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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Jun 15. 2021

스페인 도시 이동 제한이 풀렸다

그리고 난 옆 동네싸라우츠에놀러 갔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여행객이 들어오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스페인은 예외다. 아직 여러 유럽 국가에서 식당이나 바의 문이 닫혀있지만(테이크아웃은 가능) 스페인은 거진 늘 열려있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유럽인들이 스페인으로 여행을 왔고, 특히 바다가 있는 도시들은 주말이나 연휴면 늘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비록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가끔 스페인 거리를 걷다 보면 '다들 코로나 끝난 것처럼 놀러 오네'하고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웃긴 건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매우 오픈되어 있는 스페인이 내국인에게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불만을 터뜨리는 스페니쉬들도 많았다. 아마 6개월쯤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가비상령'이 공표되면서 스페인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도시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5월,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어느 밤. 국가비상령이 해제되었고 젊은이들은 다들 거리로 광장으로 해변으로 뛰쳐나와 술을 마시며 파티를 했다. 여전히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과 함께하고 있고 스페인은 아직도 확진자가 많다. 대체 무엇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하는 것인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 '못 나가게 제한이 되어 있는 것'과 '더 조심하기 위해 스스로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엄연히 느낌이 다르니깐


아니나 다를까 이때부터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는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다들 국내 곳곳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여기 사람들은 국내여행 조차도 갈 수 없었으니깐. 그래도 다들 짐을 싸고 떠날 때 나까지 그 물결에 발을 담그고 싶지는 않았고, 5월 말이 되었을 때 옆동네 싸라우츠(Zarautz)에 다녀왔다


그냥 나들이, 여행을 간 것은 아니었고 아는 동생 J가 학업이 끝나서 곧 한국으로 귀국하기 때문에 그전에 얼굴을 한 번 보려던 터였다. 카톡으로 '아이고, 너 가기 전에 얼굴도 못 보겠다'라고 했었지만 국가비상령이 해제된 덕분에 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J를 만나러 오랜만에 싸라우츠를 가는 김에 동네 산책도 조금 곁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S와 나는 싸라우츠 역에 도착하자마자 지도 어플을 켜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오늘 산책의 목적지는 Ermita de Santa Barbara(산타 바바라 예배당). 싸라우츠 시내에서 예배당으로 향하는 길은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중 일부 구간이고, 가는 길목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길과 풍경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다. 풀이며 산이며, 주변은 온통 초록색이었고 넓은 잔디 위로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날 날씨가 완벽했던 덕분에 이 아름다운 풍경이 한결 더 빛났다


귀여웠던 양 떼
꼭 시골마을에 온 것 같다
예배당 앞에서 바라본 도심



비록 규모가 작을지라도 싸라우츠는 서핑으로 유명한 도시다. 산세바스티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배우고 즐기지만, 사실 서핑으로 더 유명한 곳은 싸라우츠다


지금까지 싸라우츠를 몇 번 오기는 했지만 스윽- 스치듯이 도시를 바라본 게 전부였다. 물론 이렇게 도시의 전경을 바라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이 썩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새파란 바다와 시원하게 부딪치는 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산책로에서 내려오는 길, J와 마주쳤다. 서른이 넘은 나이임에도 20대 초반 같은 외모를 가진(심지어 교복을 입으면 고등학생인 줄 알 것 같다) 초동안 J는 성격도 활발하고 밝은 동생이다


새로운 한국 사람들이 산세바스티안을 비롯한 스페인 북부에 올 때면 내심 '이 친구는 오래 있었으면 좋겠네'하고 생각하는데 J를 봤을 때는 그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여느 한국 학생들이 그랬듯, 그도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길을 선택했다. 나는 그저 이 아이가 밝은 성격을 잃지 않고, 앞으로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원래 가려던 바(bar)는 만석이라 우리는 J가 추천하는 와인바로 발길을 돌렸다. 실내에서도 식사를 하고 음료를 마시는 스페인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여전히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는 게 두렵기에 '아, 밖에 자리 없으면 어쩌지'싶었는데 다행히 딱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와인 바긴 하지만 오늘은 날이 덥고, 우리는 햇빛을 맞으며 산책을 다녀왔다.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어 베르뭇(Vermut)을 시켰다. 크으- 더없이 완벽한 선택. 시원하고 달달한 베르뭇이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무척 들뜨고 행복한 날이었다. 그다음 날부터 지옥이 펼쳐질 것은 예상하지 못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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