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번 양치질을 3분간

괜찮은 사람이면 좋겠어 ep.4

by 씨이

많은 결심을 했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더디게 흘렀어.


아마도 제대로 뭔가를 하지는 않고 단기에 크게 변화가 보이는 일이 적었기 때문인 것 같아.

빚을 갚겠다, 나의 취향을 알아가겠다하는 모든 건 사실 아주 오랜 시간의 변화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겠지?

내 일상은 내 커다란 결심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변하는 것이 없었어


여전히 늦잠을 잤고 뚱뚱했고 그럼에도 밤이면 야식을 먹고 하는 뭔가 불규칙하면서도 불편한 습관들을 계속하고 있었지.


그렇다고 지금부터 뭔가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보겠다! 라고 결심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았어. 생각처럼 간단하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뭔가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하는 느낌도 들었거든 그래서 그냥 이대로 하기로 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었어


제일 먼저 내 취향을 알아가기 위해,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 사실 일기라기 보다는 시간을 적고 그 시간에 떠올랐던 생각들을 단편적으로 기재하는 정도의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괜찮다고 생각했지


빚을 갚기 위해서 가계부를 쓰는 일도 내년 1월을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워드로 가계부 양식을 만들었어.


이 모든 게 아직 무언가를 했다기 보다는 준비를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겠지?


그러다가 우연히 세바시에서 김민철 야나두 대표의 강의를 들었어. 뭐 간단히 말하자면 성공을 위해선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성공을 이어가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그래서 자기는 힘든 일이 있거나 일이 내맘대로 풀리지 않을때는 하루 세번, 3분 양치질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거였어

(https://www.youtube.com/watch?v=If95bdcptEM)


문득 이 이야기를 보는데 어쩌면 내게 필요한 것도 이런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


사실 나는 성공의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야.

뭐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할거야. 나는 그 중에서도 극성인게 수능도, 대학 진학도, 그리고 직장에 취직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주로 뭔가를 '선택'하기보다는 '회피'를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는거야


수능을 열심히 공부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점수에 맞추고 형편에 맞춰서 진학하기 용이한 곳에 진학했고 직장도 그 시점에 내가 가장 원했던 일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주변에 보여줄만한 곳, 하지만 대우는 나쁜 그런 곳을 골라서 시작했지. 뭐 다시 말해 이름은 있는데 남들이 잘 안가는 곳을 선택했다고 보면 돼


당연히 만약 내가 그때 회피하지 않고 한 번 끝까지 해봤다면, 수능도, 대학도, 직장도, 그리고 나라는 사람도 어쩌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어


지금의 변화도 어쩌면 마찬가지일지도 몰라 크게 결심했지만 결국 지금 이 순간 내 일상이 변하게 되는 결정들은 미루고 있는 중이지. 아직 연말이라는 이유로,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말이야


그래서 나도 아주 작은 것부터 성공하고 싶었어,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말이야


회사 서랍엔 있었지만 회의를 하거나, 손님을 맞이할 때를 제외하곤 잘 쓰지 않았던 칫솔을 꺼내 화장실로 갔어 별 건 아니지만 그냥 이빨을 닦는 게 아니라 타이머로 3분을 켜면서 계속 닦기 시작했어 생각보다 그 시간이 꽤 길더라고... 입에 치약도 잔뜩 묻고 말이야...


근데 그냥 그렇게 하고 왔는데 기분이 꽤 괜찮았어.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호연지기라고 하기에는 좀 유치하고 성공한 느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가볍지만 뭔가 새로운 느낌이 살짝 들었다고나 해야될까?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이 들더라고


별 건 아니지만 다음 번 작은 목표가 생기기 전까지 이 미션을 해보기로 했어. 하루 세번, 3분간 양치질을 하는 것 말이야


이 작은 성공과 일랑이는 기분이 나를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었으면 좋겠어


2025.12.04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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