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이를 예측해서 돈을 벌고 싶어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이러한 예측은 불가능한 것이다.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예언할 수는 있어도 예언은 예언일 뿐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이유는 흔히 말하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가격이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오르고 그 반대이면 가격이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주식과 부동산의 수요와 공급은 가격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사후적으로 많은 이유들이 제시되지만 이는 그저 사후적인 분석일 뿐이다. 주식 가격의 변동을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때때로 가격이 상승하고 하락한 이유가 같을 때가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이번에는 A라는 사건이 있어서 올랐는데 저번에는 A라는 사건으로 하락하지 않았던가? 맞다. 물론 그때그때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에 완전히 똑같은 이유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사실 그 말은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어서 예측이라는 것이 크게 의미 있기가 어렵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또한 비슷하다. 필자의 이전 글(부동산 가격 결정을 따져 본다)에서 확인했듯 실제로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확실한 것을 꼽자면 사실 사람들의 마음이다. 가격이 비싸져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낮아져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금리나 공급량, 정부 정책 등 다양한 것이 꼽히지만 특정한 변수 하나가 가격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의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는 최근 20년 가까이 추세적으로 상승해온 것은 맞다. 부동산을 그것도 서울의 아파트를 구입하면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는 잠깐잠깐 짧은 시기 동안 흔들린 적은 있었어도 무너진 적은 사실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 부동산 가격의 하락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말 그대로 '썰'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심리가 가장 큰 변수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부동산 가격의 방향성을 살펴보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데이터는 무엇이 있을까? 부동산 가격 결정에 대한 지난 글에서 필자는 매매 수급 지수를 그러한 것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매매 수급 지수는 선행지표로 보기는 어렵다. 매매 수급 지수에 나타나는 집을 사거나 팔고자 하는 심리는 현재의 가격과 최근의 가격 변화 양상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매매에 대해 앞으로 가지게 될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는 무엇이 있을까? 사실 없다. 내일 내 마음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사람들이 미래에 가지게 될 매매 심리라니...
그러면 방법은 없을까? 몇 가지 가정을 한다면 추측 정도는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부동산 관련 통계 자료를 활용해 사람들이 주택의 매매에 대해 향후에 가지게 될 심리를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필자가 제시하는 두 가지 가정을 살펴보자.
첫 번째 가정은 주택 매매에서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은 가격 변동 정도와 상관없이 일정 수 이상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하더라도 일정 숫자의 사람들은(개인의 사정 혹은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인식 등을 이유로) 다수의 인식과 상관없이 주택을 팔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일정 숫자의 사람들은 대다수가 향후에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 생각해도 주택을 구입하려고 할 것이다(역시 개인의 사정 혹은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는 인식 등을 이유로).
이 가정이 가지는 의미는 가격 변동폭이 아무리 크고 주택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것이라고 다수의 사람들이 굳게 믿는다고 하더라도, 주택 매매 시장 거래량의 최소 수준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가격이 요동을 쳐도 어느 정도의 주택 거래는 일어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정은 주택 시장 가격 형성의 힘은 매도자보다는 매수자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사실 주택이라는 재화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재화이지만 임대라는 선택지가 존재하기에 꼭 사지 않아도 되는 재화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흔하게 거래되는 재화와 같이 수요와 공급이 탄력적으로 변화되기 어렵다. 비싸다고 공급이 단시간에 확 늘어나거나 수요가 확 줄어들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을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힘은 공급자(매도자)보다는 수요자(매수자)가 가지고 있기 쉽다. 왜냐 하면 기본적으로 매수자는 구입 외에 임대라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도자의 경우에도 매매 외에 임대라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임대는 수익을 얻는 것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도자에게 임대는 매수자만큼 주된 선택지 중의 하나가 되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매도자가 제시한 호가가 가격이 되기 위해서는 매수자가 그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 통상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매도자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매수자가 받아들이는 경우가 꽤나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그런 현상이 쌓이면 가격은 다시 상승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일반적이라 해도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매수자 일반에게 많아지면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은 바뀔 수 있다. 매수자가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현상은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매도자의 호가에 매수자가 반응해야 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두 가지 전제를 다시 정리해보자.