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보내는 여행 편지 #13

To. 사윤에게

by 방자

사윤 잘 지내? 거기는 내가 지금 있는 곳보다 더 추울 듯싶은데 감기 안 걸리기 건강 잘 챙겨. 타지에서 혼자 있을 때 아프면 또 그것만큼 서러운 일이 없더라고~ 그래도 독일에서 학생 생활이라니 힘들어도 재밌고 설레는 일 투성일 거 같아!! 나도 다시 학생 하고 싶다. 열심히 공부하고 맘껏 즐기길 응원해!!


나는 지금 올해의 여행지 조지아에 있어. 조지아는 지리학적, 문화적으로 봤을 때 유럽으로도 아시아로도 분류하기 어려워 스스로를 유럽의 테라스라고 소개하곤 한대. 매력적이지? 나도 잘 모르겠더라고. 인터넷에선 조지아는 서아시아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인종, 종교, 문화적으로 유럽에 가까운 거 같거든. 이 동네에 그런 나라들이 꽤 있는 거 같아. 여러 제국들의 영향을 받아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충 추측되는 거랑은 좀 다른 곳들? 종교나 전통 의복, 먹거리, 문화 등에서 말이야. 조지아뿐 아니라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키프로스, 레바논. 이런데 들도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왠지 이슬람 국가 일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추측되는 서아시아의 이슬람 문화권 나라들은 아니거든. 물론 종교를 문화의 가장 큰 축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지만, 이 지역 사람들이 원체 종교가 삶인 걸 감안하면 우리가 아니 내가 아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리적 위치에 기반한 편향된 시각 같은 게 있지 않나 싶어.


조지아는 농업으로 풍요로운 나라인데 위치적 요인으로 인해 일찌감치부터 침략으로 얼룩진 역사를 살았나 봐. 비잔틴, 로마, 페르시안, 아랍, 러시아 등이 쉬지 않고 침략해 많은 것들을 약탈해가고 또 여러 영향을 미친 듯해. 박물관 같은데 가보면 출토물에 막 이것저것 섞여 있더라고. 조지아는 코리아처럼 외국인들이 부르는 이름이고, 우리가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들이 자신의 나라를 부르는 이름은 사칼트벨로래. 조지아라는 이름의 어원은 비잔틴 시대에 그리스 사람들이 부르기 시작한 이름으로 그리스어로 농부들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누가 말해주더라. (확인은 안 해봄)


나는 지금 쿠타이시라는 도시에 있어. 여기 부산처럼 조지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는데 딱히 할 게 없다. 근교에 꽤 유명한 자연 동굴이라던지 협곡 같은 게 있다고 해서 가볼까 했었는데, 겨울이라 출입을 막거나 수리 중이라고 하더라고. 거의 관광객이 없어. 어제도 히터도 안 나오는 8인실 도미토리 룸에서 혼자 잤어. 사실 약 30여 명가량 수용 가능한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이 나랑 폴란드에서 온 남자 여행객 딱 둘이었어. 그 남자가 나한테 그러더라고. 여기 겨울에 볼 거 없는데 왜 왔냐고.... 자긴 여길 온 게 아니라 지나가는 중이라고 하더라. 조지아에 몇 번 와본 사람이래. 그래서 난 정말 볼 게 없는지 확인하러 왔다고 했어. 실은 내가 왜 갔는지 몰랐는데, 그렇게 말해서인지 오늘 아침에도 내내 동네를 방황하며 혹시라도 볼 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다녔는데 이제 그만 트빌리시로 돌아가야겠다는 게 내 결론이야. 언덕 위의 천년 된 성당과 마켓 정도가 마음에 들었는데 사실 이 나라에는 어딜 가나 언덕 위에 성당이나 성곽 혹은 성이 있거든. 것도 아주 오래된. 그러니 특별할 것도 없지. 어차피 교외의 뷰를 즐기지 못하면서 도시에 있을 거라면 여기보다 트빌리시가 나을 거라는 게 지금 생각이야. 난 이렇게 마음 가는 대로 여행을 이어가고 있어. 어느덧 여행 후반에 이르니 점점 계획대로 하려고 하고, 호기심에 일을 크게 만드는 걸 자제하던 일상의 습관들이 옅어지고 있는 거 같아. 여행의 맛이지! 공부를 하고 있는 거지만 또 한편으로는 타지에서 여행 같은 삶을 살고 있을 네가 요즘 세상을 보는 시선이 궁금하네.


사윤, 왠지 네게는 답장이 받고 싶어. 언제든 좋으니, 짧아도 좋으니 삶에 여유가 생겨 한국인 친구가 그리울 때 독일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든 적어 보내줄래? 연말 잘 보내! 늘 건강 챙기고...


2018.12.15.

쿠타이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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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ia, Kuta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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