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 La Sagrada Familia) 성당이다. 하지만 아직 4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가장 먼저 간 곳은 까사 밀라(Casa Mila) 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Antoni Gaudi)가 살려놓은 도시다. 어디를 가도 가우디의 흔적이 있다. 가우디가 아니었으면 아마도 바르셀로나가 이렇게 유명세를 타지 못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려면 간략하게나마 가우디에 대해서 알고 가는 게 도움이 된다. 까스띠야 지방 모더니스트 건축가인 가우디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 시기는 1800년대 후반이다. 청동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난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를 졸업한 후 건축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사업가 구엘 (Eusebi Guell)을 만난 것을 계기로 전성기를 맞게 된다.
까사 바뜨요, 바르셀로나
우리는 까사 밀라에 가려고 간 것은 아니다. 원래 첫 목적지는 까사 바뜨요 (Casa Batllo) 다.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까사 바뜨요 근방에 내렸는데 정류장 바로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것이고, 관광지도를 보니 이곳이 까사 밀라다. 들어갈까 하다가 가우디의 모든 건축물을 다 들어가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으로 밖에서만 구경했다. 하나의 돌덩이로 만들어진 것처럼 생겼다. 차도를 따라 인도로 조금 내려가니 까사 바뜨요가 나왔다. 까사 밀라에서부터 이어지는 이 길은 그라시아 거리 (Paseo de Gracia) 다.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번화 거리 중의 하나이다. 옛날부터 그랬다. 그래서 이 근방에 유명한 건물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까사 바뜨요 앞에서 입장권을 끊고 잠시 줄 서서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입장권도 시간대별로 여러 줄이 있어서 좀 헷갈렸다.
집안은 생각보다는 넓지 않았다. 하긴 까사 밀라나 까사 바뜨요나 개인이 가우디에게 의뢰해서 건축된 집인 것이다. 공공 건축물처럼 규모가 큰 것은 아닌 것이다. 이 집은 뼈 (bone)를 주제로 한 것이라고 한다. 하필이면 왜 뼈를 주제로 집을 지었을까? 의뢰인, 그러니까 이 집의 주인은 100여 년이 지난 후 전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구경하러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람블라 거리 (La Rambla) 거리를 걸어서 고딕지구 (Gothic Quarter)로 향했다. 고딕지구는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다. 오래된 건물과 좁다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다. 과거의 건물 안 상점에서 파는 현대의 상품들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고딕지구를 벗어나면 탁 트인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비로소 바르셀로나가 지중해에 면해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아주 높은 동상 기둥이 있다. 미라도르 꼴론 (mirador de colon; Columbus Monument)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가리키고 있는 모양이다. 해변을 따라 걷다가 광장의 한 휴게소 앉았다. 다리도 아프고 목마르다. 음료수를 마시려고 메뉴를 보니 어제 뮌헨에서 마신 것과 비슷한 레몬이 들어간 맥주가 있다. 당연히 그걸 시켰다.
다시 시내 쪽으로 좀 거슬러 올라가 다음 목적지인 보케리아 마켓 (La Boqueria)을 찾았다. 여기도 재래시장인데 먹을 것이 많아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다. 런던의 재래시장 보로우 마켓보다 규모가 더 크다. 한참 구경하다 테이블이 있는 한쪽에 앉았다. 메뉴를 보니 빠에야 (Paella)가 있다. 스페인에서 안 먹어볼 수가 없는 음식이다. 상그리아 (Sangria)와 화이트 와인을 같이 시켰다. 잠시 후 조그만 팬에 나온 빠에야는 생각보다 양이 작았다. 바스크 식 빠에야라고 한다. 소피와 세라는 맛이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별로 였다. 너무 짰다. 나중에 다른 데서 다시 한번 먹어봐야겠다.
빠에야
하몽 가게, 보케리아 마켓
밥을 먹고 기운이 났는지 세라가 멀지 않은 곳에 씨우다데야 공원 (Ciutadella Park) 이 있다고 가자고 한다. 버스를 타고 몇 정류장 안 가서 금방 도착했다. 가운데쯤에 있는 분수와 인공호수, 나무들이 예쁘장한 경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런던에서 보던 공원 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런던의 공원들이 자연을 그대로 살려놓고 공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면, 여기는 인공으로 만들어 놓고 공원이라 이름을 붙인 것 같다. 그래도 야외에서 한참 동안 쉴 수 있어서 좋았다. 해 질 녘이 되어 나오는 길에 보니 공원 입구에서 한창 벌어지는 퍼포먼스가 눈길을 끈다. 아주 큰 훌라후프처럼 생긴 동그란 원으로 빙글빙글 도는, 체조 같은 퍼포먼스에 바르셀로나의 석양이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