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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Jun 03. 2024

오늘 많이 힘들었죠?

그러게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네, 식사 맛있게 하세요.”


불편하다. 애써 아닌 척하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속삭임이 꼬물거린다.


‘입을 열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어쩌다 말문이 터졌을 때는 부담 없이 대화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소란스러운 주변. 그만큼 우리 테이블의 고요함은 날이 서 있었다. 식판에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왜 이럴까. 원래 침묵은 편안한 존재였는데. 친한 이들과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냥 묵묵히 수저를 놀리며 가끔씩 ‘맛있다’며 추임새만 섞어도 충분했다. 혹시 식사가 기갈나게 맛있다면 달랐을까. 글쎄. 조금은 달랐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친한 이들과는 맛이 없으면 없는 대로 편하게 먹었다. ‘별로다’며 소곤거리며.


아마 불안 때문인 듯하다. 나도 상대를 모르고, 상대도 나를 모른다.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편하게 말을 꺼내지 않으면 차가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오늘 많이 힘들었죠?”


식판에 박은 고개를 들자 멋쩍은 표정이 보인다. 상대도 비슷한 생각을 한 걸까.


결국 시간이 답이다. 시간은 기억을 만들고, 그 기억은 믿음이 된다. 서로를 알게 되면 이 불편함도 곧 사라지겠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마 멋쩍게 보이겠지. 그럼에도 괜찮다.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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