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없으면 내가 편안해져
OJT가 혹은 신입 교육조차 없이 바로 근무에 투입되는
신입들은 아마 여러 가지 말을 각 회사 사람들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각자 회사에서 처음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
어떤 말을 들었고 기억에 남는가?
'기대하고 있어'
'잘할 수 있지?'
'실망시키지 마'
'실망이 커 '
'안 좋은 소문 있는데.... '
등 여러 말들을 들었을 것이다.
물론 굳이 말하지 않고 곁에서
묵묵히 옆에서 바라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의 기분은 어땠는가?
당신은 괜찮았는가?
기대와 자부심이 생겨 열심히 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에게 기대 및 잘할 수 있지?라는 말은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저렇게 말하면 사실 부담이 된다.
개인적인 주관으로는 한국 사회든 회사 및 교육 현장에서 우리는 S급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들린다.
오늘 처음 봤고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그 일 하는 것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는데 벌써 나한테 S급 정도의 기대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도 않고 어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오렴이라는 말로 들렸다.
군대에서 폐급이냐 아니냐 기준은 보통은 S급에서 비교질 당한 것이 문뜩 지나간다.
군대랑 다르게 회사는 돈을 버는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그런 동기나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처음 만나고 적응해 나가는 나에게는 참으로 무겁고 부담스러운 눈빛이자 기대이다.
일상적인 예를 하나 들어 설명하겠다.
소개팅에서 서로 분위기가 좋고 마음에 맞아 사귀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연애 시작한 지 오늘부터 일이다. 나는 상대방을 좋아하고 상대방도 나를 좋아한다. 그리고 처음 연인으로 써 데이트를 한다.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면서 갑자기 상대방이 나는 네가 너무 좋아, 너무너무 좋아서 결혼하고 싶어라고 말하며 결혼의 방식, 일정, 추후 자녀 생각까지 하면 어떨까?
나는 성별을 떠나서 엄청 부담을 느껴서 지금 관계에 대해 어떻게 할지 고민할 것 같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상대방이 사랑 많은 사람이어서 부담스럽지만 좋아할 수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은 각자의 적응 및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며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처음 대면하지만 기대, 원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받지 못한 분이시라 부럽고 축하한다.
실패 및 다 성공한 경험이기에 내가 가지지 못한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에 부러운 마음도 있다.
사람의 실망시켜 본 적 이 없을 정도록 다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충분히 그런 기대에 부응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부럽다.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처음 만남에 상대방에게 기대하지 않는 데
상대방이 기대를 하고 있고 이렇게 해주길 원하면 나는 벌써 상대방과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처음 인턴으로 왔을 때 상대방이 할 수 있는 말이 한정적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좋은 말은 해야 하고 말하는 사람도 부담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기대한다. 능력이 출중하다 들었다' 이야기부터 들으면 벌써 뭔가 움추러드는 기분이 든다.
인턴 때 일이다. 당시 회사의 분위기, 회사 이미지를 모른 채 내가 갈 수 있는 곳 중에 정말 높은 곳이라 생각하고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3차 면접까지 봐서 붙었다. 역시 나는 할 수 있을 줄 알았어라는 콧대가 높았던 시절 그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인턴을 통과하면 정규직으로 합격하는 인턴과정이었다. 그런데 인턴으로 입사해서 동기들과 같이 인턴 과정을 진행하는데 상무가 계속 와서 우리 인턴에게 기대가 있다. 잘할 수 있지? 계속 부담되는 말을 팍팍했다.
게다가 한 명을 콕 집어서 말했다. 그게 나다.
그리고 2~3주 지났는데 갑자기 너희들 기대했는데 왜 이러니 특히 나한테 내가 널 잘 봤는데 넌 정말 별로구나 라는 말을 했다. 직급이 상무이면 정말 높은 사람이다. 실망했다는 말에 내가 잘 못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나머지 과정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잘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기대한다는 것이 그 사람 자르라는 회사 내부의 신호 일 수 도 있을 것 같다.
이런 과정을 겪고 보니 기대,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일하는 곳에서 합격했다. 그리고 재직 중인 회사에서 많은 관리자들은 신입 교육을 받는 동안 동기들과 나에게 계속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다.
'너에게 기대가 없다.'
처음 들으면 뭐야라고 생각 했다.
처음에는 인턴 잘리고 온 직후여서 아니 내가 그렇게 실력이 없나?
내가 이 업종이랑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2~3년 버텨 겨우 이제 작은 일 하나 하는 수준이 되었다.
어느 날 후배가 입사하였다. 그 후배를 보고 옛날 그 입장이 돼서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에게 기대가 없다. 그때 그분은 왜 그 말을 했을까?
처음 본 사이이며 직급이 있어 인생 경험도 많을 텐데 왜 나한테 너에게 기대가 없다고 말했을까?
사람이 기대를 안 가질 수 없지만 그래도 안 가지려고 노력한다라는 말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일까?
사실 그 상급자에게 물어보는 게 최고지만 그분이랑 그 뒤로 사이트에 계속 상주하셔서 얼굴을 뵌 적이 없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이 말을 한다면 왜 했을까 고민해 본 결과
단어 그대로 정말 나에게 기대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네가 실력 있는지 중요하지 않고 우리 회사에서 적응하고 회사원 한 명으로 써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너에게 기대가 없다는 말은 이 실력도 없고 능력도 없으며 사회성 별로인 애가 왜 왔지라고 욕하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다른 의미는 당신이 노력해도 회사 사람들이 몰라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신입에게 가장 큰 실수는 어떤 걸까? 경험해 본 봐로는 너무 열심히 해서 과욕을 부린다. 정말 좋다. 하지만 과욕을 부려서 결과가 안 좋게 나오거나 상급자 혹은 동기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화가 나거나 억울함이 생긴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확실해지면 퇴사한다. 그래서 나를 만났던 상급자는 이렇게 이야기한 것 같다. 스스로 많이 노력해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생활, 회사 생활이니 당황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
말이라는 것은 문맥과 상황에 따라서 기억에 남기 때문에 내 해석이 정답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 같은 생각으로 인해 많은 상급자들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고 일에 대해서 부담을 덜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잘 버티고 있다.
버티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해석하니 저 말이 정말 그럴듯하게 들리고 이해가 된다. 만약 성공해야지 라는 목표로 저 글을 읽었으면 저주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에게 기대가 없는 회사와 상사들에게 감사함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