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딩아돌하
개 등에도 저승꽃이 피나요
강민구
아이보는 소니에서 출시한 최신형 로봇 개
삼돌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보도 다 할 수 있대
요즘 세상에 인공지능으로 사람 얼굴 알아 보는 것 정도야 놀랄 일도 아니지
주인 보면 꼬리 흔들고 부르면 뛰어오고 쓰다듬으면 좋아하고 화내면 슬퍼한대
눈에는 고성능 카메라가 달려서 사진도 찍어서 핸드폰으로 보내준대
삼돌이 눈에는 백내장 밖에 없는데
아이보는 못하고 삼돌이는 할 수 있는 거는 얼마 없어
늙는 거, 죽는 거
며칠 전에는 잘 가리던 똥을 아무데나 싸 놨지 뭐야
아이고 이노무 개새끼 노망이 났나
그걸 치우며 우리 할머니는 조용히 한마디 할 뿐
웬일인지 화를 내지 않았어
우리는 아이보보다 삼돌이를 사랑해
그것은 단지 15년 세월 때문만은 아니고
어쨌거나 아이보는 로봇이잖아 진짜 개가 아니잖아
왜 꼭 진짜 개여야 하는데? 진짜보다 나은 복제품이라면 현실보다 나은 가상이라면 본질보다 나은 현상이라면 이데아보다 나은 그림자라면 그냥 거기 머물면 안 되는 거야?
아니 나는 삼돌이의 늙음을 사랑해 삼돌이의 죽음을 사랑해
나는 현실의 본질의 이데아의 개같음을 사랑해
짧게 털을 깎아놓은 삼돌이 등이 얼룩덜룩해
할머니 이건 뭐야? 응 저승꽃이야
저승꽃? 검버섯 말이야
그럼 그냥 검버섯이라고 하지 왜 저승꽃이라 그래 무섭게,
무슨 개 등에 검버섯이 나고 지랄이람
그걸 쓰다듬는 할머니 손에고 시커먼 얼룩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오늘은 나도 삼돌이랑 할머니 따라 하루만큼 늙었다
사랑스런 현실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