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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초 Dec 29. 2021

글을 쓰는 마음

우너생_정지우

정지우 작가의 신간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북토크를 마치고 책을 펼쳐 읽었다. 다 덮고 났을 때는, 함박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 찻 집에 들어서서 마시던 따뜻한 모과차가 생각이 났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시린 마음이 데워지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건 아마도 글쓰기에는 삶의 애환이 담기기 때문인가 보다. 

   백지 위를 검은 선으로 채워나가는 행위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기 위해 하루를 다시 돌아보는 것은, 평범한 날일 수 있는 하루를 특별한 날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한 단어, 한 단어를 정성스레 나열하듯 삶이 아름답게 놓이는 상상을 해본다. 

   내게는 '굳이 이런 글을 쓸 필요가 있나' 싶어 쓰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글들이 많은데 이는 타자의 반응이 두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고민에 대해 작가님의 태도에서 답을 찾게 되었다. 작가님은 사랑하는 사람,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처럼 글을 남긴다고 했다. 모호한 대상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상대를 상상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보다 더 의미 있고, 용기가 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인 듯하다. ‘나'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글은 어떤 고유성도, 진심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만의 시선으로, 나만이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만큼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일은 없다. 

   글쓰기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일이다 보니,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이 남들에게도 닿을 수 있다는 점은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글쓰기를 추구하기보다,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해보고 싶어졌다. 

   정지우 작가님에게도 여느 작가들처럼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작가님에게 글쓰기와 삶을 분리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좋아서 하는 일은 언제나 옳다. 삶을 이끌어갈 충분한 원동력이 되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부터 백지를 마주하고 쓰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생겼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사랑하는 아이를 씻기는 일처럼 내게 글쓰기가 언제쯤 매일의 루틴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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