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런던 이야기
어린 시절 T.
조그만 방의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웬일인지 학교에서는
매번 반복되던 지겨운 숙제가 아닌
가보고 싶은 나라를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그래서인지 T는
컴퓨터는 게임만 하는 도구인 줄 알았던
, 그래서 컴퓨터를 할 때마다
따라오던 죄책감이 아닌,
숙제라는 합법적인 명목하에
영국의 런던을 찬찬히 훑어 보고 있는 중이다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니터에 코를 박은채
영국의 국기나
타워 브리지 등의 건축물 이미지 따위를
문서로 붙여 놓는데 온 힘을 기울인다
세계적인 도시 런던
런던의 날씨는 화창했다
모든 문화와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모이는 이국적인 거리의 모습과
구역을 돌 때마다 나타나는 화려했던 대영제국의 건축물들이
모두 공존하는 런던은
그간 스코틀랜드 친구들의 비난에 형성된
고정관념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활기가 넘친다고 T는 생각했다
해리포터의 고장답게
이곳의 킹스크로스 역이나
그 맞은편 대영 도서관을 방문해
어릴 적 추억과 시간을 보내보는 T.
이외에도
전 세계의 모든 물품을 빌려왔다는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전 세계인들을 무료로 맞이하는 대영박물관에서
하루 온종일 시간을 보낸다거나
문래 창작촌처럼
공장과 지하터널, 탁한 운하를 끼고 있는 어두운 공간을
밝은 젊은 영혼들이 인파를 이루고 있는
Camen town을 구경하기도 하고
각종 왕궁과 시계탑이 보이는 빨간 공중전화부스,
여러 에피소드로 얼룩진 미국대사관과 BBC,
여왕의 가든, 셜록홈스의 사무실을 포함하여 유명인사들의 장소등
현지인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장장 2시간 30분 동안의 런던 마라톤을 뛰기도 하면서
T는
빨간 버스
시내 자전거
그리고 직접 달리기를 통해
온 런던을 누비면서
이곳을 만끽한다
허나
저녁시간 올가와 나누는 대화들은
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만다
올가와의 저녁시간
저녁시간은
호스트인 올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구글에서 일하다가
본인의 스타트업을 차리고
조금 안정이 되자
카우치 서핑 호스트를 시작하여
손님들을 통해 여행을 경험하려 하였고
T는 그의 첫 손님이다
그도
이혼을 했지만
딸이 있기에
T처럼 떠날 수는 없다
꽤 공통점이 많은 그들은
대화가 잘 통한다
바이든과 트럼프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이민과 캐나다 이야기 등을 나누다
영화, 이상형 등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이야기를 할수록
비슷한 점이 더더욱 많다고 느낀 올가는
T에게 요긴한 방법을 하나 알려준다
’Why method‘
올가 본인 또한 구글을 퇴사할까 말까 고민했을 때
사용했다던 이 기법은
쉽게 이야기하여
입으로 뱉은 대답에
계속 왜냐고 묻는 것이다
마침 생각정리를 위해 떠도는 T를 위해
올가가 직접 이 기법을 진행하기 시작한다
여행을 왜 시작했는지..
.. 왜 하필 여행이었어?
..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거지?
왜 이별을 결정하였는지..
.. 왜 그녀가 결정했다고 생각해?
.. 왜 너는 그것을 받아들였지?
앞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 왜 그걸 하는 거지?
.. 왜 그걸 안 하는 거지?
올가의 구체적이고
끊임없는 질문에
T는 본인의 결정의
깊고 어둡고
때로는 차가운
심층적인 부분들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깨닫는다
T는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아니
많았다
많은 깨달음 속에
그날 저녁을 산 T는
방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생각이 많아졌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리게 되어 있어
닫히는 문만 바라보고 있으면, 열리는 문을 보지 못해
그래
내가 할 수 있을까는 생각하지 말자
해보고 싶은 대로 살다 가는 거야
T의
깜깜했던 가슴속에
조그마한 가스불이 훅 켜진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