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고 다니냐, 잘 먹고 다니냐 물어보신다면
2018년 8월, 먹고 산 이야기
한국에서 그냥 일만 하고 살면서 거의 외식하고 살았지, 가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날이면 간단하게 반찬 하나 꺼내 먹는 나를 보며 같이 사는 E언니는 “그건 제대로 밥 먹는 게 아니다”며 먹을거리를 챙겨주고는 했다. 그런 내가 해외에 나가 살겠다고 하니 어쩌면 부모님만큼 나를 걱정했으리라. 그래서인지 언니는 가끔 ‘뭐 먹고 사냐. 잘 먹고 사냐’고 물어보곤 한다
나는 여기에 와서야 내가 온전히 독립했다고 느낀다. 집을 구하는 것도, 요리를 하는 것도, 공문서를 처리하는 것도. 0부터 10까지 모두 내가 해야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스스로 해온 일도 있었지만 익숙한 환경에서 모국어로 얘기하는 것과 지금은 딴판이다
아무튼 다시 먹는 얘기로 돌아와서. 스페인 어학연수 반년 즈음까지는 만들어 먹은 음식 사진을 가끔 소셜에 올리곤 했다.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용도이기도 했고 이렇게 잘 챙겨 먹는 스스로에게 칭찬하는 용이기도 했다. 처음 올렸던 글을 보고 E언니는 또 걱정의 한 마디를 남겼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글을 올리면서 발전하는 나의 음식을 보고는 언니도 안심했다
사람이 뭐든 하면 는다고, (비록 지금도 어수룩한 요리 실력이지만) 하면 할수록 할 수 있는 요리도 늘었고 시간도 단축됐다. 그리고 사실 뭐가 먹고 싶으면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발렌시아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처럼 한식당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보통 한식당은 싸지 않다- 요리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소스는 주로 바르셀로나 한인식품점 온라인 마트를 통해, 가끔은 발렌시아 차이나 타운에 있는 중국 가게에서 구입했다. 야채나 고기 같은 기본 식재료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무엇을 해 먹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물론 다양한 나물무침과 국, 찌개 음식은 늘 그리워한다
어학연수로 해외에 오면 스스로 가장 챙겨야 하는 것은 친구도 언어도 아니요, 건강이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건강을 항상 먼저 챙겨야 하지만) 아프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는 데다가 언어도 잘 안 통하고, 스페인 어학연수를 나올 때 보통 한국 보험을 들고 나오기 때문에 보험 케어가 되는 병원을 찾고,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 자체가 꽤 큰일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보자면 다행인 것은 스페인은 유럽에서 약국이 꽤나 잘 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약국에서도 어지간한 약은 구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약값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말했듯이 아프면 서럽다. 진짜 많이 아픈 날이면 다 때려치우고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일단 엄마가 너무 너무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러니 건강을 잘 관리할 것. 꾸준히 운동을 하고 음식을 잘 챙겨 먹을 것. 덕분에 어떤 식재료가 내 몸에 좋고, 어떨 때 어떤 것을 먹으면 조금 도움이 되는지는 박사가 되어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