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랑 자전거 타고 근교 여행

스페인 발렌시아 근교, 빠에야의 진짜 고향 '엘 팔마르'와 '알부페라'

by BSJ


자전거 탈 줄 알아?


스페인어 수업 3개월 차. 아직 갈길이 한--------참 멀은 실력이지만 처음에 비하면 스페인어가 그래도 많이 늘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한몫을 해줬던 데에는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준 같은 반 친구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라이언은 늘 동공이 흔들리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더 잘 챙겨줬다. 무언가의 의도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고 이 아이는 다른 친구들도 모두 "걔 정말 착하지"라고 하는 아이 었다. 아무튼 본격적인 여름 날씨에 에어컨 아래에서만 행복하던 어느 날, 라이언이 물어봤다



라이언 : 자전거 탈 줄 알아?

나 : 응. 왜?

라이언 : 알부페라 가봤어?

나 : 아니. 가보고 싶기는 해

라이언 : 그럼 이번 주 금요일에 자전거 타고 갈래?

나 : 좋아! 어, 근데 나 자전거 없는데

라이언 : 괜찮아. 나 아는 렌털 샵 있어~



그렇게 생각지 않았던 근교 여행이 정해졌다. 요즈음 일이 많아서 학원 수업에 못 나오고 있는 미아에게도 관심 있는지 문자를 보내니 "좋다"고 해서 세 명이서 자전거 여행!




R0028962.JPG



발렌시아 관광의 중심지 비르헨 광장, 그 광장 옆 골목에 있는 렌털 샵은 다른 발렌시아 렌털 샵에 비해 자전거가 더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나를 보더니 커다란 자전거를 턱 가져다주신다


아. 이렇게 큰 자전거 타본 적 없는데...


바퀴도 몸체도 엄청 큰 이 자전거는 몇 바퀴만 페달을 돌려도 쭉쭉 나가서 장거리 라이딩을 하기에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엄청난 크기와 무게에 처음에는 조금 겁이 났다. 어색함에 조금 뒤뚱거리며 길을 나아가니 다행히 금방 적응됐다




R0028875.JPG
R0028890.JPG



오늘 우리가 자전거를 탈 거리는 왕복 40km 남짓. 대충 서울 한남동에서 분당까지의 거리를 왕복해 다녀오는 거니 제법 길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오늘이 8월 중순이라는 건데, 8월 발렌시아 평균 최고기온은 30도가 넘는다. (나중에 학원 선생님들도 왜 한여름에 그 고생을 하고 왔냐고 한마디씩들 했다)


"아 조금 더운데... 그나저나 저거 비구름 아니겠지"


금방 소나기가 내릴 듯 비구름이 잔뜩 낀 발렌시아의 오늘 날씨는 그야말로 눅눅하게 더움. 결국 발렌시아 시내를 빠져나가자마자 빗방울이 뜨더니 곧 무섭게 비가 쏟아졌다. 다리 아래로 급하게 들어가 비를 피하고 있으니 우리랑 같은 상황인 여행자들이 한두 명씩 계속 다리 아래로 들어온다


덕분에 옷은 쫄딱 젖었고 라이딩 시간도 더 길어질 듯 하지만, 비는 곧 그칠 것 같고 어쩌면 땡볕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흐린 날씨가 나으려나 싶기도 하다. 자기 몸보다 큰 자전거에 시작점부터 힘들어하고 있는 미아의 컨디션이 오히려 걱정된다




R0028905.JPG
R0033119.JPG



다행히 비가 곧 그쳤고 우리는 길을 계속 갔다. 한국의 풍경이 생각나는 푸른 보리밭들을 지나 한참을 달려 알부페라에 도착했다. 먼 옛날 무어인들이 이 지역에서 쌀 재배를 시작한 것이 스페인 쌀 재배의 기원으로, 현재도 이 곳은 스페인 쌀 재배의 근원지이다. 석양 풍경이 특히 아름다운 이 자연공원과 호수는 십여 년 전만 해도 쓰레기가 많고 악취가 심했다고 한다. 발렌시아 시민들의 손길로 물이 깨끗해졌음에 감사할 뿐이다


잠시 바닥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고, 물을 마시고, 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겼다.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과 물 위를 통과해 시원하게 다가오는 바람이 그저 좋다. 라이언은 또 이 곳에 어울릴만한 음악을 열심히 찾아보고는 준비해 온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준다


"아아 행복하다"




R0028924.JPG



30분 남짓 알부페라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일어났다. 조금 더 여유를 부리고 싶지만 점심으로 빠에야를 먹으려면 이제 다시 이동해야 한다. 알부페라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엘 팔마르(El palmar)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이 바로 진짜 빠에야의 고향이다. 우리가 '스페인 음식'이라고 부르는 빠에야는 사실 발렌시아 지역의 음식으로, 꼭 발렌시아가 아니더라도 다른 스페인 도시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관광객 대상의 레스토랑인 경우도 많고, 여기서 먹는 오리지널 빠에야와는 맛이 조금 다르다


단순히 오리지널이 주는 느낌적인 느낌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두세 번 빠에야를 먹어봤지만 한 번도 '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깐. 닭고기와 토끼고기, 달팽이가 들어간 오리지널 빠에야를 배부르게 먹었다. 맥주와 오징어튀김도 곁들여서 한껏 먹어줬더니 긴 거리와 날씨에 지쳤던 몸이 살아난다


"자, 이제 돌아가 볼까!?"



덧_

발렌시아 시내에서 알부페라 혹은 엘 팔마르에 갈 경우, 시내에서 25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25번 버스가 노선이 두 가지이니 꼭 확인하고 타도록 하자





이전 12화영어랑은 또 다른 스페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