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발칸
혼자 보기 아까웠던 불가리아의 아름다움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다음 해 여름 남편과 함께 불가리아에 갔다. 소피아에서 준꼬와 함께 갔던 동네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고 코프리브쉬띠짜의 언덕을 함께 올랐고 플로브디브의 돌길을 함께 걸었다.
한창이던 공사가 마무리 된 곳이 있었고 새롭게 시작된 곳도 있었지만, 일 년이라는 시간은 정말이지 짧아서 마치 며칠 만에 그곳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요상했던 것은 나만의 추억 속에, 그 배경 속에 남편이 쏙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환전소 한쪽 구석에서 어깨를 웅크리고 돈을 셀 때 이번에는 남편이 내 뒤에 서 있었고,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을 두리번거리며 혼자서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는 맞은편에 남편이 앉아 있었다. 전나무 위를 지나며 체어 리프트가 바람에 덜컹 흔들릴 때면 그가 내 손을 잡아 주었고, 목메도록 아름다운 산에서 내려와 어둑한 숙소의 불을 켠 것 역시 내가 아니고 남편이었다. 현실과 꿈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그리고 그때의 나만큼, 지금의 나만큼 그도 행복한지 궁금해서, 그토록 보여 주고 싶었던 불가리아의 아름다움을 그도 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에게 묻고는 했다.
“아름답지? 그지?”
그럴 때마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2015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