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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Mar 22. 2016

우리의 봄

신(新)적인 달 3월의 여행


 3월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내게 3월은 가장 신(新)적인 달이다. 

 새 학기를 맞이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는다. 그 때가 1월이 아닌 3월인 이유는 아마도 사계절의 첫 번째인 봄이 시작해서일 테다. 

 겨울과 봄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속. 겨울은 아쉬운지 마지막까지 쌀쌀한 바람으로 우리에게 겨울의 흔적을 다시금 새겨주고 있다. 하지만 봄은 따뜻해져가는 햇살을 뽐내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봄을 환영하는 듯 밝은 색감으로 한층 가벼워진다.

  3월, 첫 시작인만큼 모두들 기억에 남는 만남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의 기억은 작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이 아닌 낯선 땅 중국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2014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한 채 나는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며 종이컵에 소주를 한가득 따라주었다. 그는 살짝 찡그린 얼굴로 쓰디쓴 소주를 마셨다. 그게 우리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그 뒤로는 별다른 교류 없이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나는 유학을 떠나버렸다. 

 서로의 기억 속에 14학번 동기로 흐릿하게 자리 잡아갈 때쯤 작년 3월 중국에서 그를 만났고 첫 번째 만남만큼이나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은 낯설었다. 반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우리는 많은 것이 변해있었고, 변한 것들을 돌아보기에 서로에 대해 아는 점이 너무나도 없었다. 옛 추억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중국에 도착한 뒤 일주일이 지나고 그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오랜만에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자체가 어색하지만 반가웠다. 그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반가웠던 내 마음과는 달리 그는 많이 지쳤는지, “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너무 힘들어.” 라고 말했다.

 그의 표정과 힘겹게 꺼낸 말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힘겨워 보이는 그를 다독여주었다. 그에게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이 필요했던 건지, 엄마 같은 품이 그리웠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뭔가에 홀린 듯 서로에게 끌렸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016년 두 번째 봄을 맞이했다.

 그는 항상 버릇처럼 가는 시간은 잡을 수 없지만 지금 너와 함께하는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쓰고 싶다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그가 원했던 것처럼 우리는 다시 오지 않을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끔은 우리가 보냈던 수많은 시간들을 떠올리며 매 순간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사소한 습관까지 닮아가는 것을 보며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며 서로에게 묻는다. 답 없는 질문이다. 달디단 꿀이 떨어질 듯한 그의 눈빛과 아기같이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로 환하게 웃어주는 그의 표정들 하나하나가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그는 그 자체로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따사로운 봄 햇살과 함께 시작된 우리의 사랑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오기까지 힘든 일도 많았지만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았기에 돌이켜보면 얼굴만 봐도 저절로 웃음꽃이 핀다. 앞으로도 은은하고 영롱한 달빛처럼 잔잔한 사랑을 나눌 수 있길 바라며, 흩날리는 벚꽃아래서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우리만의 봄의 여운을 가득히 느끼고 싶다. 

 우리의 사랑은 봄보다, 벚꽃보다 아름답고 찬란하다. 짧은 봄처럼, 찬란히 피었다 스러지는 벚꽃처럼 우리의 사랑이 스러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영원히 다시 돌아오는 봄처럼 피고, 또 피는 사랑이기를.

 

                                                                                                                                  by 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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