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독일 이야기(2)
뮌헨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큰 가방들을 둘러메고
전형적인 유럽의
골목을 헤매고 있는 T지만
이미 유럽의 거리를 경험한 그에게
이곳이 낯설다고 느껴지는 것은
비가 오기에
거리에 아무도 없다는 것
외에도
이곳의
선과 색감은
단순하면서도
투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렵게 구한 호스트의
아파트를 찾았다
선생님이라는
각진 게르만 혈통의
호스트의 얼굴에는
하얀 분화장이,
늠름한 신체에는
하얀색 시스루 옷이,
마치 북유럽의 거친 암석에
하늘하늘 한 하얀색 스커트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것만 같다고
T는 생각한다
더욱이
그는 이곳이
네이키드 존이라고
이야기한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새벽 버스를 놓쳤기에
피곤이 쌓여있지만
팬티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그의 대답에 T는
짜증 낼 에너지도 아끼며
미련 없이 집을 나선다
T는
왁자지껄한
맥주 펍에 앉아 있다
대로변 육교 위에
뜬금없이 설치된 선상 위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펍이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시끄러운 곳에서
‘사피엔스’ 책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참여한
인도계 독일인들의 억양을
T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나머지 참석자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그들의 영어를 알아듣는 것이
그에게는 신기하면서도
또한 묘한 좌절감을 안겨주는 중이다
그때
혜성같이
살마드가 등장한다
인도인이지만
현지인 뺨치는
그의 발음과 도움으로
T는 토론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우렁찬 목소리와 발음으로
자기표현도 능숙하게 하는 그는
오늘 온 사람들 중에서도 특출 나게 토론을 이어간다
더욱이 k-culture에
T보다도 더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T에게 독일에서의
첫 맥주를 사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북적 지껄한
이색적인 선상에서
사피엔스라는 책으로
토론을 하면서
마시고 있는
T의 첫 독일 맥주는
가히
하나의 예술이었고
그는 그렇게
살마드의 집에서
머물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