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괜찮은 사람이면 좋겠어 ep.1

by 씨이

무심코 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봤는데, 냉정하게 말해 내가 너무 못나 보였어
원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정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내가 나를 봐도 믿기 어려울 만큼 못나 보였어


뚱뚱해서 앞으로 툭 튀어나온 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깨끗하지도 환하지도 않은 피부와 까슬하게 돋아난 수염자국도 싫었어 지저분하게 정리되지 않은 머리와 만지기조차 싫은 머리결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 가장 큰 사이즈를 샀지만 들러붙는 살 때문에 핏이 살아나지 않는 바지도 그랬고, 목까지 잠그고 싶었지만 살 때문에 잠그지 못했던 코듀로이 셔츠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


뭐, 이쯤이면 알겠지만 그 순간의 나는 나의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잘생겼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온 적이 별로 없었어 오히려 친구들 사이에서도 회사에서도 주로 못생겼다는 소리를 좀 더 많이 들으며 살아왔고, 그때는 몸무게가 60kg 언저리의 호리호리한 시절이었는데도 그랬어 뭐 그런걸로 그렇게 자기를 비하하냐 왜 그렇게 자존감이 낮냐 싶을 수 있겠지만 그냥 그 순간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고 맞던 틀리던 그 감정이 너무 선명했어

(그리고 웃기겠지만 사실 나는 자존감이 꽤나 높은 편이야)


화장실에서 나오고 난 뒤, 모니터 앞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어


살을 빼서 예쁜 옷도 입고 싶었고 깨끗하고 환한 피부로 누구를 만나든 당당하고 싶었어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갈 때도 뚱뚱한 몸 때문에 옷을 고민하고 싶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었으면 했어 당연히 일도 잘해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


내가 진짜 로또만 되면, 아니 경제적으로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위고비도 맞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사실 이런 생각을 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 몸이 불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거의 매일 떠올린 생각이었지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지금 내가 보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외모로만 사람을 보는 건 좋지 않은거야' 라며 항상 나를 다독이며 내가 가진 장점도 많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왔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생각하는 나와 실제 나 사이에 괴리가 엄청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진짜 내 모습을 보지 못하고 이상적으로 바라만 보는 내 모습을 가지고 나라는 사람을 포장하면서 생각해온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거지


어쩌면 내가 높다고 생각하는 자존감은 ‘나’가 아니라 ‘내가 상상하는 나’를 기반으로 쌓아올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어 당연히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고 이런 내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어


다른 많은 에세이들처럼 내가 결국 다시 멋지고 능력있는 사람이 되어서 행복해지는 결말을 만들고 싶어졌어 그런 주인공들에게 어느 순간 나타나는 계기가 지금의 이 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 결국 성공한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주인공 옆에서 당당하게 웃는 조연 쯤은 되고 싶은 마음이야


내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이 아닌 것도 웃기지만 주인공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수는 없으니까, 나는 주인공 옆에서 꽤나 멋진 서브 조연 정도의 캐릭터가 되어 당당하게 포스터에 서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괜찮은 사람도 되고 싶어졌어


진심으로 말이야


2025.11.26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