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는 볼 것이 참 많다. 여행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야겠다 싶었다. 인터넷을 찾아서 홉 온 홉 오프 버스 (hop on hop off) 티켓을 샀다. 여러 도시에 있는 빅 버스 같이 언제든 원할 때 타고 내릴 수 있는 교통편을 제공하는 티켓이다. 옵션 선택사항이 있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입장권과 오디오 가이드와 구엘공원 입장권을 추가했다. 서비스에는 공항까지의 왕복 버스가 무료로 추가되지만 우리는 이건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호텔에서 공항이 멀지 않으니 그냥 택시로 가는 편이 더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홉온 버스 타는 곳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버스에 올라타니 기사가 버스가 지나가는 노선의 관광지를 안내하는 조그만 책자와 오디오를 건네준다. 사람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2층에 올라가니 거의 만석이다. 버스에 앉아서 오디오를 켜니 지나가는 곳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가만히 앉아서 안내를 받으니 편하긴 하다. 하지만 한참 타고 가니 좀 지루하기도 한다. 바르셀로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몬주익 (Montjuic) 언덕을 지나고, 어제 걸었던 고딕지구도 지났다. 어디서 좀 내려서 구경하다가 다시 탈 생각으로 카탈루냐 광장(Plaza de Catalunya)에 내렸다. 카탈루냐 광장은 바르셀로나에서 대부분의 유명한 거리가 만나는 교통의 요지에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내린다. 여기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려는 것이다.
구글맵으로 주변을 보니 바로 근방에 바르셀로나대학교 (University of Barcelona)가 있다. 한창 때는 이 대학으로 유학을 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곳이다. 그래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인지 생각보다는 학교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좁다란 복도를 지나니 뒷마당 같은 플라자가 나온다. 무슨 행사를 준비하는 듯 테이블에 흰색 테이블보를 깔고, 포크를 놓고, 와인잔을 준비한다. 약간 아래로 내려가니 교내 식당도 있다. 광장의 벤치에 잠시 앉아본다. 20대 때 이곳으로 왔었다면 또 어떤 삶이 나에게 전개됐을까? 혹시 지금 스페인에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공부를 다 마치고 한국에 가서 교수가 되었을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이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세라는 이런 곳으로 유학으로 오고 싶지는 않을까? 나처럼 말도 못 꺼낸 채 가슴속에 묻어만 두고 있지는 않을까? 세라를 보니 셀폰만 들여다다보고 있다.
카탈루냐 광장으로 다시 걸어가 홉온 버스를 탔다. 세라는 버스를 타면 졸리다고 다른 곳을 구경하겠다고 한다. 입장권을 예매해 둔 구엘공원 (Guell Park)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버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옆을 지난다. 여기는 내일 올 것이라 버스를 타고 겉에서만 구경했다. 구엘공원에서 내렸다. 구엘공원은 언덕 위에 있다. 아직 예매해둔 시간이 안되었고 배도 고파서 공원 올라가는 길 앞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유명 관광지 앞이라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깨끗하고 넓었다. 집을 개조해 음식점을 운영하는 듯했다. 특히 홍합요리가 참 맛있었다. 음식이 맛있다고 말해주니 웨이터가 좋아한다. 세라도 점심을 안 먹었을 것 같아서 연락을 하니 이미 뭔가를 먹었다고 한다.
공원에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 곳인지 우리는 입구 앞에서 들어가려고 줄 서 있는데 세라는 벌써 들어가 있다고 한다. 서로 주변의 사진을 보내서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만났다. 구엘공원은 바르셀로나의 사업가 구엘 (Eusebi Guell) 이 고급 주택단지로 건설하려다가 실패한 프로젝트다. 이곳에는 가우디의 특징을 살린 건축물들이 여러 개 있고 가우디가 20년간 살았던 집도 있다. 고급 주택 단지를 만들려고 했듯 경치가 좋다. 동화 속 나라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