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이면 좋겠어 ep.3
항상 나는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이었어
연예인 하하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엄청 괜찮은 사람인데 나는 그걸 모르는, 그래서 주변에서 나를 많이 찾아주고 좋아해주는 그런 사람처럼 말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꼭 외모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야 외모라는 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큰 영역을 차지한다고 보지는 않거든 그냥 단정하고 깔끔하기만한 정도로도 충분히 매력적일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건 내가 생각보다 애매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공부를 엄청 잘하지도 그렇다고 싸움을 엄청 잘하지도 그렇다고 운동을 엄청 잘하지도 심지어 게임을 엄청 잘하지도 않는 그런 애매한 사람이었거든!
뭐 이 모든 게 상대적인 것 아니겠냐 싶겠지만 나한테는 그렇지 않았어 공부를 압도적으로 잘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전교권에서 놀 정도의 실력은 되는, 다소 애매한 성적이었기 때문에 엄청 잘하는 친구들만큼 열심히 하는 티는 내기 어려웠고 그런 친구들과 더 가깝게 지내지 못했어 게다가 나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오히려 별로 공부 안하는 것 같은데 애매하게 잘하는 느낌을 더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해
운동도, 싸움도, 게임도 마찬가지였어 항상 잘한다고 말하는 건 쉬웠지만 뭐든지 애매하면 항상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되고 도전을 받지 않으면 초라해지고 우스워지는 건 순간이었지. 왜 그런 거 있잖아, 일진 중에서도 뭔가 쟤는 내가 어떻게 해봄직할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야! 나는 항상 그렇게 애매한 사람이었고 그런 게 항상 컴플렉스였어
그렇다 보니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게 비슷하게 나타났어. 이 무리에 끼기에도, 저 무리에 끼기에도 나는 항상 1번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지 반대로 말하면 어디에서든 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없다고 해서 그다지 찾게 되는 사람은 아닌거지, 그냥 좀 편하게 막대해도 이해해줄 것 같은, 설령 그 이해를 해주지 않아 멀어져도 그다지 우리의 관계에는 타격이 없는 그런 사람... 내가 생각하는 나는 딱 그런 사람이었어
이건 성인이 된 지금에도 마찬가지야. 열심히 일했고 성실하게 했지만 첫 회사에서는 욕심이 없고 만만하다는 이유로 항상 욕을 먹고 혼이 났어 지금 생각하면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혼났지. 두번째 회사부터는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기회도 많이 받고 함께 열심히 지내왔지만 여전히 나는 조금의 벽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어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항상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제외한 셋이 가장 균형을 이루고 행복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거든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도 과연 정말 좋아하는 게 맞는 지 잘 모르겠어. 만화를 정말 좋아하는지, 캐릭터 굿즈를 정말 좋아하는지, 내가 즐겨듣는 이 음악이 정말 좋아서 듣는 건지 모든 게 의심스러웠어
이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의 꼬인 마음인거야
일련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나는 이런 내가 계속 남는 게 조금 싫었어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같은 내가 정말 싫었거든? 세상은 검은색도 흰색도 없이 회색같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라면 가운에서 희미하게 있는 게 아니라 그 중에서도 좀 더 확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내가 무엇을 좋아할까? 라는 걸 고민하기 시작했던 건 회색이 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컷어
유행하는 옷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싶었고, 음악도 유행가를 듣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듣고, 만화도 의무감으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서 보게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내가 루틴처럼 사용하는 화장품도 있고, 좋아하는 향도 있어서 나라는 사람을 보면 그 향이 기억되게 하고 싶기도 하고 웃기지는 못하지만 잘 웃어주는 편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해
지금부터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금 더 고민해볼 생각이야
- 좋아하는 단어를 틈이 날 때마다 적어보고
- 좋아하는 스타일과 이미지를 모아보고
- 다양한 것을 시도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다' 라는 걸 찾아가고 싶어
조금 더 취향이라는 것이 담기게 되면 어쩌면 나는 조금 더 나에게 가까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지금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