떠졌다




이른 아침부터

에펠탑 앞은

투어버스들과

여행객들로

분주하다


T가 탈 버스 또한

이미 만석이다


T를 포함하여

아시안은 총 3명이다


나머지

두 일본 여성분은

처음엔 서먹하다

도란도란

일본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브리 영화니까

일본 사람들에게는

어련히 유명하겠냐는 생각이

창밖을 바라보는 T를 스친다



버스가 출발하고

여성 가이드분의

가이드가 시작된다


영어와 불어

그리고 스페인어까지

세 개의 언어로

가이드를 시작하는

그분에게서

품어 나오는 아우라를 느끼며


심지어 T는

그녀의 프랑스어에서

아름다움까지 느끼며

스르르 잠에 든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에 영감을 준

몽쉘미셀은


꿈에서 계시를 받아

바닷가에 지은

거대한 수도원이자


어릴 적 T의

꿈에서도 나왔던 곳이기에


T에게는 파리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소였다





미리 준비해 둔 영화의 주제곡을 들으며

혼자 바닷가의 성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T의 기분은 참으로 신비롭다


바람이 불어오니

꼭 이곳이

하늘 같은 느낌이 든다




좁은 골목을 따라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에든버러의 골목보다도

북적북적하여


사람들에 밀려

낯선 골목으로

휩쓸리는 것이


마치 개학하기 전의

다이애건 앨리 같다고 T는 생각했다




T는

꼭대기의 수도원까지 올라왔다


그가

몇 번이나 보았던

'청공의 성'과

오버랩되는 감격에

흠뻑 젖어든다




특히나

성의 오래된 이끼와 풀들은

영화에서 묘사된 그대로였다


갈매기들도 큰 배인 양

계속 옆을 맴돈다


꼭대기 정원에서

영화의 주제곡을 듣자

강한 바람이

T를 천공의 성으로 인도한다


그는 정말 라퓨타에 와있었다




T는

한참을 머물렀다

이토록 아무것에 쫓기지 않고

무언가를 음미하는 게 얼마 만이었을까


문득

이곳의 생생한 기록을

글로 남기고 싶은 T는

노트북을 꺼낸다


그가

언제 글을 쓰고 싶은지

알게 된 순간이다




T가

파리에 도착할 때는

해 질 녘이 되어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그에게 후회는커녕

아직도 황홀경에 빠져 있다


파리하면

너무나
가 볼 곳들이 많았지만

역시나
본인에게 의미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단순히
이것은 여행지의 선택만이 아니다


바게트 하나로 버틴

T의 파리 여행이지만

그는 행복했다


앞으로의 여정도

남들에게 유명한 곳보다

그가 가고 싶은 곳이

우선 되게 되는 순간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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