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스페인에서 그렇게 공원을 찾아다녔을까
스페인 서쪽의 끝, 땅의 끝, 비고를 여행하고 왔다.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 갈리시아 지역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여행 내내 한국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무계획으로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행 일정은 그 전날에는 세웠고 그마저도 당일엔 계속 바뀌었다. 현지인들이 “여기 좋아. 가봐”라고 하는 곳을 향했고 그곳이 마음에 들면 그 뒤 일정을 취소하고 머물렀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 없는 시간을 쪼개 공원에 갔다. 이틀 전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본 공원이 너무 예뻐서 꼭 한 번 들르고 싶었다. 20여분 남짓한 시간 동안 분주히 걷고 사진을 찍었다. ‘혹시나’하는 생각으로 가지고 나온 책은 펼쳐보지도 못했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방문이었지만, 그래도 이 곳에 오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Castrelos Park, 36213 Vigo, Pontevedra
그러고 보면 발렌시아에 살 적에도 공원을 참 많이 갔다. 비가 많이 내릴 때면 번번이 물이 넘치던 뚜리아(Turia) 강의 물줄기를 바꾸고 그곳을 초록으로 메워 공원으로 만든 덕에 이 도시에서는 어디에 살든 쉽게 공원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나 나는 공원에서 2블록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았어서 산책하러, 낮잠 자러, 책 읽으러, 뛰러, 행사 구경하러 공원을 참 많이도 찾았다
어학원과 집, 도서관과 자주 가던 카페 한둘을 제외하면 아마 그다음으로 많이 간 곳일 것이다
Jardins del Túria, Passeig de la Ciutadella, 16, 46004 València
지금 살고 있는 산세바스티안은 비교적 공원이 많지 않다. 그 와중에도 그 초록빛이 그리워서 늘 이런 공간을 쫓는다
무엇 때문에 나는 이렇게 공원을 좋아할까.
어릴 때는 매년 소풍으로 옆 올림픽공원만 간다며
오히려 공원을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말이다.
비고 공원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 버스에서 계속 생각을 되뇌어봤다. 꼬리의 꼬리를 따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기를 반복하니 결국 ‘내가 어릴 때 자란 동네’에 당도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베란다에서 보이는 버드나무에 인사를 하고 거진 매일 풀 위에서 놀았다. 계절의 시작을 달력이 아닌 자연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늘 초록색에 둘러 쌓여 살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 동네를,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 이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고 즐기는 것을 봤을 때 인간이 자연을 찾고, 도시에서는 자연을 찾기 어렵기에 공원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는 오늘도 공원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