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주택의 거래량과 가격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를 위해 필자가 살펴보기로 한 데이터는 서울 아파트의 월별 거래량과 실거래 가격지수이다. 왜 서울 아파트를 보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다. 서울 아파트가 한국 부동산 시장에 가지는 의미는 다들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6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의 거래량(파란색)을 살펴보면, 대략 매월 5천 건 이상의 거래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기간 거래량의 평균은 약 6,600여 건에 이른다. 평균이 이 정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그래프를 다시 살펴보면, 첫 번째 가로 기준선(5,000건) 대비 거래량이 적은 횟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거래량이 적었다고 할 수 있는 2008년 여름 정도부터 2013년 가을까지 아파트의 가격이 완만하게 하향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그 이후 2018년 가을부터 2019년 봄까지 거래량이 다른 시기와 비교해 무척 낮아지는 시점이 눈에 띈다. 해당 시기 또한 아파트 가격은 완만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만으로 거래량이 떨어지면 가격이 하향한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거래량이 크게 변동하는 가운데에서도 일정 수준 이하의 거래량이 나타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만일 필자가 앞서 전제한 것처럼 가격의 정도와 상관없이 최소 수준의 거래량이 존재한다면 거래량이 최소 수준이 될 때 주택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
거래량이 최소 수준이라는 의미는 가격 결정의 힘이 매수자에게 좀 더 있다는 필자의 두 번째 전제에 따르면 매수자가 매수하고자 하는 힘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왜냐 하면 매수자가 지금의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차후에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의 첫 번째 전제에 따르면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거래량은 존재하고 이는 일정 규모의 매도자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 결정의 힘이 매수자에게 있다면 거래량의 최소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매도자라고 할 수 있다. 팔겠다고 내놓은 집이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의 수준과 상관없이 일정 정도의 매도자는 항상 존재하지만 매도자가 내놓은 가격에 매수자가 응하지 않으면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에 매매가 이루어질 수 없다. 매매 거래량이 일반적인 시기보다 매우 적다는 것은 거래에 응한 매수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을 상당수의 매수자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매수자는 왜 매도자의 호가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간단하다.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싸다는 인식에는 향후에 하락할 것이라는 인식이 포함될 수도 있다. 혹은 미래의 하락 가능성과 무관하게 현시점에서 구입하기에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매수자가 매도자의 호가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른바 거래량이 매우 적은 시기는 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하기 어렵다. 오히려 빨리 매매를 진행해야 하는 매도자가 많다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위의 그래프를 다시 살펴보자. 2006년 이후 대략적인 상황을 확인했으니 최근 시점을 확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2016년 이후 거래량과 실거래 가격지수를 표시한 위의 그래프에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적은 구간은 2018년 가을 이후부터 2019년 봄까지이다. 그래프가 눈에 익숙할 테니 당시의 거래량과 가격지수를 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2018년 9월 7천 건이 넘었던 거래량은 다음 달 3천 건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2019년 5월 4천 건이 넘어가기 전까지 특히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는 2천 건 미만 수준으로 거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실거래 가격지수 또한 117.9에서 116까지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제시한 필자의 두 가지 전제에 의거한 분석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위의 표에서 최근 그러니까 2021년 8월은 거래량이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전과 비교해도 거래량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최소 수준의 거래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가격 또한 하락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참고 : 실거래 가격지수는 2021년 6월까지만 제시되어 7월과 8월 자료가 없음 / 매매거래량은 사후에 보정하므로 최근 수치가 향후에 변경될 수 있음. 현재 자료는 2021년 9월 11일 오전 기준임).
결론이다. 2006년 이후 월별 매매 거래량이 4천 건 수준 이하로 하락해 그러한 추세가 3개월 연속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기마다 가격은 하향하거나 보합세를 보였다. 그런 점에서 다가올 2021년 가을과 겨울 주택 거래량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고 그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부동산 가격 정확히는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련해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매수자에게 지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준금리가 이미 한 번 인상되었고 빠르면 올해 한 번 더 인상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매수자가 가지는 지금의 가격이 비싸다는 심리가 바뀔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최근 줄어들고 있는 거래량이 늘어나는 추세로 반전된다면 이러한 예측은 무의미하다. 매수자들이 지금의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므로. 추석 직후, 10월 초에 확인되는 거래량이 향후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첫 번째 지표가 될 것 같다.
과연 매매 거래량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향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