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3개월, 스페인어가 얼마나 늘 수 있을까
스페인에 온 지도 3개월 차다
어학연수 비자 1년 중 1/4이 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내 스페인어는 여전히 굼떴다
8년 전, 그로부터 3년 전이었던 첫 스페인과의 만남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나는 스페인어 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사실 여행을 다녀오고 바로 다녔어도 좋았겠지만 그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첫 유럽여행 후 ‘졸업예정반’으로 바로 복귀한 나는 그저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인턴이며 자소서며 아등바등 살 수밖에 없었고, 이후에는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별 보고 달 보며 출퇴근하느라 학원 같은 곳을 다닐 여유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잠을 챙기는 게 먼저인 때였다
아무튼, 나는 한국에서 4개월 정도, 주 2회 반으로 스페인어 수업을 들었었다. 덕분이 기본적인 동사의 변형과 같은 문법은 배웠었건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접한 스페인어는 마치 새로운 언어 같았다. 게다가 잘 모르겠는 스페인어를 ‘스페인어로 설명하고 있으니’ 환장할 지경
그래도 여기에 오고 시간이 좀 지났다고, 첫 주에 비하면 정말 많이 성장했다. 그때는 선생님이 가능한 쉬운 단어를 써서 설명해줘도 “모르겠어요”. 나한테 ‘이해됐니?’라고 물어볼 때마저도 “무슨 말하고 계신 거죠?”라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주어에 따라 바뀌는 동사의 변형 형태를 모두 모아 한 장에 정리해서 틈만 나면 읽어 내려갔다. 영어와는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구조인 스페인어는 그저 외우는 게 정답이었다
동사의 기본적인 변화 구조를 일괄 정리한 저 종이는 한동안 나에게 큰 도움이 됐고 옆에서 다른 친구들이 헷갈려할 때면 스윽 꺼내 보여줘서, 한동안 우리 반 수업의 간지템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A2 레벨에서 금세 B1 반으로 올라왔으나 B2 반으로 올라가는 건 쉽지 않았다. “빨리 B2로 올라가고 싶어!!”라고 외쳤지만 어느 날 어쩌다가 한 시간 B2 수업을 들어보고는 좌절했다. 뭐 이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여기에서 좀 더 내공을 쌓겠습니다”
다른 언어도 그렇듯 스페인어를 공부하다 보면 중간중간 고비가 찾아온다. 내 생각에 첫 고비는 Indefinido(과거완료 동사)를 배우면서요, 두 번째 고비는 Indefinido와 Imperfecto의 쓰임을 구분하면서, 그 고비가 지나면 한숨 돌리겠거니~하는데 이때 그 전의 고비와는 비교도 안 되는 Subjuntivo(접속법)의 높고 높은 벽이 나타난다
만약 당신이 아직 스페인어를 공부하지 않았으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스페인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망할 놈의 subjunti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