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한식을 먹여 보았다

유럽 사람들의 반응은?

by BSJ



하루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지만 아직 한식은 못 먹어본 에바와, 마찬가지로 한식은 한 번도 못 먹어본 이탈리안 커플 엘리오와 아리아나, 그리고 내 친구 미아. 이렇게 네 명을 초대했다


에바가 당일에 일이 생겨 오지 못해서, 우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배가 차 버렸다. 덕분에 디저트로 먹으려던 호떡은 이 날이 아닌 다른 날, 미아네서 친구들과 한식 파티를 하는 날 해 먹었는데 스위스인 친구가 아주 아주 좋아했더란다







요리에 썩 능한 사람이 아닌 데다가, 여러 명을 위한 음식은 더없이 경험이 부족하니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메뉴 구성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인스턴트나 한식스럽지 않은 한식을 준비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메뉴. 작은 메뉴판은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친구들이 볼 겸, 어떤 음식인지 대충 알 수 있게 해 줄 겸 준비한 것


미숫가루

아페리티보. 웰컴 드링크로 선택한 미숫가루. 떡볶이를 먹기 전에 위를 살짝 코팅하는 게 이탈리아 친구들을 위해서도 좋겠다 싶어 선택했다


떡볶이

뇨끼와 식감이 비슷하니 이탈리아 친구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었다. 문제는 매콤한 맛인데....


간장비빔국수

떡볶이의 매운맛을 달랠 겸, 메인 메뉴 전에 첫 번째 플레이트로 선택한 간장 비빔국수. 원래는 간장 버전과 국물 있는 국수 두 가지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양도 너무 많을 듯하고, 동시에 준비할 냄비가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결국 이쯤에서 다들 배가 좀 차기도 했다)


돼지갈비와 밥

한국 하면 고기. 비비큐! 를 떠올리는 이도 많은지라, 메인 메뉴는 돼지갈비로 선택했다. 이것도 갈비소스에 재운 돼지갈비와 그냥 구워서 쌈장에 찍어먹는 것 두 가지를 내오려다가 한 가지만 하기로


호떡

아리아나가 직접 티라미수를 만들어 온지라. 디저트를 두 가지 먹을 정도로 위에 공간이 남아 있지 않아, 제공되지 못했던 디저트 호떡. 분명 먹어보면 엄청 좋아했을 텐데







이 날 분주히 요리하고 동시에 설거지도 하고, 애들이랑 얘기하면서 밥 먹고 하느라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다. 디저트까지 가기 전 유일하게 찍은 사진 한 장


다행히 친구들은 맛있다며 모든 접시를 싹싹 비웠고, 예상했던 대로 돼지갈비를 좋아했고, 예상외로 떡볶이도 좋아했다. 아리아나는 맛있긴 하지만 맵다고 많이 먹지 못했는데, 엘리오는 얼굴이 벌게지고 땀을 흘리면서도 엄청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가장 예상 밖의 인기였던 이것. 소주. 어디서 살 수 있냐며 눈을 번뜩이는 엘리오를 위해 이후 모임이 있을 때마다 소주를 준비해 갔다. 마시기 전 회오리를 만드는 거나, ‘마셔라 마셔라’ 음조를 넣는 거나, 팔꿈치로 병 뒤를 툭 치는 거나, 우리의 술 문화(?)를 보여줄 때마다 엘리오랑 아리아나는 너무 신기하다며 손뼉 치며 거의 뒤로 넘어갔다. 정말이지 한 번은 꼭 한국에 같이 여행가보고 싶은 친구들이다







아리아나가 만드는 티라미수의 특징은 위에 초코가 한가득 뿌려진다는 것. 덕분에 우리가 알고 있는 티라미수랑은 맛이 좀 다르다. 이것은 이 것대로 맛있다




2차는 칵테일 바에서.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어!




세계 음식 맛보기





내가 다니던 작은 어학원에는 일 년에 두어 번 Comida Internacional 라고 부르는, 각자 자기 국가의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와 나눠 먹는 이벤트가 있었다


행사 전에는 미아랑 꼭 ‘뭘 준비할 건지’ 물어보면서 서로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했다. 학원에 전자레인지나 음식을 데울 수 있는 뭔가가 없었기에 메뉴에 한계가 있었다


이 날은 주먹밥을 준비했다. 무난하게 다들 먹을 수 있는 맛이고 나도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으니깐. 음식의 이름을 묻는 이들에게 ‘주먹밥’을 직역해서 얘기해주니(Arroz de puño) 이름이 너무 귀엽다며 깔깔 웃는다. 왜 주먹밥인지를 설명해주니 이론적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격하게 리액션을 해줬던 아니스벨리는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주먹밥이 마음에 들었던 건지 몇 개월 뒤 이벤트가 또 있었을 때 주먹밥을 찾아다녔다




이 어학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었다






다음 행사 때는 내 요리 스킬이 조금 상승해있던 때라 떡꼬치에 도전했다. 떡꼬치가 3개밖에 올려지지 않는 프라이팬에 20개 정도의 떡꼬치를 대량 생산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떡꼬치는 참 심플해 보이는데 은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걸 이 날 처음 알았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테니 조금 덜 맵고 조금 더 달게 소스를 만들었다. 결과는 인기 만점. 주먹밥 때보다 훨씬 빠르게 매진됐다







떡꼬치를 만들었던 그 날, 뿌듯한 마음으로 저녁에 김밥을 말아보았다. 스페인에 와서 첫 김밥이었고,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김밥을 직접 만든 건 처음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냥 김밥집에 가서 쉽게 사 먹었으니깐- 조금 넉넉하게 만들어서 같이 사는 애들도 맛보라고 주었는데 그렇게 인기가 좋지는 못했다. 떡꼬치도 같이 주니 김밥이 떡꼬치에게 밀리던 걸. 역시 100%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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