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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Aug 22. 2024

#4 영감 받아 글쓰기

20241202 네 번째 수업



1. 어느 우중충한 화요일, 영국의 어느 주택가의 평화로움은 여느 날처럼 날씨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아침부터 2층 창문에서 보이는 옆집 담벼락 위의 고양이만이 오늘 동이에게는 새로운 흥밋거리 일 뿐이었다.

 국제 무역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동양의 조그만 나라인 한국에서 온 동이에게 영국에서의 첫 일주일은 지루하기 그지없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에 출장 온 첫날부터 매일 아침 일찍 회사로 나갔다. 출근 전 동이와 한국에 있는 그의 어머니와의 5분도 채 안 되는 간략한 통화를 시켜주는 게 그의 아버지가 동이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아버지의 해외 출장을 따라오기 위해 많은 투쟁과 잔심부름을 했던 그간의 노력이 동이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이건 동이의 명백한 실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국에서 어머니와 있을걸 하고 그는 후회한다. 한국에서는 이번에 새로 등록한 무도 학원에 가거나 혹은 친구들과 놀이터에 나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놀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놀이터까지 가는 것조차 너무 멀고 어색하다.



 “오늘은 아빠가 조금 늦을 거야”


동이의 표정이 일그려졌다.


 “특히 오늘은 핼러윈이라는 이 나라의 명절인데 혹시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오면 우리는 크리스마스 믿는다고 이야기하면 돼, 알겠지?”


“알겠어요 “


동이가 뾰로통하게 이야기하며 탁자 위에 그의 아빠가 국어로 써 놓은 ‘위 빌리브 크리스마스“라는 쪽지를 무심히 바라본다



 “동이야, 아빠가 이야기했지? 오면 너만 고생이라고. 반성 많이 하고 있으라고. 그래도 김밥이랑 냉장고의 한약은 잘 챙겨 먹고.”


동이의 아버지는 조금은 고소하다는 듯 그에게 덧붙였다.



 일주일 동안 동이가 한 일이란 너무나 단순했다.

 시차로 인해 아침부터 일찍 눈을 떠 2층 창문으로 멀리 주택가 끝에 뜨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 아침의 통화, 그리고 하루 종일 알 수 없는 말로 떠들어대는 TV시청뿐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2층 창문 너머에 새로운 손님이 있다

처음 보는 회색 줄무늬의 고양이는 날카로운 옆모습으로 한 집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고양이는 벽돌담 위에서 몇 시간 채 전혀 미동이 없었다.

옆집에서 나온 아저씨가 그 고양이에게 조금은 이상한 소리를 내어 보아도 그 고양이는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움직임이 없는 그 고양이를 그 누구라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동이에게는 영국에서 처음 만나는 흥밋거리였다.


 동이는 한국에서도 놀이터를 오가는 길에 고양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고양이를 만지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동이는 고양이가 좋았다.


 그리고 영국에서 처음 만나는 저 고양이는 영국 고양이는 원래 다들 저런가 라는 동이의 의구심과 호기심을 이끌어 냈다.

 그 고양이가 언제 움직이는지, 움직일 때까지 누가 이기나 동이는 속으로 생각하며 그 고양이를 관찰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여전히 시차 때문에 동이는 불편한 느낌으로 잠에서 꺠어났다.

창문 커튼 사이로 어둑어둑한 밤이 되었음을 또한 알 수 있었다.


여전히 같은 자리에 조그맣게 고양이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래 네가 이겼다 하며 동이는 긴 하품과 함께 꼭 자기 아빠처럼 기지개를 켠다


기지개를 켜며 슬쩍 보이는 고양이 옆에는 누군가가 서있다


방금까지 그가 있었었나


하고 동이는 생각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계절에 맞지 않게 더워 보이는 큰 코트와 겨울 모자를 착용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동이는 생각한다


하지만 밖의 거리는 하나도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꼭 가로등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또 하나의 실루엣이 생겼다


곧 큰 굉음 소리가 났다


어느새 오토바이 한 대의 실루엣이 보이고 옆에 큰 곰의 형태가 보인다


밖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고 동이는 생각했다


그 때였다.

