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이태리 여행 15 <마지막>

by Blue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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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항공기 타기 편리할 것 같아 마지막 날은 힐튼 로마 에어포트 호텔을 선택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천천히 공항으로 향했다. 이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최적의 방법은 걷는 것이다. 공항과 호텔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걷는 길이 좀 길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컨베이어 벨트도 있어 편했다. 가는 길은 올 때와는 반대로 로마 공항-이스탄불 공항-뉴욕 JFK 순이다. 꽤나 먼 길이다.


여행을 출발할 때의 마음과 집으로 돌아갈 때의 마음은 참으로 기분이 묘하게 다르다. 여행을 떠날 때는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가고 싶다. 공항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데에도 시간적인 여유를 부리고 싶다. 굳이 빨리 가야 할 이유가 없고 주변 풍경을 하나하나 살피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어서 빨리 집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에 주변의 사물이 풍경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번 여행은 아직도 뉴욕에서의 이틀이 남아있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도 여행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 분위기는 비슷하다.


로마에서 이스탄불까지는 2시간 30분, 이스탄불에서 뉴욕까지는 1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게다가 이스탄불에서 3시간 40분의 레이오버 시간이 있다. 총 17시간 40분, 참 길다. 출발 때 공항 도착시간, 내려서 숙소까지 가는 시간까지 3시간을 합치면 21시간이다. 거의 하루가 전부 들어간다.

공항과 항공기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아깝다. 책 읽고, 오디오북도 듣고, 전화기에 있는 게임도 하고, 잠자고, 기내 영화도 보고, 스튜어디스가 가져다주는 밥도 꼬박꼬박 먹다 보니 어느새 내 몸은 다음 항공기로 갈아탈 이스탄불 공항 탑승구 앞에 앉아 있고, 또 뉴욕 JFK에 도착해 배기지 클레임 앞에서 가방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란 참 갈 때는 늦게 가는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빠르다. 하루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뉴욕에서는 맨해튼으로 호텔을 잡을까 하다가 늦은 밤에 도착하는 데다가 이틀만 숙박한다는 점을 생각해 맨해튼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있는 롱아일랜드 쪽에 잡았다. 12시 다돼서 호텔에 도착해 푹 쓰러져 잤다. 호텔은 홈 2 스위트 바이 힐튼 롱아일랜드인데 생각보다 시설이 많이 미흡하다. 아침도 먹을 것이 별로 없다. 주는 것만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정도다.


그냥 롱아일랜드 쪽에 있을 수가 없다. 맨해튼으로 가서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비가 내리고 바람이 좀 불지만 우산을 들고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미드타운으로 갔다. 아까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 맨해튼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까. 오늘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데. MoMa (Museum of Modern Art)에 한번 더 가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전에 갔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별로 구경도 못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비가 오는데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그랬다. 아니 여기는 항상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이번에도 그냥 수박 겉핥기로 구경하고 재빨리 나왔다. 33번가의 코리아타운에 가서 고등어 김치찌개를 먹고 소주도 한잔했다. 오랜만에 먹는 한식이라 더욱 맛있었다. 역시 아직도 이런 것을 먹어야 속이 편하다. 미국에 오래 살아도 음식 습성은 버릴 수가 없다.


그래도 뉴욕에 왔으니 뮤지컬을 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Beautiful'을 봤다. 한마디로 하자면 여자 뮤지컬 배우의 성공스토리다. 재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 데에 한몫을 더한 것은 아까 늦은 점심으로 한식을 먹을 때 마신 소주 때문이었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 때우느라 극장 앞에서 맥주를 한 잔 더 마셨다. 몸속에 들어온 알코올은 서서히 잠을 부르고 있었다. 어제 늦게 자서인지 몸도 피곤하다. 그래도 차마 졸지는 않았다. 다만 얼른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봐야 할 터인데. 다음엔 절대로 뮤지컬 보러 가기 전에는 한잔도 마시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 소피와 둘이 합쳐서 $183을 주고 본 뮤지컬인데 얼른 끝나기만을 바라면서 본 것이다.


아침이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우버로 JFK까지 다시 갔고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하와이안 항공을 탔다. 11시간 20분 논스톱이다. 또다시 시간 때우기 모드에 돌입했다. 그리고 3시 15분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언제 콜로세움 앞에 있었고, 또 언제 베니스에서 바포레토를 타며 석양을 감상했는지 벌써 아득하다. 이스탄불 갈라타 타워에서 바라본 보스 포로 스도, 폼페이 화산 유적지도 이제는 마음속에 각인된 한 장의 사진으로만 남았다. 2주간의 일정이 긴 여행은 아니지만, 내가 없는 사이 하와이에서는 한 달 이상, 아니 벌써 몇 달의 시간이 지난 듯하다. 언제 또 떠날 수 있을까.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마음은 이미 다음번 여행을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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