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별다른 스케줄을 잡지는 않았다. 그냥 가고 싶은 곳 아무 데나 가면 된다. 어디를 갈까 하는데 세라가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이 가볼만하다고 한다. 런던의 현대 미술관이다. 튜브를 타고 밀레니엄 브리지 (millennium Bridge) 앞에서 내렸다.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박물관보다는 현대미술관이 더 친근하다. 어떤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저런 작품을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괴롭다. 내가 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법은 쪽 지나가면서 보다가 눈길을 끄는 것이 있으면 자세히 보는 것이다. 작품을 보고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현대 예술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자면 상당히 길어질 것 같다.
테이트 모던을 나오면 바로 앞이 밀레니엄 브리지다. 템스강을 건넜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다른 다리들하고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런던에서 가장 현대적인 다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타워브리지와 너무나 대조되는 다리다. 이 다리를 건너면 세이트 폴 성당 (St. Paul Cathedral)이 나온다. 세인트 폴 성당은 런던의 주교가 있는 성당이다. 넬슨 제독, 윈스턴 처칠, 마가렛 대처 등 영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의 장례식이 열린 곳이다.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도 여기서 열렸다. 그런데 오늘이 마침 일요일이라 온라인에는 문 닫은 것으로 나온다. 그럼 못 들어가겠구나 했는데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관광은 못하고 미사는 가능한 것이다. 미사에 참석할 생각으로 앉았다. 세라는 자기는 여기 한 시간 앉아있느니 근처의 카페에 가겠다고 한다. 이따가 만나기로 하고 소피와 뒤쪽에 앉았다. 미사가 끝나갈 무렵 세라와 연락하니 성당 바로 앞 카페에 있다고 한다. 길을 건너자마자 카페가 있고 세라가 창가에 앉아있다. 오랜만에 맑고 파란 하늘이 나왔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 멀지 않은 곳에 한국식당이 있다. 평도 좋다. 걷기에는 좀 먼 듯해서 버스를 탔다. 식당은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깨끗했다. 오랜만에 불고기와 소주를 시켰다. 점심 먹기에는 늦은 시간, 저녁 먹기에는 좀 빠른 시간이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한국사람들과 영국 사람들이 섞여있다.
오늘이 런던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아쉽다.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런던뿐만이 아니라 외곽지역도 가보고 싶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까지도 가보고 싶다. 하긴 영국뿐만이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를 속속들이 다녀보고 싶다. 한 달쯤 계획으로 와볼까. 아냐, 한 달은 부족해. 아예 일 년쯤 와서 살아볼까? 그러면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일을 안 하면 무슨 돈으로 여행을 다닌단 말인가. 상상력은 가만히 놔두면 끝이 없다. 그래, 일을 하면서 틈틈이 다녀야지. 그래도 혹시 기회가 된다면 유럽에서 1년간, 또는 그 이상 살아보고 싶다. 아~ 오랜만에 마시는 소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