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차이나타운'이란

외로운 유학생에게 중식당은 그저 빛일 뿐...

by BSJ


정말이지


요리하기 싫은 날이 있다. 누군가는 "나는 매일 요리하기 싫은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농도 진~하게 정말로, 진짜로, 너무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은 날이 한 번씩 있다. 웃긴 건 이런 날은 또 밥이 먹고 싶고 아시아 음식이 먹고 싶다는 거다


이런 날 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나마 발렌시아가 규모가 있는 곳이고, 그래서 아시안 레스토랑이 꽤 있는 편이고, 거기다가 흔치 않게 차이나타운이 있는 곳이라 이런 선택지라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나, 한식당에 간다 (약 11유로 지출)

둘, 일식당에 간다 (약 14유로 지출)

셋, 중식당에 간다 (약 5유로 지출)


........ 그럼 당연히 중식당을 가지 않겠는가. 심지어 나는 중국 음식도 굉장히 좋아한다. 고수도 없어서 못 먹는다. 중국말은 '칭원', '워슈한궈런' 정도밖에 못 하는 사람이라 중국 여행을 갈 때면 중국어를 자기 말처럼 하는 친구와 동행하거나 구글 번역기에 나를 온전히 맡겨야 해서 여행지로 선호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중국 음식은 언제나 나에겐 매력적이다




R0028111.JPG 저렴하다. 행복하다



사실 평소에 '일식'이 당기는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쩌다가 한 번 '초밥'이 당길 때가 있는 정도? '중식'도 특별히 땡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국식 한국요리'는 먹고 싶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이런 것들 말이다. 이 곳에 있는 중국식당에서는 이 메뉴들을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얼추 탕수육과 비슷한 메뉴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발렌시아 중국음식집들 요리는 정말..... 맛있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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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유로(약 5천 원) 짜리 볶음밥을 시키니 정말 산처럼 볶음밥이 나왔다. 혹시나 해서 다른 요리 메뉴를 주문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물론 음식이 남으면 싸 달라고 해서 가져갈 수 있지만 그렇게 가져가는 음식은 사실 쉽게 손이 가지 않으니깐. 기름기가 조금 많은 중국식 볶음밥은 첫맛은 아주 맛있지만 이렇게 많은 양을 먹다 보면 중간쯤부터 조금 물린다. 하니 차를 추가로 주문해준다. 완벽하다


이렇게 가끔, 나 홀로 외식을 할 때면 묘한 기분이 들고는 한다. 예전에는 밖에서 외식을 하는 게 그냥 일반적이었고 이렇게 여유 있게 밥을 먹지도 못하고 일하는 시간에 쫓기면서 빠르게 먹었었는데..... 지금은 참 다르다. 대충 김, 참치 등을 꺼내먹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하게 음식을 해 먹는다. 뭐 제대로 해 먹을 수 있을지 걱정했던 친구들도 SNS에 올리는 요리 사진을 보면서 "이런 것도 해 먹었어!?"라며 박수를 쳐준다. 그럼 난 또 으쓱해서 다음 날 뭐를 해 먹을지 고민한다


사실 요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돈을 아끼기 위해, 그리고 다양한 요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뭐가 먹고 싶으면'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뭐가 먹고 싶으면 그날이든 다음날이든 밖에서 사 먹을 수 있었던 한국이 아니니깐, 여기는


흠,

오늘은 시금치 된장국에 시금치나물을 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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