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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Aug 14. 2024

#3 눈에 그려지는 글 써보기

20231118 주제 : 기다림

1.


해 질 무렵 바람도 몹시 불던 날

집에 돌아가는 길

버스 창가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 어쩌지도 못한 채

난 그저 멍할 뿐이었지


난 왜 이리 바본지

어리석은지

모진 세상이란 걸

아직 모르는지

터지는 울음 입술 물어 삼키며

내려야지

하며 일어설 때


저 멀리 가까워 오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알 수도 없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2.



10월의 어느 화창한 일요일 아침.


T는 오늘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눈이 확 떠졌다.

바로 오늘은 K와의 약속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T는 그녀를 만날 생각에 흥분되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한다

일찍부터 멋진 옷을 입고 거울을 왔다 갔다 하는 그를, 그의 동생은 이미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다녀오겠습니다”


 아파트 공동 현관을 나오자마자 10월의 찬란한 아침 햇살과 참새소리가 기분 좋게 그를 맞이한다.


멋지게 차려입은 T의 모습을 누군가 봤으면 하는 마음에 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은 매우 한가해서 괜스레 그는 뾰로통 해진다.


매일 학교 가는 길을 지나 K가 사는 아파트에 곧 도착한다.

약속 시간 10분 전, 그녀의 공동현관에 도착한 T는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녀를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에 몇 번씩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괜히 몇 번씩 껄렁한 자세를 취하며 그녀가 우연히 자기의 멋진 모습을 봐주기를 희망하지만 아파트 입구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5분이 지났다.

시간이 점점 느리게 간다.


10분이 지났다.

K에게 전화를 걸어 볼까.


근처 아파트 공원으로 향한 T는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에 맴도는 K의 전화번호를,

누르려다 갑자기 친구의 번호를 누른다.


“어디야”

“집”


“오락실로 와”

“응”



전날부터 K와의 약속만으로 생각이 가득 차 있던 그였지만

어떤 감정에 한순간 휩싸였는지

아니면 그녀가 한순간에 미워졌는지


느닷없이 오락실로 발길을 향한다.



“야 너 K와 만나는 날 아니야?’

”몰라 “


아무렇지 않은 척

아침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인지, 창문 하나 없는 어두운 지하 오락실에서

친구와 나란히 앉아 축구게임에 몰두한 듯 하지만,

T는 축구게임에 전혀 집중이 되지 않는다.


”연락이 안 돼 “

”네가 해봐 “


T의 휴대전화가 그의 바지에서 계속 진동을 울리고 있지만

그리고 그것을 애타게 T는 느끼고 있지만

그는 멍하니 게임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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