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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Sep 12. 2021

#24. 2019년 가을에 멈춰버렸던 그 어떤 것.

그리고 2021년 겨울.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시계’가 있다.

재깍재깍 분초로 이뤄진 숫자의 흐름이 아닌, 내 안에서의 멈춤과 재생으로 이뤄진 ‘시계’


나는, 2019년 가을. 내 시계로 인해 잰척하며 이 공간에 썼던 글들을 멈추었다.


친한 친구들에게 못할 말을, 일기처럼 써 내려가는 별그램에서도 못하는 이야기를 나는 이 공간에 토해내듯 써 내려갔었다.

그리고 정확히. 2019년 가을에 썼던 스물세 번째 글을 마지막으로, 그 어떤 말도 이곳에 할 수 없었다.



2019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그 사이

그때의 상실을,

이곳에서 거리낌 없이 뱉어냈었다.


계절의 시계가 몇 바퀴를 도는 동안, 이제는 옅어진 상실에 대한 슬픔을 소리 내어 뱉어 낸 유일 한 곳이었다.


그리고 2021년 가을이 된 지금

나는, 이제 괜찮다.

아니, 괜찮아진 건 꽤 오래전 일지도 모르겠다.



그를 잃은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릴 시간 없이 살아가야 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조금씩 조금씩 내가 가진 마음속 덩어리를 누군가에게 게워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를 하며 울지 않게 된 것도,

그가 살아있는 동안 부르지는 못했던 그를, 소리 내어 부를 수 있게 된 것도,

웃으며 지나가듯 그의 이야기를 흘러 넘기게 된 것도, 꽤 오래전에 가능해졌다.


사람들에게 말할  있게 되기 전까지,  공간에 두서없이 감정에 앞서 뱉어낸 글들의 도움을 받았던  같다.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심장이,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말로 되어 나오진 않고,

차분히 앉아 되지도 않는 글로 끄적거리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정리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한 바탕 토해내고 나니,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기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였던 것 같다.


괜찮아졌음에도 나는 이 공간 안에서의 내 시계를 계속 멈춘 상태로 내버려 두었다.


어쩌면 많이 부끄러웠을지도 모르겠고, 또 어쩌면 홀가분한 마음에… ‘내가 더 무슨 글을 쓸 수 있지?’라고 되지도 않는 건방진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다시 글자를 적어 내려가기 까지.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시, 가을이 왔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공연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내 직업을 잃지 않음에 감사하며, 그럼에도 일상의 무게는 버거워 입을 대빨 내놓고는 투덜이가 되어,

그냥저냥 혹은 벅차게 살아가고 있다.


가늘고 길게, 뭣도 없이 이어오던 연애 아닌 연애는 끝이 났고,

미혼인 게 미안한 서른일곱의 딸은, 여전히 미혼인 마흔하나의 딸이 되었다.


앞자리 숫자는 4가 되었다. 불혹이라는데, 갖은 유혹에 넘어가며 여전히 방탕하고 가볍고 즐겁게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괜찮다.

스스로 멈추었던 ‘시계’ 바늘을 다시 제 자리에 돌려놓으려 한다.








어쩌면… 긴 게으름 끝에 다시 돌아오게 된 것에 대한, 부끄러운 변명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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