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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Apr 05. 2021

3월, 봄이 오다. 꽃이 피다

한국보다 조금 빠른, 스페인의 봄



날이 부쩍 따뜻해졌다. 겨울 패딩을 꺼내 입는 날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가디건이나 재킷을 꺼내 입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 날은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꼭 여름 같은 더위가 느껴졌던 3월. 그렇게 산세바스티안에는 본격적인 봄이 찾아왔고, 꽃이 만발했다.





공원을 가로질러가면 어학원까지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다. 거진 매일 공원을 지나가는 덕분에 조금씩 바뀌어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스페인 북부의 위치한 산세바스티안은 남부에 비하면 날씨가 쌀쌀하고, 특히 겨울 시즌에는 비바람이 매섭게 치는 날이 많다. 하지만 역시 스페인 도시이기 때문인지, 겨울에도 잔디는 푸른색을 유지한다


그래도 2월이 되면서 풀 곳곳에는 노란 민들레가 봉긋 피어올랐고, 3월이 되니 이름 모를 하얀 꽃과 노란 꽃이 점점 풀 사이의 빈자리를 가득 메웠다. 기분 탓인가, 잔디 풀 색도 좀 더 선명한 초록빛이 된 듯했다





어릴 적 '봄'하면 떠오르는 꽃은 개나리, 진달래였다. 하지만 20대 이후 '봄'하면 먼저 떠오르는 꽃에는 '벚꽃'도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어쩌면 학교 캠퍼스 안에 벚꽃나무가 많아서, 나의 봄 풍경은(비록 그 시즌은 늘 중간고사와 겹쳤지만) 온통 분홍빛이었기 때문에 봄꽃에 벚꽃나무가 자연스레 추가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스페인에도 곳곳에 벚꽃이 있다. 그리고 산세바스티안에는 마치 우리나라 도시처럼 벚꽃나무가 제법 있었다. 자리를 잡고 피크닉을 할 정도로 벚꽃나무가 많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예쁘게 꽃을 틔운 나무를 보며 나와 그의 봄을 축하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름 모를 가로수 나무에도 하얀 꽃이 피어올랐다. 초록잎으로 도시의 여름 풍경을 더 예쁘게 꾸며주던 이 나무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데 왜 꽃이 핀 모습은 기억이 없지? ......아, 작년 봄에는 스페인 락다운 때문에 집에만 갇혀있었지. 그렇다. 따지고 보면 산세바스티안의 봄 풍경을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산세바스티안의 봄은 가히 예뻤다. 발렌시아는 11월까지도 해변을 즐길 정도로 연중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봄이 되었다고 해서 '봄이다!'하고 느낌이 팍 오지도 않았고, 풍경의 변화도 별로 없었는데, 여기는 봄 시즌이 되니 날씨가 부쩍 좋아지고 도시가 꽃으로 덮이니 '드디어 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라 꼰차 해변
산세바스티안 시청
기푸스코아 광장



길가에, 공원에 자연스럽게 피어난 꽃도 있지만, 도시 조경을 위해 크고 작은 광장에 심어진 꽃들도 있다. '꽃을 심을만한 공간이 있다' 싶은 곳에는 모두 심은 듯 여기저기서 쉽게 이런 꽃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길을 걷다가 봄꽃을 발견할 때면 예쁘다며 핸드폰 카메라에 사진을 담느라, 폰 사진첩이 온통 꽃밭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 봄꽃 투어(?)의 하이라이트. 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겹벚꽃 나무를 발견했다. 한국에서도 종종 겹벚꽃나무를 볼 수 있다지만, 나는 아직 두 눈으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겹벚꽃 나무를 실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세상에, 예뻐! 너무 예뻐!"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한번 핸드폰 카메라를 켜 사진을 담았다. 이미 해가 넘어간 시간이라 사진은 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결국 다음 날 같은 장소로 다시 향해 사진을 담았다





이렇게 꽃 얘기만 하고 끝내기에는 아쉬우니, 산세바스티안 바다 이야기도 조금 해야지. 꽃이 만든 풍경만큼이나 산세바스티안 바다도 유독 아름다웠던 3월. 30도 가까이 올라간 그 날에는 발도 살짝 담가보았다. '흐으으허어어' 역시 계곡물처럼(혹은 그 이상) 차갑다. 한여름에도 계곡물처럼 차갑기 때문에, 지중해 바다를 생각하고 스페인 북부 바다에 몸을 풍덩 던지는 건 위험하다


3월 말부터는 해변에 사람이 엄청 많아졌다. 나는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해변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스페인 해운대 개장'이라고 적어 보냈다. 4월 5일 부활절을 맞아 1-2주간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 사람들이 휴가를 가지는 휴가철이기 때문에 해변에는 현지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다. 마스크를 자꾸만 벗어던지는 사람들을 보며 당분간은 해변에 발을 디디지 않기로 했다





봄의 그 야리야리한 초록빛을 넘어 나뭇잎은 이제 여름의 색을 띠려 한다. 이렇게 곧 여름이 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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