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날이다. 바르셀로나 4박은 좀 부족한 듯하다. 이제 여행도 막바지로 가고 있다. 오늘은 다시 영국으로 가는 날이다. 택시로 바르셀로나 엘 프랏 (El Prat) 공항에 도착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런던까지는 항공기로 2시간 30분 거리다. 멀지 않으니 항공여행도 부담이 없다. 짐 싸고 풀고, 체크인 아웃이 조금 귀찮을 뿐이다. 하지만 여행이란 이런 일들의 반복이다.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런던 도착하는 공항은 스탠스테드 (Stansted) 공항이다. 런던에서 프라하로 갈 때 이 공항에서 출발했으니 이제는 처음 가는 곳이 아니다. 런던을 떠났을 때의 역순으로 가면 된다. 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들어갈 때도 이미 왕복으로 끊어놓은 스탠스테드 익스프레스를 타면 된다. 리버풀 스트릿 역에 내렸다. 여기서 호텔까지는 20분 정도의 거리다. 하지만 런던의 엄청난 교통체증 때문에 얼마나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택시를 타면 좋겠지만 물가도 비싼데 트래픽에라도 걸리면 백 달러 이상 나올 것이 뻔하다.
역에서 밖으로 나가자마자 우버를 불렀다. 그런데 우버 운전사가 역 바로 앞까지는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역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도로로 나갔다. "어디 있느냐" " 너는 어디 있느냐" 우버 기사와 전화로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우리가 부른 우버를 만났다. 기사는 우리 짐을 트렁크에 싣고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이게 뭔 소리인가?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지금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까 내가 부른 우버의 픽업 오더는 시간이 지나서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다시 우버를 부르라고 한다. 운 좋게 픽업 오더를 자신이 픽업하면 바로 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내려서 응답한 우버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짐도 다 실었는데 그냥 그냥 가면 안되냐고 하니 시스템이 그렇기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차에 탄 채 우버를 불렀다. 그런데 다른 기사가 재빨리 응답했다. 결국 내려서 다시 기다리다가 다음에 온 우버를 탔다. 먼저 온 우버 기사는 기본요금을 받고 가버리고, 우리는 다시 요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런던 힐튼 팍 호텔 (London Hilton on Park lane) 은 하이드 팍 (Hyde Park) 바로 앞에 있다. 런던의 중심가다. 엄청난 트래픽이다. 우버 기사는 큰길이 막히니 골목으로 누비고 다니는데, 골목마다 차들로 막힌다. 비가 오니 더욱 막힌다. 게다가 금요일 퇴근시간과 겹치는 것 같다. 우버 비용을 두 배로 내더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택시를 탔으면 100달러가 아니라 200달러까지 나왔을 것이다.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우버 기사에게는 앱으로 팁을 얹어줬다. 런던 힐튼 팍 호텔은 영국에서도 방값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다. 물론 시설이며 조식이며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시설이 아주 좋아서라기 보다는 호텔의 위치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은 것 같다.
짐을 풀고 나니 배가 고파진다. 인터넷으로 가까운 곳의 음식점을 찾으니 스페인 음식점이 있다. 몸은 이미 영국에 와 있는데 뱃속은 여전히 스페인 음식을 요구한다. 간 곳은 엘 피라타 (El Pirata of Mayfair)라는 스페인 타파 집이다. 1층과 지하층에 좌석이 있는데, 1층도, 지하층도 빼곡하게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비 오는 금요일 밤 사람들이 대부분 집에 있는 줄 알았더니 이런데 모여 있는 거다. 우리도 가까스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주문을 했다. 음식 몇 가지와 와인을 시키면서 여기는 더 이상 스페인이 아님을 실감했다. 스페인에서 이 정도로 시키면 50~ 60 유로 정도일 텐데, 여기서는 130유로다. 런던에서는 이렇게 먹으면 안 되겠다. 바르셀로나에서 여기까지 올 때 너무 힘들었다. 내일은 어디 갈까. 이런 궁리를 하면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호텔에 돌아왔다. 바로 옆에 카지노가 있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들러가 보려 하니 여권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호텔이 바로 옆이니 문제없다. 방에 들러 여권을 가지고 카지노에 들어갔다.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간단한 등록을 한 뒤 짠 하고 들어간 카지노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모두들 양복을 입고 있었고 너무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다. 호텔이 바로 옆이라 헐렁하게 대충 입은 우리를 이상하게 보는 듯했다. 안 그래도 눈에 띄는데 더 띈다. 테이블을 잠시 둘러보다가 아니다 싶어서 바로 나왔다. 수확이 있었다면 영국의 카지노는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