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산책에 나섰다. 비가 조금 오기는 하지만 하이드 팍 (Hyde Park) 이 코 앞이니 아침 산책을 안 할 수 없다. 푸릇푸릇한 초목들과 가끔씩 아침부터 바쁜 듯 지나가는 다람쥐, 아침식사에 여념이 없는 새,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는 오리, 그리고 알싸하고 시원한 맑은 공기가 정말 상쾌하다. 일찍부터 걷기 대회가 있었는지 행사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지나간다. 호수 쪽으로 가니 60대나 7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들이 행복한 듯 수영을 한다. 춥지도 않은가 보다. 나는 겹겹이 옷을 껴 입었는데 이 사람들은 이 온도에 아랑곳 않고 수영을 하는 거다. 그 옆에는 덩치 큰 백조가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닌다. 호수 옆 한쪽에는 카페가 있다. 나중에 더 나이 들면 이렇게 공원이 가깝게 있는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원이 있으면 언제든지 산책을 할 수 있고, 공기가 맑다. 경치도 좋다.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산책은 소피와 둘만 나왔고 세라는 자고 있었다. 이젠 일어났겠지. 들어가기 전에 세라에게 연락해서 호텔 식당에서 만났다. 아침부터 호텔 식당은 붐비는 편이다. 오믈렛 만들어 주는 코너 앞에 두 세명이 기다리고 있는 정도다. 대부분의 웨이터가 코케이시안이지만 동양계 사람도 한 명이 보였다. 중국계 같았다. 식사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도 있고 우리처럼 캐주얼한 복장의 사람들도 있다. 정장 쪽이 더 많았다.
오늘은 대영박물관 (The British Museum)에 가기로 했다. 멀지 않으니 천천히 걸어서 가도 된다. 런던에서도 가장 비싼 주택가 가운데 하나인 지역을 지나간다. 이어 넓은 길이 나왔다. 유명 쇼핑 거리인 옥스퍼드 스트릿 (Oxford Street)이다. 비가 꽤 오는 데도 사람들이 많다. 환전소가 곳곳에 보인다. 안 그래도 파운드가 없어서 바꾸려고 했는데 잘됐다. 영국은 유로를 쓰지 않고 파운드를 쓰니 현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조금은 갖고 있는 게 낫다. 환전소는 가게의 한쪽 귀퉁이에 있다. 환율은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대영박물관에 도착했다. 긴 줄이다. 영국은 물가는 비싼 편인데, 대부분의 박물관이 무료다. 하지만 오디오 가이드는 필요한 것 같아서 구매했다.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집트관, 그리스 로마 관 등을 보고 나서 2층에 갔더니 중국관, 한국관도 있다. 하지만 한국관은 너무 빈약하다.
박물관을 나와서 좀 걸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거리의 음식점들을 살폈다. 마땅한 게 없어서 또다시 온라인으로 찾아봤다. 가까운 곳에 오래된 휘시 앤 칩 (Fish & Chip) 전문점이 있다. 세라는 가는 길에 상점을 한 곳 들르겠다며 금세 사라졌다. 그럼 볼 일 보고 연락하라고 한 후 음식점을 찾아서 좀 더 걸어갔다. 음식점을 찾고 자리에 앉았다. 웨이트리스가 주문하겠냐고 해서 일행이 오면 같이 주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세라가 안 오는 거다. 결국 나가서 아까 헤어진 곳으로 걸어가서 세라를 다시 만났다. 세라를 데리고 아까 갔었던 집에 다시 들어갔다. 휘시 앤 칩은 영국 음식이고 휘시를 좋아하는 나는 좋아한다. 튀겨내는 거라 기름이 좀 있지만 맥주와 먹으면 딱 좋을 정도다. 음식점 안은 계속 꽉 차서 자리가 없을 정도다.
배를 채운 후에는 바로 근방의 코벤트가든 (Covent Garden)에 다시 갔다. 아래층 가운데 쪽에서는 공연이 한창이다. 2층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잠시 구경했다. 소피와 세라는 상점을 구경하러 다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티 (Tea) 전문점이 보인다. 티를 좀 사야겠다. 나는 커피를 참 좋아했었다. 커피가 없으면 아침을 시작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속이 쓰릴 정도로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기침이 많이 나서 혹시 커피 때문인가 해서 잠시 커피를 끊어봤다. 그랬더니 기침이 안나는 거다. 다시 커피를 마시니 또 기침이 났다. 커피와 기침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래서 티를 마시기 시작했다. 주로 그린티를 마시지만 가끔씩 이런저런 다른 티도 시도해보고 있다. 티 전문점에는 종류가 상당히 많았다. 시음해 볼 수도 있었다. 그린티와 블랙티 하나씩 샀다.
이제 내일이면 영국 여행도 마지막이다. 이번 여행 동안 런던에서는 거의 매일 비가 왔다. 원래 날씨가 이런 걸까, 요즈음 날씨가 이런 걸까. 항상 날이 맑고 쨍한 곳에 사니 이런 날씨를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매일 이런 날씨라면 쨍한 편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