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 (La Sagrada Familia) 가는 날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귀하신 몸이다. 전 세계에서 이걸 보려고 바르셀로나를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장권 사는 방법도 다양한데 우리는 온라인으로 예매했다. 가이드를 동반하지는 않고 오디오 가이드를 선택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복잡한 곳을 갈 때는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것을 무진장 싫어한다. 내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하고 끌려다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홉 온 홉 오프 버스는 1일 치로만 샀기 때문에 오늘은 사그라다 파밀리아까지 버스로 찾아갔다.
엄청난 인파다. 표를 사는 줄, 입장하는 줄, 단체 입장 줄, 개인 입장 줄 등 내사 서는 줄이 어떤 줄인 지 잘 서야 한다. 안 그러면 다시 서야 하고 그만큼 시간이 낭비된다. 성당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빙 둘러서 걸어봤다. 성당에서 얼마큼 가깝게 있느냐, 어느 방향에서 성당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이다. 성당 전경을 사진에 담으려면 성당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야 한다. 마침내 입장권을 예매한 사람이 들어가는 줄을 찾아서 섰다. 엄청 길다. 좀처럼 줄 것 같지 않던 긴 줄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내 차례가 온다. 가방검사도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외관 부분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드디어 들어왔다. 오디오 가이드는 각 지역에 붙어있는 번호를 따라가면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그 지역을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성당 입구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건물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곳도 손이 안 간 곳이 없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의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우디 이외에도 수많은 건축가들의 혼이 담겨있는 건축물이다.
이 성당이 처음 착공된 것은 1882년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 ( Francisco de Paula del Villar)에 의해서다. 그가 사임하자 가우디가 1883년부터 건축을 맡게 됐다. 개인의 도네이션에 의해 건축되어온 이 성당은 가우디가 평생의 역작으로 삼아 생을 다할 때까지 열과 성을 다했지만 그가 사망한 1926년까지 전체의 25% 도 건설되지 않은 상태였다. 가우디는 이 성당 지하무덤에 잠들어 있다. 고딕과 모더니즘 형식으로 건설되어온 이 성당은 1936년 스페인 내전을 겪기도 했고, 2010년부터는 컴퓨터 설계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완공되지 않은 성당으로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마침내 가우디 사망 100주년이 되는 2026년을 맞아 완공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ovid-19으로 또 한차례 공사가 전면 중단돼 예정대로 2026년 완공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내부에서 보는 성당은 다른 성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니다. 고딕 형식의 성당이 보여주던 딱딱한 느낌을 사라지고, 스태인드 글라스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빛이 내부를 온화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성당만 구경하고 그냥 가기 쉬운데, 성당을 나와서 바로 왼쪽으로 성당 뒤쪽으로 들어가면 연결되는 박물관도 볼만하니 놓치지 않은 것이 좋다. 우리는 화장실에 가려다가 그쪽으로도 길이 나 있길래 가보니 박물관이 있었다.
성당을 나온 후에는 몬주익 (Montjuic) 언덕으로 향했다. 저녁에 몬주익에서 열리는 분수쇼가 멋지다고 해서 그것을 보기 위해서다. 파랄렐 (Paral-lel) 역에서 몬주익 방향 화살표를 따라가니 푸니쿨라 타는 곳이 나왔다. 이 푸니쿨라를 타고 몬주익 언덕에서 내렸다. 여기는 공원이 공기가 좋고 상쾌하다. 순환도로를 따라 걷다가 배가 고파져서 음식점을 온라인으로 찾아보니 한 군데가 나온다. 폰트 델 갓 (Font del Gat)이라는 곳으로 '고양이 분수'라는 이름의 분수가 있는 곳인데 음식점이 이곳에 있다. 야외와 실내 좌석이 있는데 실내는 아직 안 하는 것 같고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폰트 델 갓 음식점 입구
폰트 델 갓의 빠에야
빠에야를 다시 시켰다. 이번에는 맛있다. 하마터면 보케리아 마켓에서 딱 한 번 먹어보고 빠에야는 맛이 없다고 결론 지을 뻔했다. 와인도 한 병 시켰다. 지금은 운전할 필요도 없고, 일할 필요도 없는 여행자다. 언제든 마시고 싶으면 마셔도 된다. 스페인 와인은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싸니 더욱 좋다.
들어올 때부터 검은색 옷을 입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뭐 하는 걸까 궁금했다. 마이크를 세팅하고 악기를 가져다 놓는다. 웨이트리스에게 물어보니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로 나온 카바 (Cava)를 출시하는 기념회가 열린다고 한다. 조금 기다렸다가 보고 갈려다가 일어섰다. 분수쇼가 열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몬주익 분수쇼가 시작되려면 아직 2시간 정도 더 있어야 한다. 잠시 계단에 앉았다. 내려다보이는 곳이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이다.
몬주익 분수쇼가 열리기 몇 시간 전
스페인 광장 쪽으로 걸어내려 갔다. 원형경기장처럼 생긴 건물이 나왔다. 아레나 (Plaza de toros de las arenas) 다. 원래는 경기장으로 건설된 것인데, 한동안 투우 경기장으로 사용되다가 이제는 쇼핑센터가 됐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투우가 금지되어 있다. 맨 위층으로 올라가니 음식점이 빙둘러가며 많고, 스페인 광장과 몬주익 언덕이 보인다. 한 음식점에 들어가 해물 튀김과 맥주를 시켰다. 잠시 후 몬주익에서는 분수쇼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