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Free

#23 독일 이야기

by 김태촌


깜깜한 어느 새벽

독일의 Mennheim 역에

버스는 조용히 도착한다


갈아타는 버스까지는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있기에

T는 마을을 둘러보기로 한다


아무도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주섬주섬 옷을 꺼내 입고

이름 모를 독일의 한 새벽 거리를 걷자


독일에서 유학을 했던

옛 지식인들로 빙의된 T는

뚜벅뚜벅 걸으며

이곳을 회상한다



어둠 속에서 투박한 독일어가 들린다

곧 다투는듯한 연인이 지나간다


멀리서 젊은 친구들이 떠드는 언성이 들린다

그 소리조차도 세기말에 낭만처럼 느껴진다



이곳의 명소라는

워터 타워에 도착하니 목이 마르다


워터 타워인데

음수대가 없다


벤치에

남은 맥주를 발견한다


한 모금 마시니

꼭 세기말에 낭만 속으로

본인도 들어간 것 같다고 생각한다





T는 터미널로 돌아온다


짧은 시간에

독일의 낭만과

불심검문하는 나치 경찰,

독일의 맥주 맛도 보았는데


정류장에서

축구팬들이

유니폼을 입고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도 보니

T는 본인이 이미 독일의 모든 모습을

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T는 혼자

독일의 낭만에 젖어가는데


부웅하고

도착한 버스 한 대가

망설임 없이 떠난다


T는 눈앞에서

버스를 놓친 것이다




버스를 놓쳤기에

다음 일정이 꼬인 T이다


버스 표도 새로 구입해야 하는 지출에

그의 힘이 빠진다


목이 마르다

새벽의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냥 자고 싶다


T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여행 처음으로 한다




허나

깜깜했던 밤하늘이

옅은 푸른색으로 바뀌어 간다


여명이 밝아 온다는 뜻이다



눈이 아파서 쪽잠을 청하니

조금 났다


물론

맥주가 더 저렴하지만

편의점에서 물을 사 먹으니

T의 갈증이 해소된다


아침 버스도 다시 예약하고

카우치 서핑의 대체제도 찾았다


그가 충전을 하고 있으니

어떤 여행객이 와서

본인은 여행이 끝났다며

본인의 보조 배터리를 주고 간다



결국

새로운 아침이 밝아옴과 동시에

모든 것이 또한 해결되었다




T는

벤치에 앉아 지긋이

뜨는 해를 바라본다


전철을 꽉 채운 사람들이

찬란한 아침햇살의 후광과 함께

당당한 걸음으로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T는 그녀와의 관계에도 답이 내려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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