등 뒤에서 불쑥 알수 없는 영어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동이의 뒤에는

키가 크고 마른 백인 아저씨가 서있었다


그의 미간에는 힘이 들어가 꽤나 인자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에 긴장이 느껴졌다  

그의 손에는 선생님이 체벌할때 사용하시던 ’사랑‘의 막대기 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막대기가 동이를 향해 들려있었다

동이는 왜인지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은 막대기를 들고 있는 그를 보자 오히려 안심이 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의 질문이 계속 되었다

동이는 질문이라고는 유추를 하지만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처음에 당황했던 자신의 상태가 점점 긴장이 풀리고만 있다고 느꼈다

긴장이 조금 풀리자 동이는 이 모든 상황이 순간 감이 잡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 빨간 머리의 아저씨는 혼자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막대기를 여전히 동이에게 겨누고 있었지만

그는 허공을 왔다갔다 응시하며 혼잣말을 시작한다


그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이는 또 한번 헉하고 놀란다

방의 어두운 부분에서 그림자가 나타나듯 쑥하고 누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 백인 아주머니 였다

처음부터 어두운 곳에 숨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나 할 정도로 그녀가 나타나는데는 순식간이였다

그녀는 옆의 아저씨처럼 망토를 두르고 있었지만

큰 챙을 가진 모자도 쓰고 있었단는 점이 달랐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그녀의 눈빛이 왠지 어디서 본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그 남자랑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짧은 막대기를 그에게 고정하며 중얼거렸다


순간 동이의 모든 부분이 번쩍였다라고 동이는 느꼈다


”..물어보는 게 빠를 것 같군요 “


순간적으로 그 남자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고 동이는 생각했다

아니, 이해가 되었다


”꼬마야, 넌 누구니?

지금 이 상황에선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


짐짓 진지한 말투로 남자가 질문했다


”위.. 빌.. 립.. 크.. “

”꼬마야, 교수님이 도와줬기에 이제 너는 우리와 대화를 할 수 있어, 너도 알 수 있을 거야 “


천천히 더듬거리는 동이의 말을 보고 그가 말했다


“아.. 저는.. “

동이는 국어로 말해도 되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냥 내뱉어 본다


”한국에서 온 동이예요, 길동이요.”


”언제 누구와 여기에 온 거니 “

이름을 물어본게 아니라는 듯 그 남자가 지체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저희 아버지와 일주일 전에 왔어요. “

”저는 한국에서 교회도 몇 번 나간 적이 있어요, 다음 주에 한국에 돌아가면 한번 더 가보려고요 “

동이의 순간의 기지가 바로 덧붙혔다


“마법부에서 분명 오늘은 이 일대에 지금 깨어있는 주민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얼마 전에 온 것 이였군..

..하여튼 담당부서는 제대로 조사도 안 하고 참..

내가 오늘 물건들을 구경..아니 파견 오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군..”


동이가 덧 붙인 말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동이는 그의 중얼거림이 확실히 들렸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 하진 못했다


”핼러윈이 이런 건지 몰랐어요, 저의 아버지가 오늘 늦게 오시기 때문에 저희는 오늘 핼러윈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알았거든요 “


동이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으쓱거리며 여자와 눈빛을 교환했다


”동이라고 했지?

그래, 여기서 핼러윈은 정말 특별한 날이란다

더욱이 오늘은 그중에서도 역사에 남을 특별한 날이고 “


”그리고 너는 곧 너희 나라로 돌아간다니

내가 조치할 건 크게 없을 것 같구나

오늘 같이 특별하고 기분 좋은 날을 기억할 수 있는 동양인도 행운이라면 행운일 테지,

아마 동양인 중엔 네가 처음일 거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오늘은 푹자렴 “


그가 지체없이 막대기를 동이의 눈앞에서 흔들면서 몇 마디를 중얼거렸다

동이의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모든 게 천천히 그리고  느린 화면이 될 때까지 자장가처럼 모든 것이 나근 해진다

저기 먼 곳에서 ”..서..고마워요..저도 오늘은 마음이 심란해서요.. “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작게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곧 동이는 침대에서 눈이 떠진다


침대 옆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새소리가 들린다


지난밤의 꿈이 너무나 생생해서 동이는 그대로 벙찐채 누워있다



그 순간,


”동이야 엄마 전화다 “


라는 아빠의 외침이 1층에서 들리자

그는 지난밤을 되새김할 틈도 없이 기계처럼 후다닥 침대에서 1층으로 쫓아 내려간다


이후 동이에게 남은 일주일은 큰 변화가 있었다

할로윈 선물로 아버지가 레고라는 장난감을 동이에게 사주었기 때문이다

동이는 밥 먹는 시간 외에는 그 장난감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자 일주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동이와 아버지는 곧 다시 한국으로 떠났다

동이의 양손에는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 장난감이 들려 있었다


동이의 레고에 향한 그 집중력 혹은 집착이 마법처럼 사라진건

공항에 마중 나온 동이의 엄마를 만나자 마자 였다


영국은 어떴냐고 묻는 엄마의 물음에

동이는 단지 서양의 핼러윈은 대단한 날이였어

라는 생각만 어렴풋이 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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