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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민 Jan 24. 2023

답답해서 그래요

시댁 이야기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 10월 말에 귀국했으니 벌써 석달이 지났다


올해 초에는 복직도 했다.

재작년 임신한 몸으로 남편을 따라 모스크바로 갈때, 혹시 몰라 회사 복직 카드를 남겨두긴 했지만 아주아주 깊숙이 넣어뒀더랬다.

비상금으로 만든 만기 1년 반짜리 소액 예금 상품처럼,넣어는 두지만 잊기로 했다.


그래서 그후, 매일 아침 ”미래 먹거리“ 고민으로 잠이 깨고 같은 고민으로 잠이 들었었는데...

그 고민이 무색하게 난 깊숙이 넣어뒀던 복직 카드를 기한 만료 전에 스윽 꺼내 내 ”미래“에 들이밀었다.


“미래 먹거리는 아무래도 모르겠고. 일단 이거라도 쓸래?”



아기는 시어머니가 봐주신다.


이렇게 입만 때도 시댁 도움을 받고 있거나 한번이라도 받아본 사람들은 나의 뒷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한숨으로 호응한다.  


물 한 잔 본인 손으로 안 떠다 드시는데 몸은 엄청 챙기셔서 인삼물, 우엉물, 보리차, 옥수수차... 매번 종류별로 바꿔드시는 나이 여든의 욕심 많은 경상도 할아버지 시아버님


아버님보다 열 한 살이 어린 “원죄”로 아버님의 잔심부름 다 해드리면서도 아버님 보다 좀 더 젊은 그노무 ”원죄“ 때문에 아버님께 잔소리를 시시때때로 듣고 원색적 무시까지 당하시며, 그 설움을 이야기로 푸시느라 말이 엄청 많으신 시어머님(=매일 ‘아까’ 있었던 일화로 입을 떼시지만 결국 옛날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 대서사시를 풀어내셔야 이야기가 끝나는...)



아들 삼형제 집이라 안그래도 바람 잘 날 없었고, 명절에 가면 서로가 서로를 뒷담화하느라 귓속말로 어수선했던 시댁에, 난 무려 하루 10시간 넘게 아기를 맡기기로 한 거다


처음에는 아기를 맡길 가족이 있고, 그 덕에 다시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런데 한달이 지나고, 예상대로 뒷담화와 눈치싸움으로 점철된 설 명절까지 보내고 나니, 어디 하소연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마음이다.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참으로 피곤한 시댁 식구들 이야기를 여기에 써봐야겠다.


말하자면 뒷담화.

그래! 나도 뒷담화 좀 해야 살겠다




방금 전, 브런치에서 “작가님 글을 120 동안 못 봤다”는 알림이 울렸다.


이제 시댁 이야기를 쓰기로 한 이상, 그런 알림은 다시 보지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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