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학원에 처음 간 날..... 그리고 좌절
스페인에 오고 3일이 지났다. 시차에는 거진 완벽하게 적응했지만 내가 스페인에 와서 살고 있다는 그 사실은 여전히, 가끔은 꿈처럼 느껴진다
2007년 첫 유럽여행에서 스페인에 반해버리고, 2011년 두 번째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스페인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굳혀졌다. 그 두 번째 스페인 여행 전, 삼 개월 정도 서울에 있는 스페인어 학원을 다녔다. 다른 학원과 다르게 항상 에너지틱한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주 2회 수업은 일에 찌든 직장인이던 나에게 무척이나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7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시절 배웠던 스페인어는 거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된지라 스페인에 오기 전, 한 달 동안 짧게나마(8시간) 과외를 받으면서 옛날 옛적에 배웠던 스페인어 내용을 다시 한번 리뷰하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섞여서 밀려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날이 왔다. 진짜 스페인에 있는 스페인어 학원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듣는 첫날
반이 어디인 줄도 몰라 입구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학원 직원이 손가락으로 내 반을 가리킨다. 첫날이라고 일부러 일찍 학원에 왔더니 아직 다른 학생들은 오지 않았다. 빽빽하게 책상과 의자가 들어서 있던 한국의 학원들과 달리 이 곳의 어학원은 좀 더 넓었고, 그만큼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Hola(안녕)"
"Hola(안녕)"
누군가의 인사에 반자동적으로 대답했다. "안녕", "내 이름은 알리시아야(7년 전 스페인어학원에서 각자 스페인어 이름을 정해서 썼었는데, 자연스럽게 여기서도 그 이름을 쓰게 됐다)", "만나서 반가워"같은 기본 중에 기본적인 대화는 아주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7년 전 어학원에서 배운 이후 1-2년에 한 번씩은 스페인 여행을 한 것이 분명 도움이 되었으리라
배정받은 반은 A2. 스페인어를 포함하여 유럽에서는 언어 레벨을 크게 6개로 나눈다. A1부터 시작해 C2로 끝나는 구성인데, A2 레벨은 '알파벳과 기본적인 인사 등은 뗐지만 아직 기본 문법을 다져야 하는 레벨'이라고 정의해볼 수 있겠다.
담당 선생님은 하비(Javi). 반에는 나를 포함해서 6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온 학생들이었다. 언어의 뿌리가 같아서 그런지 얘들은 선생님이 하는 말을 얼추 다 알아듣는 듯하다. 그러니 스페인어를 습득하는 속도도 남다르다. (다른 유럽인들보다 이탈리아인이 확실히 스페인어를 더 빠르게 배운다) 처음에 문법을 설명할 때는 다들 '무슨 소리인가'하고 칠판을 바라보지만, 곧잘 이해하고 활용해서 말한다. 나와는 정 반대였다. A2 반에서 배우는 '문법'은 내가 옛날에 이미 배운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문법을 '설명하는 스페인어'는 뭐라고 하는 것인지 도통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문법을 설명하고 있는 거니 눈치코치로 고개를 끄덕이고,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을 때는...... 그저 미소 지었다
내가 도저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 때면 같은 반 아이들이 영어로 설명을 덧붙여줬다. 부럽다. 너네 영어도 잘하는구나.... 그런데 난 너네가 영어로 '그거 이 단어야'라고 해줘도 영어로도 그 단어 뜻이 뭔지 몰라...
그야말로 좌절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죠?", "한 번 더 설명해주세요"라는 말 조차도 스페인어로 뱉지 못하는 나이니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들을 리 만무하다. 정말이지 '하얀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씨이다'의 기분이다
그러니 내가 스페인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페인에서 적응해서 살려면 일단 언어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서 점심을 해 먹고 도서관에 간다. 발렌시아에는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었는데 나는 보통 시내 중심에 있는 가장 큰 도서관을 갔다. 이렇게 예쁜 도서관에 가 있을 때면 괜스레 기분이 더 좋아진다. 스페인어와 눈싸움을 하다가 내가 나가떨어질 것 같을 때는... 이 곱디 고운 도서관을 눈으로 훑어보면서 잠깐 힐링을 해 주고 다시 눈싸움을 이어가는 거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싸움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기고야 말겠다
Hola / 올라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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