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못 간다

그래도 학원은 간다

by 눈꽃




“자꾸 이렇게 공부 안 하면 주말에 보강할 거야.”

“아, 쌤! 제가 쫌 바쁘거든요?”

“바쁘긴 뭐가?”

“기선제압하려면 화장할 준비 해야 해요.”



일주일에 한 학년만 등교하다가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자 두 학년이 등교하게 되었다. 올해 중2가 된 J는 선배님 소리 한 번 제대로 듣질 못 했다. 그뿐이랴. 올해 댄스 동아리 2학년 부장이 되었는데도 이렇다 할 활동도 못 했다. 작년 학교 축제에서 무대를 휩쓸었던 J였는데. 2020년이 어중이떠중이로 흐르고 중학교 2학년 생활도 마무리되어간다. 그러다가 후배님들과 함께 등교를 하게 되었으니 무서운 선배처럼 보여서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니. 하는 행동과 말투를 보면 세상 순둥순둥 한데 학교에선 또 다른가 보다. 빡세게 꾸미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는 J의 말에 나는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었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간다. 학교가 교육 외로도 하는 일이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2020년, 코로나의 해였다. 그리고 선생의 능력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해기도 하다. 능력치와 실력이 다 드러나서 이름만 선생인 이들과 그렇지 않은 선생이 위아래로 확 갈라졌다. 학생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학습격차가 극단적으로 갈라진 것처럼 말이다. 갑작스러운 비대면 수업으로 우왕좌왕하던 1학기는 그렇다 치자. 2학기가 되어도 이클래스에 적선하듯 툭툭 EBS 영상만 올리는 선생들이 있다. 충분히 콘텐츠를 만들 수 있거나 더 좋은 방법을 연구할 만큼 시간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동안 학원 문을 열지 못했다. 개인 과제를 제출해주고 카톡을 통해 피드백을 했던 지난 2월과 달리, 나는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다. 태블릿 펜을 급하게 구매하고 수업 자료를 준비했으며, 버벅거림이 가장 덜 한 플랫폼을 찾아 시연을 하고 활용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찾아 사용하고. 2.5단계 발표와 함께 이 모든 게 이루어졌고 안정화되는 데 딱 이틀(주말 포함) 걸렸다. 학년 특성에 맞춰 두 가지 플랫폼을 쓰다가 둘째 주에는 한 가지로 통일했다. 수업 후에는 랜덤으로 학생들에게 연락하여 피드백을 받았고, 개선되면 하는 것에 대해 묻고 다음 수업에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집중도는 학원에 직접 와서 공부하는 것에 미치지 못했지만, 마냥 놀게 내버려 둬서 이제껏 쌓은 걸 무너뜨릴 수 없었다. 폭풍 같은 2주를 겪은 후 느낀 건 딱 하나였다. 학교 선생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았구나. (물론 그렇지 않은 선생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


열정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려고 준비한 선생들도 다른 선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학년 별로 통일해야 하지 않느냐, 너만 튀려고 하느냐 하며 눈치 주는 꼰대들 때문에. 공무원 철밥통,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다가 선생이 된, 무너진 교권, 안하무인 한 학부모. 이론과 다른 현장은 처참하다. 직접 부딪쳐보지 않고는 모를 실상과 알지도 못하면서 입과 손만 놀리는 (일부이길 바라는) 몰지각한 사람들. 그 와중에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다.


학교의 문제를 알고도 학부모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딱 두 가지.

1. 상위권 학생들에게 2020년은 기회였다. 사교육을 통해 1%가 0.1%로 훌쩍 뛰어오를 수 있었다. 집합 금지 명령으로 학원이 문을 닫는다? 그건 문제가 안 된다. 돈을 조금 더 얹어 과외 선생을 부르면 되고, 법망을 피해 장소를 정해 소수만 모였다 흩어지면 되니까. 상위권은 극상위권이 되었다. 내 아이가 학교의 하향평준화된 수업을 듣지 않아도(그냥 틀어두고/숙제만 늦지 않게 내고/줌 종례 시간만 맞추면)되는데 굳이 학교의 문제를 꼬집을 필요가 있다? NO. 뭐하러 긁어 부스럼을 만드나.

2. 관심이 없다. 애가 학교 가서 뭐 하는지, 누구와 놀러 다니는지. 아, 여기에 아이를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추가.(이것도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2-1. 애새끼 머리가 커서 이제 어떻게 못해봐요 하는 포기형, 2-2. 애초에 이길 생각이 없는 무관심형.) “먹고사는 일이 바쁜데 학교까지 신경 써야 해?”와 “나는 나와 내 일이 가장 소중해. 아이는 내 삶을 멋있고 완벽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주는 부속품이야.”라는 환장의 콜라보. 학교의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애초에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잘못됨을 외치랴.

+ 쓰면서 생각났는데 하나 더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이렇게 생각하고 일단 기다려보는 것. 대부분 중위권 학생의 학부모이지 않을까.

이러니 학교가 변하는 척도 하지 않지.


<코로나 세대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상상해보는 가정이다. 98%의 바보가 천재(노력형+타고나는) 2%에 휘둘리며 살겠지. 이번 사태를 통해 느낀 게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들지언정 학원은 사교육은 망하지 않을 것 같다는.


학교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파탄난 수면 패턴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1학기 진도를 나가고 있다는 말에 나는 한숨을 푹푹 쉬며 2학기 내용을 가르친다. 졸지에 엄청난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애들은 어디에서도 2학기 내용을 배우지 못하겠지. 시험도 안 보는데 열심히 해서 뭐하냐는 애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지금이 있어야 다음이 있으니.


학원 등록 문의가 들어오는 초등학생들 중에 반이 한글도 떼지 못했단다. 내년이 어떻게 될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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