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체류 첫 날

여름에 들어설 무렵, 나 또한 이 곳에 들어섰다

by BSJ


어학연수를 위해 스페인 발렌시아에 발을 들이던, 첫 날을 기억한다.


한참을 기다려도 승인 소식이 들리지 않아 사람 잔뜩 애태우던 내 어학연수 비자는, 항공권을 예약해둔 날 이틀 전에서야 극적으로 승인되었다. 부랴부랴 다음 날 스페인 대사관에 들러 비자를 수령하고 부모님 집에 내려가서 함께 식사를 했다.


집에 돌아오니 이미 시간은 밤 10시. 그제서야 캐리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겠는데' 싶던 예상대로....나는 밤새 짐을 싸야만 했다. 그 끝이 보일때쯤 두어시간 정도 침대에 몸을 눕히고 나서야 공항으로 갈 체력이 생겼다.


여행가는 짐은 수십번을 싸봤고 능숙하다면 나름 능숙하게 할 수 있었지만, 1개월이 넘는 장기 체류를 위한 짐 싸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몇 번을 물건을 넣었다 뺐다하며 두 캐리어를 채워나갔는지 모른다.





열댓시간 비행 후 발렌시아에 도착하니 시간은 이미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5월 31일에 출국해서 5월 31일에 도착할 줄 알았더니, 짐을 찾고 나오니 자정이 넘었다. 스페인 제 3번째 도시인 발렌시아지만 깜깜한 시간, 발렌시아 공항은 한없이 조용했다.


그리고 입국장 문을 빠져 나가니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기다리는 내내 그와 카톡을 했기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무척이나, 정말 무척이나 반갑고 기뻤다. 이제 우리는 같은 시간대에 머물고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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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 짐싸느라 밤을 거진 새우고, 비행기에서도 몇 시간 자지 못한지라 피곤했지만, 이대로 잠들기에는 아쉬운 첫 날 밤이었다. 그래서 결국 면세점에서 사 온 위스키를 열고 도란도란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동안 기다렸던 일이 드디어 시작됐다. 2007년 첫 유럽여행 때 나는 스페인에 반했고 언젠가 스페인에서 꼭 살고 싶었다. 2011년 두 번째 스페인을 만났고 그 마음은 더 강해졌다. 사실 그보다 더 이전, 대학시절 때부터 나는 해외생활을 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여러 상황에 부딪치면서 그 열망은 늘 뒤로, 뒤로, 또 뒤로 미뤄졌지만 접지 않고 계속 꿈꿨기에 이제서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스페인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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